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14.JE

by JE

117일이라는 짧지만 뜨거웠던 연애가 끝나고 나니,
과거의 장면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내 얼굴만 봐도 기분을 읽어내던 사람.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나를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 상황을 피해 주던 사람.
우산 없는 날, 나에게 우산을 쥐여주고,
본인은 친구에게 빌리겠다며 웃던 사람.

그는 내가 사랑받는다는 게 어떤 건지,
진짜로 가슴 깊이 느끼게 해 준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온통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버렸다.

싸운 기억보다 웃던 기억이 많았고,
서운함보다 따뜻함이 더 선명했다.

우리는 집이 가까워
항상 같이 걸었고,
항상 같은 길을 지나쳤다.

하지만, 그와 헤어진 후,
익숙한 길거리를 걷기만 해도
그가 내게 하던 행동과 말투, 눈빛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결국 나는 그 길거리 한복판에서
참지 못하고 울다가,
사람들 틈에 쪼그려 주저앉아버렸다.

길 위에서, 울면서,
혼자였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다.
밥도, 물도 삼키지 못하고,
잠도 거의 자지 못했다.

눈만 감으면,
그 사람 생각이 밀려왔다.

살을 찢는 아픔도
그를 잊게 해주지 않았다.

상처는 하루에 몇 개씩 늘어났고,
몸도 마음도 모두 망가져갔다.

결국 탈수가 와서 쓰러졌다.
병원으로 실려가던 그 순간,
아직도 나는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헤어진 지 일주일 만에,
나는 8킬로가 빠졌다.

숨을 쉬는 것조차 아팠고,
살아 있는 게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생명이 피어나는 봄에, 우리는 처음 만났다.
뜨거운 여름에는 서로를 태울 만큼 사랑했고,
쓸쓸한 가을에 이별을 맞이했다.
그리고, 가장 추운 겨울.
나는, 혼자였다.

혼자 얼어붙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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