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린이의 패닝바잉기 9편
잔금일을 사흘 앞두고 천만다행으로 신청해놓은 회사지원금이 승인되어 다행히 돈을 따로 구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예정된 날짜에 나오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했던 지난 한달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귀한 지원금이었습니다.
이제 매도자에게 줄 잔금은 모두 준비가 되었습니다. 대망의 잔금일이 되기 전 할 일이 많았습니다. 법무통이라는 어플을 통해 등기를 진행해줄 법무사 비용 견적을 알아보았고, 견적중 가장 저렴한 사무실로 진행했습니다.
잔금일은 혹시 몰라서 아예 연차를 냈습니다. 제일 중요한건 억단위로 금액 이체를 해야하는데, 해봐야 평소에는 500만원 이체가 전부였는데, 수억원을 이체한다니 손발이 떨리더군요. 부동산에 10분정도 일찍 갔는데도, 매도자분도 먼저오신상태고, 법무사 사무실에서도 나와서 서류준비를 모두들 하고 계셨습니다.
매도자분하고 다시 인사를 나누고, 뭘해야할지 물어보니 법무사가 등기관련 업무는 다 진행해서 저는 도장찍는것말고는 없었고, 잔금을 주기전, 관리비 등을 인계받고 이제 잔금을 이체할 때가 되었습니다. 회사지원금과 그동안 회사를 다니며 모은돈, 적금해지한 금액등이 모여서 잔금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리고는 1억씩 나누어 이체하면서 잔금 이체를 마치니 부동산에 지급할 중개수수료 지급만이 남았습니다. 작은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0.4%의 중개수수료를 모두 지급하니 수백만원이 나옵니다. 이것도 현금영수증처리하여 받아 따로 보관하였습니다.
그리고 부동산을 나서려고하니, 매도자가 간 이후라 중개사분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그래도 이제라도 산걸 잘한것같다고. 지금 호가들, 실거래가를 보면서 매도자분은 5천이라도 더 올려받을 수 있었는데 본인 마음이 급했던거 같다고 후회중이시라고 하더군요.
2020년 11월, 가을의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그날은 두고두고 기억이 나는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이제 평생 갚으면서 살 각오로 구매한것이니 회사를 열심히 다니자. 그때가 퇴사 욕구가 넘치던 시기라 브런치에서도 '퇴사를 말리는 취준이야기'를 쓸 만큼 정말 힘들었던 시기였는데 역시 직장인은 갚을 빚이 있으면 성실하게 다니게 되나 봅니다.
가족과 여자친구에게 아파트 잔금까지 이제 모두 마치고 온전히 집을 샀다고 말했습니다. 짧았지만, 4년 남짓의 회사생활이 가져다준 고생한 보람의 결실 같았습니다. 회사에서도 계속 집을 사야한다고 말했던 대리님도 고생했다며 이제 마음편하게 뉴스를 봐도되겠다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집이 없던 무주택자이던 시기에는 간간이 나오는 부동산 소식에 일희일비(일희한 경우는 거의 없긴했었네요)하면서 흘러보냈던 고통의 시간들을 생각하니, 이제 발뻗고 잘 수 있겠구나. 내집마련만큼은 이제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좀 떨어져도 어쩌겠나 싶습니다. 어차피 단타로 사고 파는게 아니라면, 오르든 내리든 착실히 갚아나갈 생각하니 마음도 안정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회사지원금덕분에 잔금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생각해보니 주식은 여전히 20달러 근처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이후에 물타기를 안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사실 21년 이시점에서 돌이켜보건대 왜 이때 코인관심을 못가졌는지도 참 안타깝기도 하고요.
그리고는 일주일이 지나고 뉴스가 하나 나왔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중 모더나의 3상 결과가 94.5% 예방효과를 보인다는 결과였습니다. 너무나도 놀랍게도 그날만 35% 가까이 오르며 하룻밤에 손실분을 2천만원가량 없애주었습니다. 그이후로도 지지부진했지만, 서서히 오르더니 21년 10월 현재 50달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네 물론 저는 33달러 부근에서 모두 처분했죠. 본전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었지만, 7~8천만원가량이 한 주식에 묶이면서 움직이는 변동성만으로 마음이 타들어간 몇개월을 경험하니 그 이상으로 올라갈 것을 믿어도 못기다리겠더군요.
주식을 하든 부동산을 하든 전략없는 몰빵 투자는 언제나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백신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손실을 크게 만회하며 빠져나오면서 내집마련도 이로써 완전히 정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