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맛

일상생활

by 소박하며화려한

한 달 동안의 여행을 혼자서 다닌다면 어떤 기분일까.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난 지인이 있다. 하루하루 업데이트되는 인스타그램의 사진들을 보면서 안전하게 잘 다니고 있구나 하고 안심한다.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그녀의 일상을 훔쳐보는 것이 아무도 내준 적 없는 혼자만의 과제가 되었다.

그녀는 원인모를 두드러기에 잠시 고생을 하기도 하고 한인 병원을 소개해주는 고마운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층층이 쌓인 것 같은 산. 배를 타고 건너는 고즈넉한 강이 있고 여러 사람들을 지나치며 만난다. 인종만 다를 뿐 영락없는 우리 집 할머니 같은 할머니들,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사진기만 들이대면 웃는 아이들, 아이를 업고 배를 타는 친절한 아주머니들. 자기만 한 배낭을 메고 어제는 하노이로 떠났다.

나의 역마는 봄과 함께 깨어나고 있다. 오늘은 경칩이라던데. 네이버 메인 화면에서 작게 뛰어다니고 있는 청개구리를 보고 아침부터 잠시 웃었다. 얼마 전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왔으면서도 근질거리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혼자 떠난 그녀가 부러웠었나 보다. 그녀는 아이 없는 그리고 없을 예정인 아직 신혼인 부부다.

밥도 혼자 먹어보고 때때로 영화도 혼자 보며 종종 혼자 장거리 외출을 하다 돌아오지만 혼자 낯선 공간에 낯선 사람들 사이에 놓여본 적은 없었다. 홀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처음은 어색하지만 차차 길들여지면 그만큼 홀가분한 것이 없다. 특히 쇼핑이나 미용실을 간다거나 하는 일은 이제 누군가와 같이 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한 게 되어버렸다. 결혼 후 혼자 무엇을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어쩌면 이제야 진정 어른이 되었나 하는 기분을 얻고는 했었다.

그녀에게 부러웠던 부분도 그런 점이다. 돈을 들여 어딘가를 가고 못 먹어본 무언가를 사 먹고 하는 것들이 아닌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곳에서 홀로 이겨내 보는 시간이 부러운 것이다. 소화기가 약한 내가 타국에 나갔다가 고생이라도 하게 될 걸 생각해보면 선뜻 부러워할 일은 아니지만 그녀 인생의 색다름이 나에게 무언가 자극제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는 베스트 프렌드 '남편'에게는 잠시 숨겼다.

많은 것들을 같이 공유하다가 잠시 혼자라는 숨표를 찍겠다는 선언은 어쩌면 서운함으로 다가갈 수 있다. 내가 요즘에 들었던 그런 마음들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면 서운함이 앞설 것 같아 말도 꺼내지 않았다. 물론 그런다고 진짜 실행에 옮겨서 가족들을 두고 혼자 떠날 용기는 없지만. 가족을 꾸린 이후로 달라진 점은 어디 가서 좋은 경험을 얻을 때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좋은 것은 같이 하고 싶고 맛있는 것은 같이 먹고 싶은. 결국 혼자서 경험한 후에 남는 기분이란 가족들을 데리고 오지 못한 허전한 마음이다. 남편도 그런 마음을 알기에 혼자 떠난 그녀의 남겨진 남편을 걱정했다. 그리고 나도 그녀가 부러웠던 마음은 꽁꽁 감추어 두고 언젠가라는 이름의 자물쇠를 채워놓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나중에 홀로 있고 싶지 않아도 혼자의 시간을 보낼 때가 올 것이다. 그때를 위해서 지금의 그런 바람은 아껴두려고 한다. 해보지 못한 일들을 묶어두는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보며 나이를 먹어간다면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설레는 기분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위한 애달픈 위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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