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정하는 사람

by 샤인

나는 아직 수영이 익숙하지 않아서

대부분 초보 라인에서 수영을 한다.


팔이나 다리를 더 세게 젓는 힘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중·고급 라인에 가기엔 호흡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초급 라인에서도

내 속도가 조금 더 나갈 때가 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생각에 잠긴 사이

앞 사람 발에 머리를 차이기도 했다.

그래서 숨을 고를 때마다

앞 사람이 빠른 편인지, 느린 편인지

가늠하고 출발 타이밍을 조율하곤 한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그 타이밍을 정리한 순간마다

다른 사람이 먼저 출발해버렸다.


내가 정해놓은 타이밍을 자꾸 뺏기는 기분.

기분이 썩 좋진 않았지만

이곳은 나 혼자 쓰는 레인이 아니니까

다시 타이밍을 정해보곤 했다.


그러다 문득

천천히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상한 걸 하나 느꼈다.


그들은 앞사람이 빠르든 느리든,

자기 속도대로 계속 수영하고 있었다.


내가 타이밍을 재고 망설일 때도,

그들은 그냥 나아가고 있었다.


그게 눈치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나의 속도를

자꾸 다른 사람에게 맞추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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