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을 다녀와서

일상생활

by 소박하며화려한

항상 초보 같은 마음이지만 햇수를 헤아려보니 벌써 8년. 가지 않던 길을 가보고 좋아하지 않던 것을 해보자 해서 시작한 일이 벌써 이만큼 내 생애 안의 한틈을 채워가고 있다. 벌레가 싫고 바깥에서의 취침은 더더욱 싫었었는데.

매년 캠핑의 시작이 기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다녀오면 피곤하고 전날 짐 챙기는 것도 귀찮아 시작은 늘 고민한다. 올해도 과연 갈 것인가. 계곡물을 받아 만든 수영장에 몸 담그고 싶어 성화인 아이들 때문에 할 수 없이 가지만 처음 시작을 끊으면 그다음부터는 쉽다. 재미있고 기대가 된다.

처음에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여러 곳을 가보았다. 다음 해에는 집에서 먼 곳으로 여러 곳을 가보았다. 그런 식의 반복이 지나간 후부터는 늘 가는 가까운 곳이 생겨났다. 자주 가는 곳과 처음 가보는 곳을 번갈아 가보다가 이제는 몇 군데로 가는 캠핑장이 좁혀졌다. 구조가 익숙하고 시설이 눈에 익으니 집을 떠나도 편안하다.

자주가는 캠핑장에 단독자리로 쓸만한 아늑한 사이트가 있다.제일 좋아하는 자리다.

우리의 캠핑은 언제나 우리 가족만. 가끔 시부모님이 동행하시게 되는 상황도 있었지만 이제는 온전히 우리 가족만이다. 여러 집들이 같이 오거나 두 집이 같이 와서 밤새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집들도 많지만 우리는 가족만 움직이는 것이 편안하다. 늘 해오던 루틴대로 놀다 먹고 불장난을 하다가 잠드는 패턴을 유지할 수 있다. 저녁은 주로 고기와 찌개 또는 국, 후식, 라면으로 이루어지는데 이것 또한 변천사가 많았다. 처음에는 소고기도 샀다가 양념고기도 샀다가 했었고 간혹 꼬치구이용 고기도 사갔으며 남들처럼 비어치킨을 해보겠다고 닭을 꽂아놓고 한참을 있다가 시간과 고기만 버리고 실패로 끝난 적도 있었다. 유행하는 캠핑음식은 한 번씩 해보았고 고기를 구운 후 쫀드기와 고구마를 굽는 것은 필수였으며 어묵탕, 김치찌개, 된장찌개, 닭볶음탕, 삶은 골뱅이 등을 넘나드는 요리실력을 발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먹는 것도 시간이 흐르자 점차 정해진 패턴 안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이번 캠핑에 가서 먹은 것들이다. 고구마는 숯불 안에서 익어야 유난히 달다. 쫀드기를 숯불의 잔열에 구워먹으면 다음부터는 그냥 먹을 수 없어져 버린다. 구운 쫀드기는 마성의 맛이다

캠핑을 다니는 것이 삶의 한 습관으로 자리가 잡히면 준비도 쉬워지고 임기응변으로 대충대충 지내다 오는 관록도 생긴다. 오히려 처음 재미가 들려서 다니던 때가 준비가 더 철저했던 것 같다. 이제는 대충 챙겨서 대충 지내다 오는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여러 방법으로 즐기다 오는 방법도 터득했다.

아이들이 자라서 제법 혼자의 시간이 생긴다. 집에서 하던일도 밖에서는 더욱 새롭고 집에서 안하던 취미도 밖에서는 하게 된다.이번에는 드로잉노트를 챙겨갔다.

9년 차에 들어서는 캠퍼지만 아직도 장만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음식 조리도구들을 걸만한 선반과 버너를 올리고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조리대는 아직도 갖고 싶은 장비 중 일 순위다. 남들 다 아늑한 야외 주방을 꾸미고 여유롭게 무언가 끓일 때 나는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휴대용 버너를 꺼내고 끓지 않는 냄비 위에 무거운 돌을 올려 밥을 한다. 조리도구를 최소한만 가지고 다니기 위한 나의 고집인데 가끔 다른 집의 장비가 부러울 때도 있지만 잘 지켜오고 있다. 적은 짐으로 홀가분하게 다녀올수록 인생은 여행 같은 것이라는 걸 느끼게 해 주니까.

접어서 가방에 쏙 들어가는 휴대용 버너. 부착된 가스를 해체해서 접기만 하면 되니까 매우 간편하다.

이제 우리는 어느 곳을 가도 집이다. 하루, 이틀을 자고 머무를 수 있는 집을 지을 수 있고 밥을 먹을 수 있는 부엌을 만들며 밖에서도 쪼그리고 앉아 요리를 한다. 저렴한 코펠 세트와 작은 버너 두 개면 어떤 요리든 해 먹을 수 있고 가방을 열면 우리 가족 전용의 식기들이 들어있다. 이제는 민박을 갈 때도 가방 하나면 우리 집의 가재도구들이 다 들어있어 가지고 다니는 편이다. 아무 곳이나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생활에 필요한 것이 사실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필요한 것을 안다는 것은 자유로워진다는 것. 적은 짐으로도 산에서든 바닷가에서든 우리 다섯 식구는 웃고 떠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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