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선택 그리고 계약 완료
여기다! 싶은 곳이 나타나지 않는다. 기준을 하나씩 낮춰가며 매물을 찾아보기로 했다. 부동산 관련 유튜브 영상에서 공통으로 말하는 아파트 가치 결정요소는,
1. 주요 업무지구와의 접근성 (강남, 여의도, 종로 3개 지구. 특히 강남!)
2. 역세권이었다.
실거주를 해야 하니 연식을 올리긴 꺼려져서 세대수 기준을 400세대로 낮춰 나의 선택 기준과 위 두 기준을 충족하는 매물을 찾아봤다. 호재는 많다지만 왠지 끌리지 않는 지역 (이미지가 좋지 않거나, 나의 생활권과 먼 곳)을 제치니 아파트가 하나 들어왔다.
- 개요: 2003년식, 431세대, 23평, 계단식, 호가 9억 8천~10억, 실거래가 9억 6천
- 장점: 7호선 도보 10분 이내, 근거리에 대단지 아파트 입주 예정 (생활 편의성 개선), 후보지 중 제일 한적 하면서 정돈된 상권, 뒤에 바로 산, 내가 필요한 시설은 다 있음 (스타벅스, 새 도서관)
- 단점: 언덕 위치, 통근 시간 도어 투 도어 50분, 근거리에 마트 없음(이지만 나는 크게 상관없음)
10억 미만 매물은 딱 하나 있길래 단지 내에 있으면서 부정적인 후기가 없는 부동산에 연락했다. 직접 가보니 동네, 단지, 아파트 구조 모두 마음에 들었다. 제일 중요한 점은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삶의 질이 높아질 것 같았다. 한강 가서 책 읽고, 등산하고, 걸어서 스타벅스 가고, 출퇴근 시간도 짧아지고. 100% 만족하고 살았던 지금 아파트의 단점이 보이며 새로운 아파트에 살고 싶은 마음이 뿜뿜했다.
하나 걸리는 게 투자 가치였다. 다른 후보지에 비해 호재가 없다는 점이다. 다른 후보 아파트들과 비교해 보니 전세가율이 높고, 최근 가격 상승세가 낮은 편이었다. 후보 아파트들이 개발 등의 호재로 급 가치가 높아진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부동산 상승기로 특정 가격대로 키맞추기를 하고 있는 시기이고, 시장이 정상화가 되면 다시 제 가격을 찾을 것이라고 내 마음 편한 대로 해석하기로 했다.
**의사 결정에 도움을 둔 아실앱
임장 후 바로 다음 날 오전 부동산에 연락해 가격 협상을 요청했고, 조정되자마자 중도금, 잔금 일정만 협의하고 냅다 가계약금을 쏴버렸다.
드디어 서울에 내 집 마련했다는 생각으로 오후 내내 행복했는데, 오늘 집 보러 온 사람들이 사겠다는 말이 없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집을 내놓은 지 일주일밖에 안됐지만 6팀이 보고 갔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내 집이 안 팔리면 어떡하지… 이거 팔려야 잔금 치르는데… 중도금, 잔금 일정까지 맞출 사람 구하는 게 쉬울까. 네이버에 선매수 후매도를 검색해 봤더니 사람 할 짓이 아니라며 마음고생한 후기가 쏟아져 나온다.
결국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이 끝나지 않은 고통을 끝내야겠다 싶어 부동산에 연락해 호가를 낮추기로 했고, 그날 저녁 매수 계약서를 쓰는 와중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급한 마음에 가격을 너무 낮춘 게 아닐까 고민됐지만, 어젯밤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나의 일정에 맞춰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거래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았다. 상승 장이라 좀 더 버티다가 가격을 올려서 팔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에게 그런 베짱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싸게 팔고 싸게 샀다 생각하고 정신승리&마음 정리하기로 했다.
이렇게 첫 임장을 시작한 지 보름 만에, 마음에 든 집을 본 지 3일 만에 내 집 팔고 새 집사는 쿨거래를 했다. 이 결정이 잘 내린 결정인지는 나에게 달렸다. 앞으로 남은 각종 대출, 계약, 인테리어 잘 마무리하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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