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르소나 Jun 11. 2024

#18. 부러운가? 나는 실패한다!

할 때까지! 될 때까지! 이룰 때까지!

불이 하나둘씩 껴지면서 긴장감이 흐른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발걸음에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당당함으로 가득 찬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부러운가? 141,211번의 스윙과 68개월 27일의 투자로 만들어진 자세다."


요즘 귀에서 맴돌고 있는 광고 내용이다. 이 광고는 테니스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연습이 필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운동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잘한다." "멋있다."라고 말하면서 그들의 현란한 동작에 감탄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 뒤에는 우리가 알지 못한 수많은 인고와 실패의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운동을 조금 할 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하나를 잘하면 다른 운동도 능숙하게 할 수 있다는 마법 같은 비밀을 말이다. 나는 탁구를 시작으로 농구, 족구, 테니스, 헬스, 수영, 스노보드 등 다양한 운동을 배웠으며, 대부분 상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 보니 나는 동일한 원리 안에서 모든 운동을 머리와 몸으로 배우면 잘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 몇 가지 방법을 지금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첫째, 실력은 자세(폼, form)에서 나온다. 운동을 하다 보면, 실력이 향상되는 것 같다가도 더 이상 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자세가 불안정하거나, 몸의 동작이 망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다시 자세를 잡는 것이다. 모든 스포츠의 자세는 최대치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수많은 연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지금 하는 운동을 잘하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방법이 아니라, 나보다 잘하는 사람의 동작을 보고, 따라 할 줄 알아야 한다. 운동을 잘하는 비결은 프로의 동작을 최대한 모방할 줄 아는 사람이다. 다만, 모방에도 순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모방은 의식적 모방과 무의식적 모방이 있다. 의식적 모방은 지금 내가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배우는 것으로,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의식적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고쳐가는 것이다. 무의식적 모방은 몸이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익히게 되는 습관적인 행동을 말한다. 결국 프로의 자세는 의식적 생각이 무의식적 행동으로 다듬어진 동작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진짜 실력은 극한 그 이후부터 쌓인다. 처음 턱걸이를 할 때, 다섯 개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턱걸이를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팔의 힘이고, 두 번째는 몸의 탄력성이었다. 조금 쉽게 설명하면, 팔의 근육에 힘이 붙으면, 몸무게를 당길 힘이 생기고, 몸에 탄력을 주면 더 쉽게 상체를 위로 움직일 수 있다. 이렇게 연습해서 나는 걸이를 50개까지 해봤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준에 x2를 더하는 것이다. 현재 내가 턱걸이를 최대 10개까지 할 수 있다면, 10개만 해서는 턱걸이 실력이 늘 수 없다. 10개 이상을 해야 제법 멋있는 상체를 만들 수 있다. 바벨(barbell)을 들 때도 마찬가지다. 30kg의 무게를 10번 드는 것이 현재 나의 한계라면, 10개 이상부터가 근력, 근육, 내공으로 쌓이게 된다. 진짜 실력은 내가 제한한 한계 그 이상을 넘어설 때 가능하다.


셋째,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속도와 정확성에서 나온다. 전자는 빠른 속도/움직임(공 또는 운동하는 사람)에도 불구하고 실수하는 법이 거의 없지만, 후자는 속도도 느리고 잦은 실수로 좋은 점수 혹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족구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대학교에서 탁구를 제법 치고 나서 다음 도전으로 족구를 배웠다. 족구는 팔과 가슴을 제외한 신체 부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탁구보다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 수비를 잘하기 위해서는 빠른 발과 상대의 공을 잘 받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속도가 느리거나 발의 각도가 어긋나면 공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튕겨 나간다. 공을 원하는 곳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디딤발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오른발과 공의 타점이 잘 맞아야 한다. 나도 처음에는 흔히 똥 볼(공이 어긋난 방향으로 튀는 것)을 많이 찼기에,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제기차기 동작으로 자세를 잡아나갔다. 어느 날에는 도서관 뒤에서 혼자 두 시간 이상 똑같은 동작을 반복한 적도 있었다. 속도와 정확성은 반복에서 나온다는 것을 탁구하면서 배웠기 때문에 정확한 축구공의 위치와 타점을 공략하기 위해서 나는 매일 공을 발로 튕기는 연습을 반복하고 반복했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운가? 그들처럼 잘하고 싶은가? 그런데 자신의 실력은 너무 보잘것없고, 초라하고, 부끄러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지금 하는 것이 어설프니 앞으로도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현재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거 포기의 습관이 만들어 놓은 덫 때문이다. 수없이 노력하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면, 마지막 한 가지 방법이 남아있다. 잘할 때까지 죽도록 해보는 것이다. 운동에 목숨을 거는 것은 인생에 생명을 담보하는 것과 같다. 다음의 세 가지는 운동을 통해서 배운 교훈이고, 나는 지금까지도 이 원칙에 따라서 나의 삶을 설계하고 있다.


