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론 Dec 18. 2023

어쩌다 낚시

언제부터인가 남편은 낚시에 빠져 있었다. 연신 택배가 들어왔고 저녁마다 거실부터 현관까지 긴 낚싯대를 펼쳐놓고 무언가를 했다. 잘 보이지도 않는 바늘에 실을 걸며 정성스레 채비를 손질했다. 지금도 남편에게 주말 낚시는 큰 힐링취미이다.


여름방학이 되어 내가 1박 2일 연수를 가게 되자 남편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막내한테 물었다.

“아빠랑 낚시 갈래?”

“어떻게 하는 건데? “

낚시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는 시큰둥했다.


다음 날 막내는 처음으로 낚시터를 따라갔다. 남편은 막내가 낚시터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고 심심하다 못해 주인집 강아지도 놀고 있다고 했다. 억지로 따라간 아이가 얼마나 지루할지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갈 때쯤 메시지가 왔다. 남편의 그물망 옆에 커다란 잉어가 놓인 사진이었다. 잠시 뒤 또 사진을 보냈다. 이번엔 테이크아웃 커피 컵보다 훨씬 큰 잉어였다.

‘당신이 잡은 거야?’

‘아니, 꼬맹이 솜씨.’

‘진짜?’

놀라 얼른 전화를 했다. 남편은 아이가 심심하다기에 낚싯대 하나 줬는데 자기보다 낫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한번 손맛을 본 막내는 신나게 낚시를 했고 엄청난 조황을 거둔 것이었다. 그렇게 잡은 물고기 9마리. 그것도 엄청 큰 놈들로만.

낚시터에서. 그림 케이론.

전화를 건네받은 아이의 목소리는 벌써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했다.

“엄마! 사진 봤어? 그거 다 내가 잡은 거야!”

아이는 완전 신이 났다. 연신 아빠한테 미끼를 끼워달라고 하느라 남편은 제대로 하지도 못했단다. 여자애가 낚시하는 게 신기했는데 낚시터 주인장까지 나와 사진을 찍어갔다고 한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다시 남편은 아이와 낚시를 갔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던 중 메시지가 왔다. 커다란 잉어를 들고 있는 아이의 사진이었다. 놀라워하는 친구와 함께 사진을 자세히 보았다. 아이는 자기 몸통만 한 물고기를 수건에 둘둘 감아 두 손으로 번쩍 들고는 세상없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엄마! 이거 내가 잡은 거야! 완전 대단하지!”

전화 너머로 흥분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옆에 있던 남편의 웃음소리도 들렸다. 처음으로 했던 낚시 경험으로 아이의 여름방학은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신난 막내. 그림 케이론.

집에 오자마자 아이는 나를 붙잡고 오늘의 조황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했다. 옆의 아저씨들은 하나도 못 잡았는데 자기는 정말 잘 잡혀서 16마리나 잡았다고 했다. 넘치는 기쁨으로 아이의 얼굴이 빛이 나는 듯했다.


아마 우리 집에서 아빠의 취미를 함께할 유일한 사람은 막내이지 싶다. 어쩌다 시작한 낚시의 재미에 지금도 가끔 낚시하러 가자고 한다. 계곡으로 깔딱메기 잡으러 강원도 가자는 아빠와 허리를 자른 페트병을 들고 나서는 막내의 뒷모습이 하나처럼 닮아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위한 요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