금연 6일 차 : 나의 몸에게 쓰는 편지
안녕! 내 몸아~!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쓰게 될 날이 오다니 참 인생도 오래 살고 볼일이다 안 그러니? 안 그래도 나이 먹어가고 있음에 너와 심도 있는 이야기를 조만간 해야 된다고 생각은 해왔는데 금연이라는 일생일대의 큰 문제로 인해 우리의 이야기 시간이 조금 빨라졌네. 어쩌면 너는 예전부터 나와 대화를 원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지만 그냥 모르는 척할게. (그게 서로를 위해 좋지 않을까?ㅋㅋ)
우선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은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이야. 네가 참 다양한 방식으로 나에게 금연을 권해 왔었는데 평소에는 뚝심이라는 걸 찾아볼래도 찾아볼 수 없었던 내가 어떻게 그렇게 한결 같이 너의 다양한 요구들을 무시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한 일이었어! 그지? 아무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에게 금연을 권해줘서 고마워. 너의 노력 덕분에 올해 드디어 내가 너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드디어 너의 설득에 넘어갔지.
오늘은 금연 6일 차야.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단 하루도 금연을 못했던 내가! 6일 동안 담배 근처에도 가지 않다니!! 나도 이제 비흡연자의 삶을 살 수 있는 거니? 흡연자들이 지나가면 아 담배냄새~! 이거 외칠 수 있는 거니? (금연하면 젤 해보고 싶은 게 이거였지 아마? ㅋㅋ)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구나.
근데 몸아. 네가 이러면 안 되는 거다. 너도 분명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 아니니? 네가 그렇게 싫어했던 니코틴과 헤어지게 해 줬으면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하는 거 아니니? 아니 고마움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그냥 가만히만 있어주면 안 되겠니? 왜 자꾸 날 방해를 하니?
처음 4일은 일상생활도 못하게 잠만 재우더라? 나는 내가 무슨 약에 취한 줄 알았어. 그래도 뭐 어차피 나는 백수니까 이건 이해하고 넘어갈게. 근데 어제는 잠 대신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렵게 만들더라? 누가 보면 며칠 동안 안 씻은 사람으로 알겠어. 나도 사회생활이란 걸 해야 하는데 긁어도 긁어도 간지러우니 이거 뭐.. 그래도 내가 여기까진 너에게 했던 일도 있고 하니 열심히 참아볼 수 있어. 이 정도는 나도 예상했으니까 나 그렇게 바보 아니거든?
근데 변비는 좀 심한 거 아니니..ㅠㅠ 금연 한지 6일이 다 되어 가는데 제대로 화장실 한번 못 가게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니? 너도 예전에 나랑 이것 때문에 고생 많이 했잖아. 그때 같이 고생하면서 우리 다시는 이 아이랑 만나지 말자라고 약속한 건 다 잊은 거니? 약속이 어떻게 변하니? 그 기억을 벌써 잊은 거야?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해줘 제발....
암만 생각해도 너는 나와 한편이고 너는 나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설마 이거 나의 착각인 거니? 혹시 몇십 년 동안 너의 요구를 무시했다고 지금 나에게 복수하는 거니? 제발 노여움을 풀고 우리 한 편이 되자! 한 편이 되어도 우리는 담배라는 적을 무찌르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우리가 싸우면 더더욱 답이 없단다. 지금도 자꾸 나는 담배에게 굴복하고 싶어 진다고!!
하지만 나는 오늘 너에게 편지를 쓰며 담배를 참아 내려한다. 이렇게 내가 노력하면 너도 어느새 나의 노력을 알아주고 나와 다시 한편 먹자고 하는 날이 오겠지.. 나는 그날만 기다리고 있을게. 그러니 몸아 너무 늦게 오지는 마!! 최대한 빨리 와 내가 너를 열심히 기다리고 있을게! 우리 얼른 한편 먹고 담배라는 적을 무찌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