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멀미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은, 어릴 적 포항에서 울릉도로 향했던길이다. 큰 여객선이었는데도 워낙 풍랑이 거센 지역이다 보니 배가 내내 넘실거렸다.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려운 극심한 괴로움에 정신까지 혼미해질 정도였다. 고개를 좌석 뒤에 고정하고 있어도 힘들었고,앞으로 수그리고 있어도 힘들었다.
그때는 다른 사람들도 멀미를 많이 했기에 내가 특별히 뱃멀미가 심한 편인지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배를 탈 때마다 멀미는 반복되었다. 갈라파고스에서 엄마와 배를 타고 나가 스노클링을 할 때는 작은 배를 탔기에 더더욱 힘겨웠고, 호주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에서는 꽤나 큰 배였음에도 멀미에 지쳐서 계획했던 스쿠버다이빙은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뒤늦게 스노클링만 겨우 했다.
자동차를 타거나 버스를 탈 때도 종종 멀미를 하지만,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읽거나 어딘가에 지나치게 몰두하지만 않으면 크게 괴롭지는 않은 편이다. 강물 위 유람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거친 바다 위를 달릴 때면나는 꼭 멀미를 한다.
몇 번의 괴로운 일들을 겪은 뒤에야 찾아보니, 바다에서의 멀미는 눈으로 보는 것과 내이의 전정계에서 느껴지는 것 간에 괴리가 있기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즉, 배의 객실 안에 있으면 내이로는 배가 출렁거리는 걸 느끼더라도, 시각적으로는 주변 환경이 정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차이로 인해 멀미를 한다는 것이다. 바다는 도로보다 더 예측이 어렵고 강보다 더 넘실거리니, 배 안에 고정된 무언가를 보고 있으면 실제 몸이 느끼는 배의 움직임과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움직임이 다른 것 같다.
뱃멀미를 덜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멀미약, 누워있기, 잠자기. 약 없이 깨어 있으려면, 창가나 갑판 위에서 시선을 바깥의 먼 곳에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저 멀리의 수평선이나 작은 섬, 혹은 등대와 같은 곳에 말이다. 멀리 고정되어 있는 걸 바라보고 있으면 배의 움직임에 대한 시각적 정보가 보다 정확해진다고 한다. 배가 넘실거릴 때마다 수평선이 움직이는 등 시야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질 것이고, 그걸 기준으로 시각과 몸은 같은 정보를 얻게 된다.
가고자 하는 지점이 있을 때는 멀리 목표를 향해 잘 가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하지만 간혹 조급함이 앞서 넓게 보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당장 내 손에 쥐어진 것들에만 집중하느라 내가 탄 배가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풍랑에 의해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지지는 않았는지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면, 사소한 일들에 지치게 된다. 그러는 사이 반대로 떠내려가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멀미하지 않으려면,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지치지 않으려면,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한다.가까운 것들 하나하나에혼란을 느끼지 말고, 먼 한 지점만 신경 쓰면 된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 나의 북극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