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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교사 Sep 20. 2023

창의융합 수업에 대하여(4)

나를 찾아가는 여정, 뇌과학 프로젝트

Part1. 나는 누구인가? 가 아닌 나는 무엇인가?      

 최근 한 책을 읽다가 과학 교사로써 깊은 공감을 가는 내용이 있었다. ‘보통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는 것을 철학적 자아로 인식한다. 그래서 내 철학적 자아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가 인문학적 접근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나를 안다는 것을 과학적 접근을 통해 볼 때 나는 누구인가로 묻지 않고 나는 무엇인가?로 물어야 한다. 즉 철학적 자아는 물질이 아니지만 물질인 몸에 깃들어 있다. 나를 알려면 몸을 알아야 한다. 특히 뇌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뇌를 통해 다양한 것을 알게 되었다. 소유욕부터 경쟁심, 공감, 연민, 학습, 인지 등 모든 감정과 생각은 뇌가 작동하여 생긴다. 뇌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모르면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을 이해할 수 없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저자의 생각에 깊이 동감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뇌과학 프로젝트를 과학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게 되었다. 이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의 서막이었다.     


Part2. 나를 찾아가는 여정(뇌과학 프로젝트 활동)     

1. 뇌의 구조 및 형태 분석하기 – 양뇌 해부 실험

 학생들이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뇌인데 의예과가 아닌 이상 인간의 뇌를 직접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과학동아리 실험활동으로 양뇌 해부 실험을 진행하였다. 양뇌의 구조는 인간의 뇌 구조와 비슷하기 때문에 인간의 뇌 구조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은 해부를 통해 대뇌, 소뇌, 간뇌, 연수, 척수 등을 확인하였고 각 뇌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려주었다. 학생들은 뇌가 직접 만져보면서 신기해하였고 상상했던 것과 다른 부분에 대해 활동지에 꼼꼼하게 기록하고 패들렛을 통해 뇌에 대해 조사한 정보들을 함께 공유하며 공부하였다.

그림1. 양뇌 해부 실험 및 뇌의 구조 조사(패들렛)


2. 뇌의 기능 분석하기 – 뇌파 분석을 활용한 탐구활동

 A. 뇌의 해부학적 구조와 특징을 알고 난 후에 대뇌 전두엽 부분이 사람의 인지와 정서를 담당함을 알게 되었고 이를 실제로 체험하기 위해 뇌파측정기를 통해 뇌파 분석 활동을 진행하였다.(알파파, 로우베타파, 미들베타파, 하이베타파)

그림2. 뇌파측정 SW 및 학생 뇌파 측정 장면

 B. 뇌파의 특징을 조사하고 뇌파분석 사용법을 익힌 후 심화 탐구 활동으로 관련 연구 주제로 소논문 작성하였다. 총3팀으로 나눠 각자 원하는 주제로 뇌파 분석을 활용한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학술제에서 발표하였다.


 팀1 : 에너지 드링크, 커피 등 카페인 섭취 이전/이후의 뇌파 변화를 주제로 뇌파 측정을 하고 청소년들이 많이 마시는 카페인을 먹었을 때 뇌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카페인 효과(집중력 향상, 각성 효과)가 나타나는지 실험을 통해 확인하는 연구     


 팀2 : 학교에 핸드폰 자율화 정책으로 핸드폰 사용이 학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흥미를 느껴 뇌파분석을 통해 핸드폰 사용과 독서 활동을 비교하여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을 통해 확인하는 연구     


 팀3 : 클래식, 발라드, 랩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향을 고르고 각 음악을 들은 다음 뇌파분석을 통해 정서와 집중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을 통해 확인하는 연구


3. 뇌 질환 및 유전자 분석 활동 (NCBI를 활용한 유전자 분석)

 A. 프라이온 단백질 유전자 분석

 뇌의 구조와 기능을 알아본 후 뇌 기능의 이상이 생기는 질환을 찾아보았고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이 뇌로 들어가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을 변형시켜 광우병, 스크래피 병,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정보생물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NCBI(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 사이트를 활용하여 프라이온 유전자 염기서열, 아미노산 서열,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였다. 유전자 염기서열이 1,423개이고 인간 염색체 20번째에 위치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3. 프라이온 윤전자 염기서열 및 단백질 구조

