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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Aug 01. 2023

편의점

도시에도 등대가 있다


  우리 아파트 상가 건물 1층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있다. 저녁이 되면 학교 갔다가 학원으로 향하던 아이들이 들러 컵라면이나 삼각김밥을 먹곤 했다. 유리창쪽 테이블에 주르륵 서서 연신 떠들며 라면을 먹는다. 퇴근하던 남편이 들러 4개에 만원 하는 맥주를 사 오기도 하고 아이들이  원 플러스 원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냉장고에 온몸을 집어넣기도 한다.

  우리 동네는 밤 10시면 인적이 드물어졌다. 밤산책할 때는 왠지 주변을 두리번거리곤 했다. 그래서 24시간 언제나 열려있는 편의점은 얼마나 반가운 존재인지 모른다. 유일하게 빛나는 별처럼.


특히 늦은 귀가를 할 때면 더욱 그렇다. 버스에 내려 캄캄한 골목 코너를 돌면 가게 안의 물건들과 주인아저씨의 움직임까지 훤하게 보이는 편의점이 보일 때쯤 순간 마음이 확 놓였다. 낮에 보면 한낱 상가의 1층 작은 공간이지만 깊은 밤에는 오로지 그 공간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바다 위의 등대처럼.

  바다에서 등대는 육지가 어디 있는지, 얼마나 멀리 있는지, 위험한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어 배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이정표이다. 밝을 때가 아닌 어두울 때일수록 그 진가는 더욱 발휘된다. 작은 불빛이지만 칠흑같이 까만 밤에 그 작은 불빛은 생명의 한줄기 역할을 한다.

  늦은 밤 귀갓길의 편의점을 떠올리면 나는 항상 도시의 등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을씨년스러운 밤거리를 다니다 편의점에 들어서는 순간, 아니 멀리서 어둠 속에서 등대 빛줄기 같은 가게 불빛을 발견할 때부터  좀 전까지의 불안함이 밝은 빛 사이로 사라진다. 얼마 전 외국 여행을 다녀온 지인도 외국에서 편의점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

  새벽에 빛을 주는 편의점이나 바닷가에서 배의 안전한 운항을 도와주는 등대나 모두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 존재가 빛난다. 항상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믿음, 조금은 일상을 벗어났다가 돌아올 때 찾아갈 수 있는 지표가 되는 곳이다.​​​​


나의 곁에 편의점이나 등대 같은 존재가 있나? 생각해 본다. 기댈 수 있는 어떤 사람일 수도 있고 삶의 지표로 삼은 경구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간에 내가 흔들릴 때 잡아주는 어떤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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