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참이슬

일상생활

by 소박하며화려한

"소주 광고는 예쁜 사람만 하는 거야?"

딸아이 질문에 어떻게 알았지 싶었다. 당대 최고 미녀 인기 스타라는 증명은 소주 광고인데. 어디서 들었냐고 물어보니 친구가 말해주었다고 한다. 아홉 살 여자 아이들이 그런 정보가 있을 리 만무하고. 필시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들은 것이겠지. 질문에 맞다고 대답을 하니 무언가 찜찜하다. 예뻐서 할 수 있다 식의 논리를 아홉 살 인생에게 벌써 심어주고 싶지 않다.

영국 BBC방송에서 만든 유아교육 프로그램이 채널을 돌리다가 잡힌다. 우리나라로 치면 티브이 유치원 하나 둘 셋 같은 프로그램인가 보다. 다른 나라 언어의 방송을 굳이 보는 편은 아닌데 아이들이 동물 농장에 간 모습이 귀여워 잠시 지켜보았다. 돼지를 쫓아다니고 양을 몬다. 아빠와 집안에 울타리를 만들어 톱밥과 작은 그네, 쳇바퀴 등을 채워 놓더니 햄스터에게 놀이터를 만들어준다. 다인종의 아이들이 농장 앞에 모여 깡충깡충 뛴다. 그중 휠체어를 탄 아이에게 시선이 꽂힌다. 어디서부터 뿌리가 생긴 편견인지는 모르겠지만 깜짝 놀랐다. 동등하다는 생각은 있지만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모두 같이 만세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신선했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편견에서 멀어진 어른으로 성장하겠지. 보이는 것은 우리를 나누는 기준이 될 수도, 전부가 될 수도 없다.

아이에게 소주 광고는 예쁜 사람이 하지만 예쁜 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토를 달아주었다. 알았다고 끄덕인다. 그래, 외모는 중요한 게 아니야. 외출했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음료수를 사겠다고 가게에 들어간다. 원플러스 원 행사라 두 캔을 얻었다. 한 캔을 마시고 한 캔은 주머니에 넣은 채 집에 도착하니 둘째가 음료수를 마시고 싶어 한다. 동생에게 오빠도 하나만 달라고 부탁했지만 냉정한 딸아이는 거절하더니 네임펜을 들고 캔 뚜껑에 이름을 쓴다. 자기밖에 마실 수 없다는 명확한 표시다. 둘째는 오빠 몰래 마시고 그러는 나쁜 사람 아니라고 억울한 해명을 한다. 딸아이는 말했다.

"오빠는 얼굴이 안돼서 마실 수 없어."

오늘의 교육, 과연 성공한 걸까. 오십견도 아닌데 갑자기 어깨는 무거워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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