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은 왜 산산조각 날 수 없는지에 대해 밤낮을 지새며 고민하곤 했다.
얼음을 입 속에 넣고 녹이기보단 어금니로 콱콱 씹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종이를 라이터로 태우기보단 가위로 슥슥 자르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내가 당신 안으로 잘라지거나 용해되는 걸 거절한다는 것을
그런데 왜 우리는 잘게 씹어 놓은 얼음을 물에 타면서
지는 태양 앞에서 아무 말 없이 그 물을 마시는 걸까.
사랑한다는 말 대신 얼음만 녹길 기다리고 있지.
눈물이 흐르면 태양이 사라질까 봐 먼 곳을 바라보았지.
그러다가 가끔 네가 내 눈에 들어오고
너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너는 연인으로 변하다가
갑자기 조각 난 얼음 궁전으로 변하곤 했어.
그런 네가 나는 너무 부러웠지.
얼음을 사랑한다는 걸 너는 아니.
나는 계속 얼음을 사랑할 테니
너는 계속 얼음을 산산조각 낼 방법을 궁리하면 돼.
그렇게 산산조각 난 너를, 그렇게 간절해진 나를,
그렇게 조용해진 우리를
물에 타고 태양 앞에서 아무도 모르게 녹아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