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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사적인 문학이야기

아무도 관심 없지만 제일 중요한 이야기

by 뭉클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자 숱한 에피소드가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텍스트의 일환으로 쉬운 영미소설들을 읽히는 시도를 했다. 10년 차 교사생활을 넘겼지만 본격적인 문학수업은 2년 차다. 고전이나 글밥이 그득한 소설을 읽힌 것은 아니었음에도 상당한 난항을 겪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글로 된 책도 읽지 않는데 중등학교 수준이라고 한들 읽을 리가 없지 않나.



여기에 적는 영미문학수업은 공식적인 영미문학수업 과목이 아니라 내가 담당학년의 아이들에게 실천하고자 하는 문학수업을 지칭한다.



내가 모르는 것을 가르칠 수는 없다. 나는 기존 대회들을 폐지하고 UCC 공모전으로 바꾸기를 제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의 문학수업도 바뀌어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연수를 듣고 관련 책들을 찾아보면서 연구하고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중이다.



다만 이 글은 '무엇을 가르칠까?'에서 '왜 그리고 어떻게 가르칠까?'로 초점을 옮기는 글이다. 얼마나 많은 글밥을 읽힐까 하는 내용적인 고민보다 왜 이 글을 선택했고 그래서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자신만의 생각을 갖게 할지 기능과 태도에 관한 고민을 해보고자 쓰는 글이다.



질문독서수업에 대한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척박한 입시환경에서 질문하는 문화를 만드는 용기를 얻었다.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그럴 때마다 조금씩 방법을 바꿔가면서 더 나은 길을 찾아갈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영미문학수업도 마찬가지다. 영미문학에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문화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우리가 다른 세계를 포용하고 비판할 줄도 아는 주체적인 독자가 되는 길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려고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비전과 지향점에 대한 나의 생각

예측 불가한 사회의 급속한 변화로 불확실성 증가

- 요즘 아이들은 창직을 한다. 직업도 만드는 시대. 직장보다 직업이 더 많을 세대. 열심히 살아도 별로 보장되는 게 없는 무민 세대다. 그들에겐 내적인 힘이 꼭 필요하다.


맞춤형 교육에 대한 요구 증가

- 맞춤형 교육은 수준별 교육과 동의어가 아니다. 같은 학습 주제 아래 다른 수준의 학습자일지라도 학습지의 수준은 학습자가 결정할 수 있다. 자신의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학습지를 선택할 경우 친구와 멘토-멘티가 되어 해결해 나가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다. 수준을 고려하되 그 수준에 머무르지 않도록 한다.


교육과정 자율화, 분권화에 대한 요구도 커지는 상황

- 국가 교육과정, 지역 교육과정, 학교 교육과정...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도록 권장하고 있다. 교사는 끊임없이 배우며 가르치는 사람이다.


사회 변화에 걸맞게 학생들의 주체성 향상

- 아이들은 스스로 해결하고 극복하면서 성장한다.



문학은 두루두루 읽히는 사적 기록이다. 모든 기록에는 필연적으로 관점이 담길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팩트를 전하는 저널리스트의 글과는 달리 한 가지 방식으로 읽히지 않으며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 자기 앞의 생을 극복하는 글이다. 아이들은 가장 문학하기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학을 왜 배워야 하고 이를 통해 기르고자 하는 능력과 학습의 도달점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가를 어떤 식으로 해나가야 할지 무엇에 유의해야 하는지도 확인한다.



연재를 하는 동안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을 질문으로 남겨둔다.

1. 질문과 활동이 독자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2. 분석과 이해, 추론을 넘어서는 역량이 발현되는가?
즉, 창의력, 비판적 태도, 공감, 포용, 소통, 상상력, 자기만의 경험과 연결, 현실에 적용...등을 고려하고 있는가?


그리고 또 하나! 귀자의 <모순>의 한 구절을 빌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유의해야 할 점

1. 문학은 어린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도 어른들이 잘 모르는 단어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어휘 수가 많다는 것이 교재의 난이도가 높다는 뜻은 아니다.

2. 책 한 권을 통째로 읽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것. 가벼운 그림책, 번역본이나 영화가 있어서 내용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 등으로 접근하며 발췌독으로 접해보고 나서 제대로 한 권 읽기를 시도하는 방법도 있음.

3. 시나 희곡처럼 학생들이 흔히 접하지 않는 장르는 간단하고 쉬운 작품으로 선정하는 것이 좋음.

4. 문학은 다양한 서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읽기 전에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나 상황에 대해 학습자의 배경지식을 활용하는 활동이 매우 중요함.


이 기록이 어디로 흘러갈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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