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친구 생일파티에 간 아이를 데리러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쇼핑몰에 갔다.
브라질 쇼핑몰은 대부분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주차료를 지불해야 한다.(약 5000원 선)
브라질에서 카드 계산을 할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카드기에 카드를 꼽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방법과,
카드기 위에 센서에 카드를 대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방법이 있다.
소액일 경우 비밀번호를 누를 필요 없는 후자를 많이 사용하는데, 다만 에러가 자주 난다.
생일파티가 열렸던 점핑파크에서 나와 주차정산을 하려고 주차권을 센서에 대고 카드를 카드기 위에 댔다. 결제가 되지 않았을 경우 'error' 메시지가 뜨기 때문에, 그리고 정상 결제가 됐을 경우 나는 '삐'소리와 초록 불빛이 있기 때문에 나는 결제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수증이 안 나와서 결제가 안 된 걸까 잠깐 고민하다가 만약 안 됐으면 다시 차를 빼서 결제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냥 나왔다.
그런데 차의 시동이 갑자기 안 걸렸다.
뭔가 잘못했나 싶어 몇 번을 다시 시도해도 안 되고, 브레이크가 아예 안 밟혔다.
설상가상 그 주차장 (고작 지하 1층이었는데!)에서는 전화가 터지지 않고, 인터넷도 안돼서 뭐 검색해보고 연락해보고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전화가 터지는 곳을 찾아 지상으로 올라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급히 회사차를 빌려 타고 온 남편이 시도해보았지만 역시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별수 없이 보험회사를 불렀다.
외국어 난이도 중 최상이라 볼 수 있는 전화로 외국어 하기.
잠시 후 도착한 보험회사 직원은 차 상태를 보더니 배터리가 나갔다고,
빨간색 네모난 박스로 배터리를 되살려 주었다!
그러자 시동이 걸렸다. 드디어.ㅠㅠ
시동을 걸어준 직원은 일단 시동 걸렸으니 집으로 가고.... 시동이 어쩌고 저쩌고 한참 말했는데
나는 못 알아듣고 남편만 알아들었다.
내가 옆에서 "뭐래?"라고 물었더니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면서 남편은 아이를 태우고 가고 나는 내 차를 끌고 나왔다.
드디어 나의 주차정산 결제 여부를 알 수 있는 순간!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것인지, 역시나 출차 가드가 열리지 않았다.
주차 안내 아저씨가 나에게 차를 옆으로 빼고 주차 정산을 다시 하라고 안내해 주셨다.
나는 아저씨의 지시대로 차를 대고는, 아무 생각 없이 그 버튼을..... 눌러버렸다...
그 버튼을 누르면서 눌러도 되나? 0.0000000001초쯤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몸이 먼저 움직여 익숙하게 눌러버린 채, 야무지게 차까지 잠그고 내려서 주차정산을 확인하러 갔다.
아저씨가 주차권을 조회해보더니 정산을 다시 해야한다고 해서 아까랑 똑같이 센서를 이용한 방법으로 시도했다. 그랬더니 아까와 똑같이 진행됐는데, 화면에 낯선 문구가 떴다.
나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평소 접해보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아저씨 말이 결제 실패라고.. 다시 하라고.
아까 이런 상황에서 내가 그냥 간 거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하게 카드 꼽고 비밀번호 누르고 결제를 했다.
그러고 나서도 영수증이 안 나오길래 왜 그런가 했는데 아저씨가 화면을 가리키며 '영수증 받을래 말래?' 그러는 거다. 이 화면까지 나와야 결제 완료였는데....
여하튼 결제를 완료하고 '이제 집에 가야지'
'진짜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이러면서 차로 돌아왔는데
시동이 안 걸린다.......
남편은 집으로 간 거 같고
전화는 안 터지고
보험회사에서 왔다 간지 5분밖에 안 됐는데....
갑자기 상황 원위치..............
남편에게 전화를 하러 지상으로 올라가려다 이 아저씨에게 말해보는 게 빠를 거 같아서
출차 관리 중인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손짓 발짓으로
'시동이 안 걸려요.' '배터리가 나갔어요.' 라고 급하게 말했는데 아저씨는 이해력 0인 상태.
그래서 이번엔 진짜 혼신의 힘을 다해, 천천히 설명을 했다.
"nao posso ligar meu carro.(차 시동을 걸 수 없어요)"
"nao tem bateria(배터리가 없어요)"
그제야 알아들은 아저씨.
생각해보니 처음에 말할 때 내가 '바떼리아'라고 안 하고 '배터리'라고 해서 못 알아 들으신 것 같다.
여하튼 아저씨가 도와줄 수 있다며 어디선가 빨간 네모난 박스를 가지고 오셨다!
그리고 한참을 내 차 배터리를 들여다보시더니 전극을 연결하셨는데.
좀처럼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정말 눈물이 날 뻔했다.
기껏 걸리게 해 놓은 시동을 꺼버린 나의 한심함과
주차정산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나의 멍청함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안됐으면 다시 하지 뭐라고 생각한 나의 안일함이...
멀쩡한 쇼핑몰 지하주차장이 왜 전화와 인터넷이 안 터지는지.
주차정산에서 계산이 된 건지 안 된 건지 다른 곳에서처럼 왜 명쾌하게 나타나지 않은 건지.
모든 것이 다 한심하고 속상했다.
나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저씨가 계속 시도한 끝에 드디어 시동이 걸렸다!
아저씨에게 무한 감사인사를 드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시동을 끄지 않은 채로 남편에게 "보험사 직원이 아까 뭐라고 했어?"라고 물었다.
그러자 남편이 말했다.
"집에 가서 시동을 끄고 다시 시동을 켜서 시동이 걸리면 당분간 더 쓸 수 있고,
만약 시동이 안 걸리면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했지"
이 이야기를 아까 해줬으면 내가 시동을 안 껐을 텐데............
나는 그렇게 배터리를 살리고 나면 그때부턴 계속되는 건 줄 알았잖아....
그리고 다음 날
보험회사 통해서 배터리 교체를 요청했더니 기사가 오토바이를 타고 배터리를 싣고 집으로 왔다.
간단히 바꿔주고 가는 거라고 해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
배터리를 확인한 기사가 자기가 가져온 배터리랑 다른 거라고 자기네 사무실로 같이 가서 바꿔 가란다.
오늘도 역시 시동이 안 걸리는 차는 기사가 또 배터리를 살려줬다.
그래서 갑자기 차를 몰고 사무실로 갔다.
배터리를 교체하니 금세 멀쩡해진 우리 차.
에휴.. 그래도 멀쩡해지니 마음이 편안하네....
그런데 또 이 교체해주신 아저씨가 뭐라 뭐라 빠른 포르투갈어로 말하시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서 중요한 말일까 봐, 남편에게 전화해서 들어보라고 했다.
알고 보니 이 아저씨가 말하길.
"아까 오토바이로 가지고 갔던 배터리랑 이 교체한 배터리가 같은 배터리예요. 아까 갔던 기사가 잘 몰라서 여기까지 오게 했네요...."
그렇다.
끝까지 나는 삽질을 한 것이었던 것이다.
그 오토바이 기사 진짜 친절했는데...
친절하고 이상한 브라질 사람들.
참 재밌는 사람들이야.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