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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Nov 02. 2023

남산에 가을이 꽃핍니다

서울에서 가을 즐기기


수표교
장충단공원

시절이 깊어지면 사람들은 단풍을 즐기려고 가을 명소를 찾아 거리를 따지지 않고 떠난다. 그런데 그 길은 오가는 교통길부터 수월하지 않다. 먼저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해야만 한다. 기를 온통 소진하면서 현지에 도착해서도 난관에 봉착한다. 자연 풍광에 취하여야 하는데  넘치는 행락객들에 치인다. 그럼에도 이런 일들은 계속 반복이 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제가 가진 것을 깨닫고 아는 일에는 지나치게 둔하고 눈이 어둡다. 눈이 밖을 향하기 때문일까? 멀리만 내다보고 가까이를 돌아보지 못한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들 눈에는 남의 떡이 항상 커 보인다는 것이다. 지혜로움은 자족하는데서 싹이 튼다. 자기가 가진 것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누릴 줄 아는 이가 행복한 사람이다.


단풍구경도 그렇다. 우리 주위에도 얼마든 가을의 정수인 절정의 단풍을 즐길 곳이 많다. 서울의 중심에 자리 잡은 남산이 바로 그곳이다. 그곳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부담 없이 찾아가 빛나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동대입구역에서 하차하여 6번 출구로 나가면  장충단  공원이 나온다. 아픈 우리의 역사가 깃든 장소인 동시에 대중가수 배호의 명곡 중의 하나인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의 무대다. 그 감성 짙은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수표교가 자리 잡은 주위로 가을이 가득하다.  은행나무는 반쯤 자신의 분신을 눈물처럼 흘리고 느티나무는 제 개성별로 알록달록한 옷을 입었다. 총천연색이 빛나는 현장을 지나 남산 도성길이  이어진다.  


주위에는  국립음악당을 위시한 주요 건물들이 자리 잡았다. 가로수에도 가을의 결실이 알차다. 피라칸타 열매가 푸른 잎 위로 붉은 꽃인양 화려하다.


조금 걷다 남산 순환 버스에 오른다. 여유가 주어지면 도보로 주위를 찬찬히 돌아보며 즐길 수도 있다. 분주한 이들은 버스를 타고 남산타워 부근까지 단숨에 올라갈 수 있다. 많은 외국인들이 관광길에 나섰다.


버스를 내려 보이는 남산 산마루도 가을 옷으로 단장을 마쳤다. 푸른 소나무 사이로 참나무와 단풍나무가 섞여 가을 자취를 한껏 담았다.  


붉은 단풍 사이로 우뚝 솟은 남산타워의 모습이 볼만하다. 관광객들은 저마다 사진에 추억을 담느라 분주하다. 찾아온 이들을 환영하는 듯 그곳에 자리 잡은 단풍이 짙게 물들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날이 흐려 서울도심이 운무에 갇혀있다. 쾌청한 날이라면 가슴이 시원하겠지만 아스라한 경관도 나름 멋이 있다. 타워 광장 곳곳에 애절한 사랑의 마스코트인 자물쇠들이 세월의 무게처럼 켜켜이 쌓여있다. 그만큼 사랑이 변하기에 저토록 절실한 것일까?


봉수대를 둘러보고 남대문 시장에 들러 60년이 된 닭곰탕 집에 들러 요기를 채운다. 시장에는 갈치조림등 관록이 담긴 맛집들이 즐비하다. 식사 후에는 몸보신할 수 있는 십전대보탕으로 화룡점정의 마무리다.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간단하면서 완벽한 여행이 아닐 수 없다. 마음으로 부러워만 말고 행동으로 나서서 누리고 즐기자. 고운 계절이 떠나고 있다.

사랑의 열쇠/닭곰탕
산마루에서 본 서울 도심
장충단 공원
남산 산마루 풍경

#남산 #가을단풍 #관광 #감성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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