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시기를 넘어
season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계절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본래 뜻은 '적당한 때'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in season은 특정 계절이 아니라 제철임을 뜻하고, out of season은 비수기나 유행이 지난 상태를 뜻한다. 동사형으로 쓰일 때는(to season) 맛을 적절히 내도록 양념한다는 의미가 된다.
'적당히'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어렵다. 요리할 때 '소금을 적당히 넣으라'라고 하면 얼마나 넣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딱 적당한 온도' 역시 따뜻하다는 것인지 시원하다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적당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벚꽃은 봄에 피고, 수박은 여름에 달콤해진다. 억새는 가을에 피고, 눈은 겨울에 내린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저마다 맞는 계절이 있다고.
그렇다면, 사람에게도 적당한 시기가 있을까?
우리는 살면서 모든 계절을 맞는다. 비도 내리고, 햇살도 환히 비친다. 때로는 폭풍우가 치거나 진눈깨비가 내릴 때도 있다. 그중 언제를, 나의 계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season에서 파생된 단어 중 seasonless가 가장 마음에 든다. 특정 시기를 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꼭 사람을 위한 위로 같아서.
사람은 꽃보다는 나무에 가깝다. 나무는 날씨가 어떻든 상관없이 일 년 내내 그 자리에 꿋꿋이 서 있다. 이파리가 풍성할 때에도, 다 떨어져 앙상할 때에도, 꽃이 있거나 단풍이 있거나 눈송이가 앉았을 때에도. 아무도 나무에게는 '제철'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칫 seasonless란 말은 특색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계절의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일이다. 특정 순간만이 아닌, 그 어느 때에도 빛을 잃지 않는 삶. 하나의 계절을 기다리기 위해 무수히 많은 계절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는 삶.
계속 이어지는 드라마의 각 season들처럼, 종영하지 않는 이야기가 되고 싶다. 매번 새로운 주제와 새로운 에피소드로 반복해서 다시 시작되고 싶다. 그리하여 반복에 무뎌지는 대신 그 안의 기적을 바라볼 것이다. 피어날 때도, 물들 때도, 바래질 때도, 언제나 그 속에서 그 순간만의 하이라이트를 발견할 수 있기를.
수없이 많은 계절이 나를 찾아와 차곡차곡 내 안에 흔적을 남기면, 언젠가 나는 그 어떤 계절에도 굳건한 나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비로소 seasoned라는 말을 자신 있게 붙일 수 있지 않을까. 그 어떤 계절도 나를 말없이 스쳐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성장을 위한 거름으로, 일상에 재미를 더하는 양념으로, 그렇게 모든 순간들이 저마다의 의미로 내게 스며들 것이다.
새 계절도 그런 마음으로 맞이해보려 한다. 이 계절 또한 나의 계절이라는 마음으로.
season: (명사) 계절, 시기, 특정 시기 / (동사) 양념을 하다
in season: 제철인, 적절한 시기인, 유행인
out of season: 철이 지난, 계절에 맞지 않는, 유행이 지난
seasonless: 계절 구분이 없는, 시기를 타지 않는
seasoned: 경험이 많은 ('양념이 된'이라는 뜻도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