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지구라고?

우주의 어느 행성에 다녀온 게 아닐까_Lençóis, Brazil

by 초록풀잎

남미는 많은 배낭여행자들이 동경하는 여행지다.

나 역시 그랬다.

유럽과 아시아, 북미 등을 여행했지만,

마치 정복해야 할 그 무엇처럼 '남미'의 몇몇 스폿이 내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오래전 책에서 '마추픽추'라는 공중도시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 느낀 놀라움과 경외심.

카메라 광고에서 아바나 도심의 인도 위로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는 풍경을 보고 느꼈던 이색적인 아름다움.

광활한 소금 사막에 물이 차서 하늘이 마치 거울처럼 반사되어 있는 사진을 보고 느꼈던 환상.


그렇게 마추픽추는,

말레꼰은,

우유니 소금사막은,

나로 하여금 남미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갖게 했다.


너무 멀고, 환경이 열악해서

과연 그곳에 가볼 수나 있겠나 생각했던 나에게

뜻밖에 브라질에서의 삶이 주어졌고,

나는 기회가 닿는 한 열심히, 최선을 다해 남미를 누볐다.


남미 여행은 내게 광활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고,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예스러운 도시의 낯선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남미를 찾는 대다수의 여행자들은 페루 - 볼리비아 - 칠레 - 아르헨티나를 기본으로 여행 계획을 짠다.

그중 핵심은 페루의 '마추픽추'와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칠레의 '이타 카마 사막',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 일 것. 거기에 비행 편이 주로 브라질 상파울루에 많기 때문에,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의 예수상과, 이과수 폭포를 보러 오는 것 같다.


나도 처음엔, 내가 살고 있는 브라질이 아닌 남미의 수많은 다른 나라들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코로나라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으로 인해 우리는 발이 묶였고, 코로나가 좀 잠잠해진 이후에도 코로나를 대응하는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대응법에 일일이 대처할 수 없어 브라질 국내여행을 주로 하게 됐다.


그러다가 알게 됐다.

브라질에 얼마나 보석같이 아름다운 여행지가 많은지.

왜 브라질은 이런 좋은 곳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지 의아할 정도로 말이다.



Parque Nacional dos Lençóis Maranhenses

https://goo.gl/maps/PS3u2iPFSTqiSFgz9


브라질의 숨은 보석, 렝소이스 Lençóis


Lençóis라는 말은 포르투갈어로 '침대 시트'를 말하는데, 마치 침대 시트처럼 펼쳐진 사막의 모습을 빗대어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이곳 사막은 석영 가루로 만들어진 곳이라, 일반적인 사막 모래에 비해 색깔이 밝고 가루 입자가 더 작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 사막에 비와 지하수가 합쳐진 물이 고이는데 그 풍경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이색적이다.

이 물이 많이 고이는 시기는 보통 6월~7월이라고 한다. 그래서 6,7월이 최성수기이고, 이후 물이 점차 줄어들기는 하지만 8~9월도 나름 물이 고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시기에 따라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물이 고여있다'라고 해서 발목까지 차는 물을 상상하면 오산이다.

주변부는 낮지만 중심부는 어른도 발이 닿지 않을 만큼 깊고 그 사이즈도 커서,

브라질에서는 이것을 '라고아(lagoa)', 즉 '호수'라 부른다.


이 호수는 맑고 깨끗하며, 신기하게도 그 안에 물고기가 살고 있다.

이곳엔 유독 바람이 심해서 쉴 새 없이 강하게 불어대는 바람에 물결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마치 바다처럼, 호수 가장자리에 파도가 밀려오는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여러 가지 투어 가운데, 이 핵심 사막을 보는 투어는 2가지로,

오전에 '라고아 아줄' (Lagoa azul), 오후에 '라고아 보니따'(lagoa bonita)를 둘러보는 투어를 한다.


* 라고아 아줄 투어

라고아 아줄 투어는 4륜 구동을 개조한 투어 차량에 올라 엄청나게 험한 산길을 약 1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는데, 그 힘든 시간을 순식간에 잊을 수 있는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투어 차량이 내려주는 장소에는 약 4~5개의 커다란 호수가 펼쳐지고, 그 호수들은 제각각 다른 빛을 낸다. 파란색 호수도 있고, 초록색 호수도 있다.

하늘과 맞닿은 이 아름다운 사막은 그늘 한 점 없지만, 쉴 새 없이 바람에 밀려드는 구름 때문에 간간이 지나가는 그늘을 볼 수 있다.

투어는 약 2시간 정도 이 호수들에 머물 수 있게 해 주는데, 수영을 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자유롭게 놀 수 있다.


구름이 만들어준 그늘



* 라고아 보니따 투어


라고아 보니따 투어는 점심을 먹은 후, 시작된다. 이 투어 역시 4륜 구동을 개조한 투어 차량을 타고 1시간 산길을 가야 하지만, 이 역시 도착하는 순간 모든 불편함을 잊을 수 있다.


왜냐하면 투어 차량에서 내려서 약 100미터 정도의 계단을 올라가는 순간!

이런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나는 한동안 서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풍경은 사실 사진으로는 내가 본 것의 100분의 1도 다 담지 못한 풍경이다.


지구상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이렇게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니.


시선을 멀리 둘 수록 더욱 많은 호수들이 보였다.

가까이에선 그저 모래언덕에 불과한 곳도 그 위에 올라서면 어김없이 아름다운 푸른 호수를 보여주었다.


나는 정말 한 시도 이 아름다운 풍경에서 눈을 떼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높아 보이는 모래언덕도 거침없이 올라갔다.

올라갈 땐 조금 힘들어도 그 위에 올라서면 계속해서 놀라운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투어가이드는 해지기 직전, 우리가 처음 이 광경을 만난 계단 끝 언덕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이 모래사막 위로 지는 석양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1년 동안 관광객이 찾아오는 기간이 불과 3~4개월밖에 안되기 때문일까?

렝소이스에 갈 수 있는 마을 바헤이리냐스는 브라질의 다른 관광지에 비해 아직은 개발되지 않은 작은 마을에 불과하다. 그래서일까. 투어 비용도 저렴하다. 반나절 투어 1인당 80 헤알(약 2만 원).


결코 접근하기 쉬운 곳은 아니지만,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저만큼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곳.


브라질의 숨은 보석, 렝소이스.

나에게 잊지 못할 풍경을 선물해준 근사한 곳이다.


이번 여행의 베스트 샷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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