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2.
오늘 25명 전원 등교했다. 자가 격리자도, 백신 맞으러 간 아이도, 체험학습 간 아이도 없이 전원이 등교하는 것은 요새 하늘의 별따기처럼 드문 일이다. 아침부터 25명 자리를 꽉 채운 아이들을 보며 뭘 하면 좋을까 설레었다. 곧 있으면 졸업이어서 지난번 칼라 인쇄해 두었던 롤링페이퍼를 오늘 쓰기로 마음먹었다.
점심 먹고 올라와서 책상을 가능한 한 크고 둥그렇게 배치하자고 하니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공부는 안 하는 것 같아 벌써 분위기가 들썩거린다. 종이를 나눠 주고 맨 위에 자신의 이름을 쓰게 했다. 내가 1분 20여 초 시간을 재고 종을 치면 아이들은 종이를 옆으로 돌리면서 쓰면 된다. 처음엔 시간이 모자라는 듯 우왕좌왕하더니 곧 익숙해져서 종을 치면 쓰는 소리만 들린다. 이 와중에 성의 없이 장난으로 쓰는 사람이 있을까 봐 나의 잔소리는 시작된다.
"쓴 사람은 한번 쓰고 잊어버릴 수 있지만 그걸 받는 사람은 평생 간직할 수도 있어. 너희는 무슨 말이 기억되길 바라니? 평소에 자신이 어떤 장점이 있는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 1년 동안 옆에서 보았던 그런 모습을 알려주면 어떨까?" 선생님은 이야기하시오, 나는 쓰겠소. 내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다들 부지런히 연필을 움직이는 모습이 예쁘다.
A4 두 장씩 돌리니 쓸 공간이 충분히 남는다. 빈 공간은 내 몫이니, 졸업 전에 꼭 써 주겠다고 큰소리친 나는 시간을 재며 종을 치고 한가로이 여유를 즐겼다. 교실 한가운데 오후 햇살이 들어오고 열린 창문으로 바깥공기가 들어와 상쾌했다.
"얘들아, 이 순간을 기억해 줄래."
어느새 스물네 번 돌아가고 처음 출발한 곳으로 페이퍼가 돌아왔다. 자기 것을 읽으면서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혼자 웃다가 손들고 발표하겠다는 아이, 글씨를 못 알아봐서 AS 받는 아이, 이름 잘못 썼다고 혼나는 아이.. 모두가 즐거워 보인다. 됐다. 오늘 하루는 이걸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