B. 뇌종양 일으키는 p53 유전자 분석

 종양억제유전자의 하나인 p53 유전자가 최근 돌연변이가 될 때 뇌종양을 일으킨다는 논문을 확인한 후에 NCBI 사이트를 활용하여 p53 유전자 및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였다. 유전자에 있는 염기 정보가 어떻게 단백질 합성에 이용되는지 유전자 발현에 대한 과정을 살펴보게 되었고 세포주기와 암세포 발생에 대해 더 추가적인 탐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학생들은 직접 사이트에 접속하여 염기서열을 확인하고 단백질 구조를 보면서 신기해하며 생명과학을 더욱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4. 인공지능 활동 – 암진단 AI 만들기

인간의 지능을 기계로 구현한 인공지능에 대해 탐구하면서 지도학습으로 이미지 분류하는 탐구활동을 진행하였다. 자신이 알고 싶은 암 4종류를 선정하고 암세포 CT 이미지를 이미지 크롤링으로 다량 수집하고 부족한 이미지는 개발자들이 활용하는 캐글사이트를 통해 수집하였다. 그리고 오렌지3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분류 모델과 성능 평가를 하였고 티처블 머신으로 4종류의 암세포 CT 이미지를 분류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이를 통해 병원에서 IBM가 개발한 왓슨(AI)이 암진단을 해주는 것처럼 학생들도 자신만의 암진단 AI를 만들어보았다. 학생들은 분류 모델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인공신경망, SVM, 랜덤 포레스트 등의 학습 모델 개념을 인식할 수 있었다. 또한 각자 선택한 암세포 CT 이미지를 AI로 실제로 잘 분류하고 진단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하는데 성공하면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진로분야에 AI, SW가 매우 큰 도움이 됨을 확인하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진로분야로 진출하던 상관없이 미래사회에서는 AI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림4. 오렌지3 SW로 인공지능 이미지 분류
그림5. 구글 티처블머신으로 암진단 AI 제작

5. 뇌해부, 뇌파 분석, AI 활동으로 과학동아리 발표회를 자기주도적으로 진행함


 자신이 배운 탐구활동을 근거로 고1, 2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아리 발표회를 주최하여 진행하였다. 체험활동으로 1)양뇌 해부, 2)뇌파 분석 체험, 3)암진단 AI 제작 체험(티처블머신) 주제로 내용을 소개하고 참여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게 하였다. 동아리 학생들은 직접 행사를 준비하고 발표 자료를 구성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발표한다는 것에 흥분하였다. 그리고 지도교사가 아닌 학생 자신들이 스스로 강사가 되어 탐구 내용을 가르쳐준다는 사실에 큰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Part3. 뇌과학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된 학생과 교사      

 뇌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과학동아리 학생들에게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교사가 꿈인 학생A은 뇌과학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뇌의 기능과 학습의 원리,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배우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고 하고 교사의 진로에 확신을 갖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고 하였다. 나중에 교사가 된다면 신경교육학적 방법과 교육공학을 활용하여 창의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또 다른 학생B는 처음 동아리에 들어왔을때는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뇌 해부와 뇌파 측정법을 배우고 이를 통해 소논문을 작성하여 학술제까지 나아가 발표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고 하였다. 활동 이후에 이 학생은 실제교과 수업에 더 적극적이 되었고 성적도 향상되고 즐겁게 학교생활에 임하게 되었다. 학생C는 이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유전자 염기서열 및 단백질 구조 분석 등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앞으로 약물유전체학과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연구자에 대한 자신의 꿈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 동아리 시간에 더욱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탐구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학생D는 뇌종양을 일으키는 p53 유전자를 분석하고 암진단 AI 활동을 하면서 의사가 되어 암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고 올해 고3이 되어 더욱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수업을 처음 계획했을 때는 과연 이런 활동들이 학생들을 변화시킬까? 의구심도 있었지만 이렇게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게 된 학생, 학교생활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로 바뀐 학생, 함께 탐구하면서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맺는 학생 등 학생들의 변화된 모습들을 보게 되었다. 이런 학생들의 변화를 보며 나 역시 지도교사로써 SW AI를 활용한 수업의 필요성과 과학교사의 보람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할 때 교사와 학생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과 추억을 얻을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또한 나 역시 이런 수업을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하는구나 라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뇌과학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뿐만 아니라 과학교사인 나 자신도 더 깊이 알아가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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