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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타운 은현빌딩 87층 8703호 총격 사건 사망자 에라22 상속자로 확인'
조사1과 도율은 전산팀으로부터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Toxs 시스템 내에서 모든 금융 이벤트는 즉시 기록된다. 에라22 유산 사건이 시스템에 남긴 상흔은 명확했다. 상속자들을 추적하기 어렵도록 소숫점 단위로 1차 살포를 마치고, 그 위에 암호문 같은 패턴으로 소액을 지급했다. 그 다음 몇 단계를 걸쳐서 나뉘어졌던 돈들이 몇몇 계좌에 물방울처럼 맺혔다. 맺힌 금액은 푼돈이 아니었다. 물론 하이 소사이어티 기준에서는 푼돈이겠지만, 서민에게는 돈벼락일 것이다. 도율이 3일 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야근하고 있는 이유는 이 돈벼락을 거두기 위해서였다. 정상적인 부의 이동이 아니기에, 시장을 교란시킨다. 가능한 빨리, 무슨 수를 쓰더라도 회수해야 한다.
어제 체포한 상속자가 에라22 유산에 '지갑'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상속자는 다행히 '지갑'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유산을 지갑에 옮기려는 시도를 했었다간, 단순히 환수처리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형을 살게 되었을 것이다.
코인에 원장 기록 외에 다른 기록이 있다는 사실은 위험했다. 에라22는 만만한 인간이 아니었다. 하긴 Toxs 시스템 창시자 중 한 명인데 호락호락할 리가. 지금 시중에 뿌려진 유산은 전체 자산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국세청이 에라22를 잡지 못하는 것도, 그 자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Toxs 시스템에 기생한지 오래였고, Toxs 수뇌부에게 수갑을 들이밀어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었다. 애초에 Toxs가 국가 금융 시스템을 대체한 것도 정부의 무능 탓이었으니, Toxs가 마음만 먹는다면, 정치판도 갈아엎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면은 도율의 취향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도율이 사는 곳이 사회였다. 도율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였다.
하나, 규칙을 지키는 것.
둘, 규칙을 지키지 않은 자를 잡는 것.
구형 스포츠 호버에 시동을 걸고, 도율은 새드타운으로 향했다.
8703호에 살고 있던 사람은 '정일경'으로 10년 전에 Toxs에 근무한 이력이 있었다.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정일경은 출생지도 새드타운이었다. 새드타운 출신이 Toxs 직원이 된다? 코끼리도 울고 갈 농담이었다. 하이소사이어티 일원이 아니고서야, Toxs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럴 만한 지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유 사회를 표방하기에, 하이 소사이어티는 언더 소사이어티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준다.
그러나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선, 지구의 인력을 거슬러야 한다. 하이 소사이어티에서 태어난 아이는 양질의 영양제를 먹고, 최고급 뇌교육을 받는다. 건강한 신체와 여유로운 정신 상태로 공부하고, 사교성을 키운다. 매력적인 외모를 기르고, 지나치게 많은 사랑을 서로에게 주고 받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에, 언더 소사이어티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빈약한 육체와 빡빡한 정신 상태로 바닥에 두 발로 서 있는 것조차 힘겹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한 하다.
그런데, Toxs에 입사했다고? 어디서나 돌연변이는 태어나나 보군. 외곽에는 지갑도 태어나니.
하지만, 이상한 점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Toxs에 입사 후 2년 뒤, 계좌 거래 내역은 일체 없었고, 휴면 상태에 들어가 있었다. 계좌가 꺠어난 것은 지난 달이었다. 사용처는 근처 편의점이었다. 편의점 CCTV로 확인한 얼굴은 '정일경'과 달랐다. 감식반에서 확인한 결과, 집에서 검출된 지문과 일치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소사이어티 소속 주민의 지문은 모두 등록되어 있다. 정일경의 계좌를 훔쳐쓰고 있는 사람은 외곽 출신인지도 모른다.
신원이 확인된 용의자 류미토는 과거 외곽 부대 근무했다. 그때 사귄 끈일 수도 있었다. 계좌를 분석한 결과 에라22의 유산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예감이 나빴다. 둘을 잡으려면, 남쪽 검문소 바깥으로 가야 한다.
탄창을 확인했다.
쓸 일이 없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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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향이 맞아?"
끝없이 이어지는 황량한 풍경을 바라보며, 류미토가 말했다.
"북극곰자리가 저기니까, 쭉 가면 나와요."
아샤는 지도와 하늘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몇 시간 정도 걸리는 알아?"
"대충 두 시간 정도요. 운 나쁘게 산적이라도 만나지 않는 한."
바로 그때 옆 바닥에서 샌드 트럭이 튀어나왔다. 트럭이 창을 내렸고, 총신이 밖으로 나왔다.
"망할, 운이 나빠졌잖아!"
류미토는 거칠게 핸들을 돌렸다.
탕탕
다행히 맞진 않았다.
"하나 더 와요."
좌측에서 따라오는 검은 밴을 가리키며 아샤가 말했다.
"운 한 번 나락가네, 안전벨트 꽉 매."
"그런게 있었어요?"
"아, 찢어졌지. 그럼 뭐라도 잘 잡고 있어."
"뭘 잡-"
말을 마치기도 전에 류미토가 액셀을 밟았다. 등과 머리가 뒤에 쳐박혔다. 아샤는 좌석에서 튕겨나가지 않게 바닥에 발을 쫙 펴고, 온몸을 의자에 밀어붙였다. 도로는 완전히 사라졌고, 암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도에 적혀 있던 바윗길에 진입한 듯했다. 가벼운 바이크는 울퉁불퉁한 지면에 사정없이 흔들렸다. 지진도 이보다 심하진 않을 것 같았다. 이 와중에도 류미토는 바이크를 잘도 몰았다. 놀라울 정도로 탁월한 솜씨였다. 외곽부대 출신이란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군. 아샤가 할 수 있는 건 토하지 않게 버티는 일이었다. 그마저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법 큰 바위들이 점점 더 빽빽해졌고, 묘기처럼 피하는 중에도, 밴과 트럭은 어느새 양옆으로 다가왔다.
트럭 뒷좌석 창문 밖으로 남자가 총을 내밀고 열렬히 쏘아댔다. 아샤 쪽 창문이 모두 깨졌고, 귀에선 피가 흘렀다. 운좋게도 살짝 스친 정도였다. 하지만 머리가 날아가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지갑 죽지 마. 내 돈 먹고 어딜 튀려고."
"그럼 저승으로 안 튀게, 어떻게 좀 해봐요."
류미토가 씨익 웃었다.
"저기 저승문있네."
눈 앞에 좁은 협곡 틈이 보였다.
설마 저기로 들어간다고?
이 여자는 진짜 미친 걸까.
1cm라도 밀리면 그대로 갈릴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았다.
"더 꽉 잡아."
더 꽉 잡을 것도 없었다.
그때 쫓아오던 밴과 트럭이 날아갔다.
류미토가 브레이크를 밟았고, 아샤는 거의 몸이 튕겨 나갈 뻔했다.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눈을 떠 밖을 보았다. 차들이 날아간 자리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세찬 바람이 불어왔고, 바람의 근원지에는 중형 호버가 있었다. 거대한 포를 장착한 군용 호버였다.
아샤는 단번에 호버를 알아보았다.
해달의 민족 수장 세향의 호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