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이주만에 쓰는 대학 일기네요... 시험이 끝나고 한껏 쾌락을 향하다 보니 잊어버린 것을 자각했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더라고요. 시험기간이 종료된 것을 면죄부 삼기로 했죠. 뭐가 뭔지 잘 판단이 안 되는 시기이긴 하네요. 방향이 고정이 안되니 나아가기도 어렵고 계속 다른 길로 빠지게 되고요.
금요일 수업에서는 오랜만에 인상 깊은 내용을 배웠어요.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문학작품을 배우며 저자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을 접하게 됐는데, 뇌리에 강렬하게 박혔어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의 노예가 되어버린다는 교수님의 말씀. 부분적으로는 납득이 되었어요. 어찌 보면 카잔차키스도 자유의 노예인 셈이죠. 인간이 어딘가에 종속되는 것은 평생을 걸쳐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기도 해요. 특정 집단에, 특정 가치관에, 특정 목표에, 특정 사람에... 생각해 보면 셀 수도 없어요. 무의식적으로 우린 외부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으니 더더욱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저는 그래서 스스로를 의도적으로 종속하려 해요. 매일의 계획에 자신을 할 수 있는 한 단단히 묶어놓고 싶고 그것만 바라보게 하고 싶어요.
수업 도중 니체의 위버맨시 개념에 대해서도 알게 됐는데, 이것도 흥미롭게 들어서 이후에 니체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자로 잰 것 같이 깔끔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일상.
어쩔 수 없습니다.
일단 멈추지 않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