1. 자세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고 반복한다.

나는 수영 동작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 수영 코치에게 8개월 동안 팔 돌리기, 발차기, 팔 꺾기, 호흡법을 배웠다. 수영 실력이 늘지 않아서 몇 번이고 포기하려고 했다. 입수만 하면 수시로 발에 쥐가 났고, 호흡하기 힘들어서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 하지만 못하는 것은 하지 않기 때문에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강습이 없는 날에는 혼자 수영장에 가서 배운 내용을 생각하고 몸의 동작 하나하나를 잡아갔다. 8개월 동안 매일 한 시간씩 배운 내용을 반복적으로 연습했고, 그 결과 지금은 쉬지 않고 두 시간 동안 힘들지 않게 수영할 수 있고, 파도가 치는 바다 위에 누워서 잠깐의 잠을 잘 수도 있게 되었다.


2. 힘들다고 생각할 때부터가 시작이다.

군대에서 처음 헬스를 시작할 때 선임자들이 나의 몸을 보고 비린내가 난다고 비아냥거린 적이 있다. (별명이 멸치였다). 하지만 나는 턱걸이와 팔 굽혀 펴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한 시간 이상 운동을 했다. 그렇게 1년 6개월이 지나고 나는 부대에서 가장 몸이 좋은 군인이 되었다. 옆 부대의 사람들까지도 나의 몸을 보기 위해서 구경을 올 정도였다. 내가 했던 방법은 단순했다. 나의 한계치가 턱걸이 20개라면 10개를 더 하기 전까지 절대 내려오지 않는 것이었다. 팔에 경련이 일어날 때까지 온 힘을 다해서 턱걸이를 끝내는 것이었다. 팔 굽혀 펴기도 마찬가지였다. 한계가 50개라면, 10개 이상을 더 할 때까지 쓰러지더라도 무조건 해내는 것이다. 이렇게 운동을 하다 보면 매일 상체가 마비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 그때부터 근육이 붙는다.  


3. 성공은 실패와 실패로 완성한다.

대학교 1학년 때 농구가 좋아서 일주일 용돈의 절반을 사용해서 농구공을 샀다. 나는 키도 작고, 덩치도 왜소했기 때문에 가드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삼 점 슛만 연습했다. 믿지 않겠지만, 며칠 동안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삼 점 슛 연습만 했다. 내가 연습을 그만둔 것은 10개를 던져서 10개를 모두 넣었을 때였다. 사람들은 "네가 무슨 농구냐"라고 비웃을 때였다. 하지만 나는 공을 잡으면 삼 점 슛을 가장 잘 넣는 신학-선수(신학생이지만 운동을 더 많이 하는 학생)가 되었다.


스포츠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속력, 지구력, 기능을 겨루는 경기이다. 이 세 가지는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과 대단히 유사하다. 속도는 반복에서 나오고, 지구력은 인내에서 나온다. 이 두 가지가 기능으로 발전하면 게임에서 이기는 횟수가 많아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복과 인내가 필요하다. 때로는 단순하게 그리고 무식하게 달려드는 것이 지름길일 때가 있다. 운동이 그렇고 인생이 그렇다. 대충 하면 결과도 대충 나온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반복과 인내를 견디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버텨야 할까?


될 때까지! 할 때까지! 이룰 때까지!   

이전 17화 #17.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서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