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ssa!!!!!
브라질에서!
일방통행 4차선 도로에서!
역주행을 하고 말았다.
요즘 즐겨 듣는 팟캐스트 <여둘톡>에서 얼마 전 여성들의 운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대여, 장롱 속 면허를 꺼내라!'라는 제목으로...
그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차'라는 존재의 기동성과 개인성이었다.
운전을 할 수 있고, 차가 있다면 언제든 혼자서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점과,
그 작은 공간에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다는 점.
나는 그 두 가지 이점에 깊이 공감을 했다.
안 그래도 브라질에 와서 운전할 일이 많이 생기는데
혼자서 운전하면서 팟캐스트를 들으면 그 시간이 그렇게 재밌고 행복할 수가 없다.
물론 브라질은 길이 좁고, 오토바이도 많고, 운전하기 쉬운 나라는 아니지만
익숙한 길을 자주 가다 보니 좀 수월해졌다.
그래서 운전하는 것이 은근히 재밌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아이가 학교 근처에 사는 친구 집에 슬립오버 초대를 받아서 내가 데려다줘야 했다.
그래서 방과 후 시간 맞춰 집을 나섰는데 한참 나른할 오후 4시여서 그랬을까.
피곤하고 하품이 나왔다.
지하주차장에서 차에 시동을 걸면서 하품을 하며 액셀을 밟고 나갔는데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올라가는 램프에서 덜컥 차가 섰다.
내가 액셀을 밟고 차를 회전하면서 잠시 브레이크를 밟은 후, 다시 액셀을 밟는 것을 잊고 멍 때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글로 쓰려니 이러저러 하지만 사실 그냥 몸이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걸 안 해버린 것이다.)
'와 나 왜 이러지?' 이러면서 '정신 차려!!'를 외치며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선 학교에 도착해서 차를 대는데..
후진하려고 기어 바꿨는데 안 나가서 왜 그런가 봤더니 중립에 놔져 있었다. (평소 이런 일이 거의 없다)
'아. 나 오늘 왜 이래' 이러면서 아이를 찾아서 친구 집에 내려줬다.
그리고 집에 가려는데 문득 따뜻한 카페라테 한잔이 너무 마시고 싶었다.
그때 근처에 자주 가던, 빵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는 브런치 집이 생각나 그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집의 문제는 주차할 곳이 마땅찮다는 것이었는데 그 가게 앞에 주차할 만한 공간은 이미 다른 차들이 다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가게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한적한 곳에 차를 댔다.
코로나 이후 총기 강도가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 좀 무서웠다.
급히 가게로 뛰어가서 커피와 빵을 사고 차로 돌아오는데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무섭고, 사람이 없어도 무서웠다. 그래서 차에 타자마자, 바로 차를 잠그고 출발했다.
이 가게에서 우리 집 가는 길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큰길로 나가서 좌회전. 네비를 켜니 똑같이 안내를 했고 큰길로 쭉 나갔다.
그런데 마침 나는 초록불이었는데, 앞에 어떤 남자아이가 길을 건너려고 해서 차를 세웠다.
차를 세우고 보니 얘가 단순히 길을 건너는 애가 아니라
신호대기 중에 차에 물건을 팔거나, 구걸을 하는 아이인 것 같았다.
느릿느릿 걸어서 내 운전석 쪽으로 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초록불이라고!)
나는 지금 초록불에 빨리 가야 하는데... 그 녀석이 너무 천천히 걸어서 순간 좀 짜증이 났다.
그래서 그 아이가 지나가자마자 바로 휙. 좌회전을 해버렸다.
그런데...
내가 좌회전을 하는 순간 주변에서 경적이 울렸다.
아뿔싸.
나는 좌회전을 했는데 모든 차들이 나의 왼편을 향해 오고 있었다.
한 블록 아래 좌회전이었는데...
그 녀석 때문에 마음이 급해서 그랬는지,
일방통행 4차선 도로에서 역주행을 해버린 것이다.
천만다행이었던 것은 버스전용에 있던 버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차선은 텅 비어있었던 것.
물론 저 멀리서 차들이 나를 향해 오고 있었지만..
그때 오른쪽으로 한 카센터가 눈에 띄었다.
카센터 앞에 약간의 공간이 보였다.
보도블록의 일부라고 볼 수 있으나, 차가 들어갈 수 있게 높이를 낮춰놓은 그곳.
나는 바로 내 차를 그곳에 얹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오던 차들이 한바탕 지나 간 후,
차를 정상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와 진짜.. 거기 차들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아니.......
거기 차들이 줄줄이 있었으면 내가 좌회전을 안 했으려나...
그랬겠지? 거기 차들이 있었으면 좌회전이 거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겠지... 그랬겠지..
정말 나갈 때부터 졸리고 정신이 없더라니 결국 이런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그래도 아무 일 없이 집에 잘 돌아왔으니 천만다행이다.
그 와중에 내 눈에 띄어준 카센터에게 무한한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