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건강이란 건 절대, 절대적일 수 없지만
정신 건강은 뭘까.
누군가가 극도의 우울 속에 사는 것을 스스로 만족스럽게 여긴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일까 불행한 사람일까.
우울함 속에서 창의력과 창작욕구가 가장 피크를 쳐서
그때마다 다작을 이뤄내고 스스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그에게 우울함은 없애야 할 요소일까 반드시 꽉 붙잡고 있어야 할 요소일까
우울함이 싫어서 항우울제를 먹다가 아무 욕구도 감동도 눈물도 없게 된 사람은
행복해진 거라고 봐야 할까 불행해졌다고 봐야 할까.
잠이 오지 않음을 극복하려고 졸피뎀에 의존하게 된 사람은
졸피뎀으로 인해 나아졌나 더 나빠졌나
그에게 대고 내가 약사랍시고 한다는 말이,
졸피뎀 계속 드시면 안 좋아요, 줄이셔야 해요, 라면
이 말이 고맙게 들릴까 고깝게 들릴까
우울증 약으로 인해 생생한 꿈을 너무 많이 꿔서 매일 수면의 깊이와 질이 떨어지지만
꿈 속에서 추억 속의 사람들을 매일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면
그의 잠은 그에게 활력을 줄까, 그를 고갈시킬까
그는 우울증 약을 계속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거식증으로 온 몸의 가죽이 뼈에 달라붙어 살아있는 미라 같은 모습이지만
자기 자신을 통제했다는 느낌에 태어나서 가장 만족스러운 상태라던 사람이
오랜 기간 정신과 치료를 통해 표준체중에 도달했다 해도
여전히 몸에 대해 남아 있는 불만을 지울 수 없다면
저체중의 그가 더 행복한 사람인가 표준체중의 그가 더 행복한 사람인가
니코틴 패치와 니코틴 껌과 챔픽스에 자신을 몰아넣고
혹독하게 채찍질하며 금연을 시도하지만
늘어난 것은 체중과 짜증, 시도때도 없이 맞닥뜨리는 유혹이라면
그의 정신건강에 더 좋은 것은 무엇일까 금연일까 흡연일까
당뇨약을 먹고 있지만 맛있는 마카롱 한 입에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 같다며 행복을 느끼는 분이 있다면
맛있는 케이크 한 입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분이 있다면
그분에게 꼭 '건강한' 대체제를 고집하는 게 맞는 일일까
하루에 열 두 알의 건강기능식품 알약을 먹으며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과 지방산을 주입해 주는 것과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게 냅둬, 인생 뭐 있어
시간에 그냥 몸을 맡기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조화로운 걸까
몸의 건강이 삶의 질로 이어진다지만
몸의 건강과 삶의 질의 상관 관계가 더 높을까 심리적 안정과 삶의 질의 상관 관계가 더 높을까
아니, 심리적 안정이라는 거 그냥 다 비겁한 변명이고 핑곗거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