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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교사 Dec 08. 2022

창의융합수업에 대하여(3)

연대와 통섭적 수업으로 환경인식을 전환하라

 레이첼 카슨의‘침묵의 봄’내가 환경 분야에 눈을 뜨게 만든 책이었다. 제초제와 살충제 사용으로 근방의 새들이 다 죽어버려 봄이 와도 새들이 지저귀지 않아 조용해진 봄을 표현하는 글귀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세계적으로 환경보호가 왜 필요한지 문학적으로, 인문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글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 전인격적으로 설득이 되었고 환경인식이 전환되는 시간이었다.

 그 이후 생물교사로 환경동아리를 만들어 10년 동안 지도하면서 학생들과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 책이 나에게 준 영향력이 참 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소 환경에 대해 학생들에게 어떻게 인식시키고 행동하게 할 것인가? 고민하며 인문학적 책들을 학생들과 함께 읽어왔고 이 책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사회가 환경에 영향을 미쳐온 역사, 문화, 사회적 맥락을 소개하고 연대와 인문학을 통해 환경에 대해 인식하도록 돕고 있다. 특히 스노우의 두 문화 이론을 통해 과학과 인문학이 각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통섭적으로 인식해야 함을 말한다. 나 역시 과학 교사로서 이과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이 얼마나 필요한지 평소에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환경에 대한 인문학적 책을 읽게 하고 과학적 실험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실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고등학교 교과수업에 환경교과는 개설되지 않아 배움의 기회가 없다. 또한 학교에서 학급 분리수거 도우미 학생을 선정하고 환경보전 활동을 하지만 결국 학급에 페트병, 유리병, 종이 등을 분리수거함에 두는 것을 학교 1층에 모으는 역할만 할 뿐 환경보호와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내면화되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교외 하천 정화 봉사활동으로 쓰레기를 줍기도 하지만 단지 학생들은 학교 봉사활동 시간을 더 받는 수단으로 인식할 때가 많았다. 활동에 대한 보상을 받고 위배했을 때 벌을 받는 학교 교육 속에서 학생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환경의식이 전환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고 그럼 어떻게 해야 이런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미셀 푸코의 ‘성의 역사’라는 책을 보면 생명권력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고전적 권력은 기본적으로 칼의 권력이고 ‘죽게 만드는’ 권력이었다. 하지만 근대국가 이후에 권력은 살게 만드는 권력이다. 한 개인들이 권력체계 안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동기부여받아서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권력이 생명 권력이라고 했다. 이는 학교에든, 사회에든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공포와 상벌을 통해 행동을 유도하는 교육방식이 필요하지만 이제는 효과적이지 않다. 오히려 자신을 성장시키고 자기 욕구를 충족해주는 방식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요즘 환경캠페인으로 플로킹이 유행이다. 플로킹이란 ‘조깅을 하거나 걸으면서 주변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말한다. 이삭 줍기를 의미하는 스웨덴어 플라카 웁과 걷다의 합성어이다.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 플로킹 활동에 대한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다. 자신의 플로킹 활동 인증샷을 통해 자신도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데 일조한다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임을 인증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연대의 의미로 사용된다. 이런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을 드러낸다. 이런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환경보호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세계시민의식을 함양하고 있다. 시대는 점점 변화하고 있다. 학교 교육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친구들과 함께 연대하고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는 교육방식이 필요할 때이다.

플로킹 장면

 그래서 나는 환경동아리, 생명과학1 교과 수업시간에 환경이란 주제로 연대와 통섭적 역량을 키우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환경동아리에서 3개월 동안 PBL(문제 중심 학습) 학습을 진행했다. 먼저 학교 안에 환경문제 상황을 제시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환경책을 읽고 토론하여 해결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교실 칠판에 몽땅분필이 많이 낭비되고 있다는 문제 인식을 하였고 문제 해결을 과학적, 경제학적, 인문학적으로 분석하여 해결책을 제안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한 달 동안 교실에 있는 몽땅 분필을 방과 후에 모든 교실에서 수거하여 그 양을 측정하여 통계를 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분필이 버려지고 있음에 충격을 받았다. 이 양을 돈으로 환산하여 경제적 손실을 계산하였다. 그리고 어떻게 재활용할지 3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먼저 분필은 탄산칼슘(CaCO3) 성분이기 때문에 산성화 되고 있는 텃밭에 염기성 비료로 사용하도록 하였다. 또한 분필가루로 분쇄하여 운동장 라이너로 사용하고 석고 방향제를 만들도록 하였다. 그래서 이런 방안에 대한 실험과 이렇게 재활용을 했을 때 나타나는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여 글을 쓰고 교내 학술 제때 발표하였다. 발표를 하면서 많은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었고 교외 대회에 참석하여 포스터 발표를 하였다. 그 결과 전국에 책자를 통해 이런 내용이 실려 배포되었다. 또한 초등학생 재능봉사활동으로 직접 이런 내용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환경보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연대하면 주변을 바꿀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중 일부 학생은 이 활동을 계기로 환경공학과로 대학에 진학하기도 했다.

EBS PBL 수업이 학교를 바꾼다

또한 생명과학I 수업 마지막 부분이 환경, 생명다양성 단원이기 때문에 수행평가로 3주간 PBL(문제상황을 제시하고 이를 모둠별로 해결하는 수업방식)을 진행했다. 자신이 학교장의 입장에서 학교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회의 상황을 제시하고 모둠별로 토의하고 해결방안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모둠은 방과 후에 항상 교실에 불이 켜져 있음을 생각해서 자동으로 타이머로 끌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하고 화장실 쪽 휴지가 너무 많이 낭비되고 버려지는 문제에 대해 동그란 형태의 휴지통이 아니라 공학적으로 네모 모양으로 설계하여 휴지를 끌어내릴 때 흘러내리지 않고 자동으로 걸려 멈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문과 성향의 학생들은 환경 칼럼, 카드 뉴스를 만들어 환경보전에 대한 캠페인을 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를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였고 이를 직접 실행하도록 하였다.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학교 환경보전에 자신이 기여했다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환경보호를 단순히 캠페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 주변을 민감하게 성찰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연대하고 통섭적 사고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과정, 그 효과성을 경험하므로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이와 같은 활동을 10대 때부터 시작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좀 더 밝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나 역시 환경을 보전하는 일에 실생활뿐만 아니라 수업을 통해서도 함께 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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