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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주 김석민 법무사 Jan 03. 2022

청주여중생 사건 피고인 징역 20년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법정에는 환호도 탄식도 없었다.

2021. 12. 10. (금) 미소와 아름에 대한 성범죄에 대한 선고날



법정은 조용했다


청주지방법원 법정동 2층 제223호 법정에 긴장감이 감돈다. 100여 명의 방청객이 보인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처럼 기자들이 반을 차지하고, 여성단체가 반을 차지한 틈에 미소의 부모들과 같이 들어갔다. 미소 부친 박순원 씨는 정중앙 맨 뒤 벽에 기대어 있다. 처음 만날 때보다 검은빛이 감도는 얼굴 속 눈빛은 초조함이 보인다. 재판장은 10시가 돼도 들어오지 않는다. 법정의 긴장감은 점점 더 높아간다.      


 “잠시 일어나 주십시오!”라는 법정 경위의 말이 10시 15분이 넘어서 들렸다. 부스스 일어나는 청중과 재판장과 배석판사가 들어서는 모습이 보인다. “피고인 원○○”를 부르자 대기하던 피고인이 푸른 수의를 입고 들어와 재판장을 바라본다.  오늘 선고 순번은 원래 3번째이지만 여론의 관심이 깊어 이 사건을 당겨서 먼저 하기로 한 모양이다.  



법원의 사실 인정


재판장은 조용한 목소리로 나직이 판결문을 읽어간다. ‘꿈’이라고 한 3. 11. 아름의 진술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은 정확히 귀에 들어왔다. 옆에 있던 ‘김프로(별명)’에게 엄지 척을 하고, 재판장이 말하는 것에 다시 집중했다. “피해자 아름이 미소에게 보낸 ‘꿈인 것 같다’는 메시지는 앞 뒤 사정을 보면 피고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로 사실과 다르다.”.. 휴... 이 말은 그동안 계속 주장해 온 바대로 사실 인정을 하는 모습이다.      


바로 이어 충북해바라기센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다시 재판장이 이어갔다.  “친모 양○○과 피해자 아름이 진술하자 흥분하면서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는 양○○를 의식하여 그에 부합하는 취지로 기존의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 휴 역시 재판부는 사실 인정을 정확히 하고 있다. 대부분 잘 안 들리는 재판장의 목소리도 그동안 주의 깊게 주장하던 파트에 가면 마치 권투선수가 상대방의 주먹이 날아오는 것이 슬로 모션으로 보이듯 그 내용이 명확히 귀에 꽂혔다.         


탄원서 형식의 유서 형식에서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으나 피고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 등으로 작성된 것으로 신빙(믿을 수)할 수 없다는 말로 들렸다... 휴...  


사실 인정을 하면서 몇 차례나 피고인을 보호하려는 의도라는 단어가 들렸다.


12.10. 선고가 끝난 후 어느 기자가 보낸 메시지




법원의 선고


재판장은 선고형을 말한다. 가항 범죄 징역 5년, 가항을 제외한 나머지 범죄 징역 15년, 결국 20년


청중은 환호도 한탄도 없었다. 이 형량이 많은지, 적은 지 조차 감각이 없다. 그냥 컴컴한 터널을 통과하듯 법정의 침묵 속에 재판장은 천천히 판결문을 계속 읽어 간다.       


모두가 숨을 죽인다. 모두가 소리를 죽여도 재판장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아름에 대한 사실 인정은 원하는 대로 되는 것 같은데 강간죄의 인정 여부가 걱정이라는 생각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그때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작은 소리이지만 명확히 귀에 들어왔다. 이런.. 아름에 대한 강간은 인정 안 되겠구나.. 하던 중 “아름에 대한 친족강간은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유사 성행위로 유죄가 되는 이상 주문에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때는 아닌데 ‘강간죄의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에서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관통하면서 집중력이 흩어졌다. 재판장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사이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말이 들렸다. 친모 양○○가 검색을 했었던 ‘전자발찌’는 피고인 측이 원하는 대로 된 것으로 보였다.      


강간죄 무죄의 선고 부분에서 깨진 집중력은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이후의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기자회견


법정에서 나온 미소의 부모와 나는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1층으로 가기 전 셋이서 이야기를 했다. 일단 들은 내용이 정확한지 서로의 말을 맞추어 보고 징역 20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부족하죠!” 미소 아빠의 짧은 대답에 굳이 더 의견을 나눌 필요가 없어서 기자들이 대기하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미소 아빠는 “오늘 아침 두 아이가 자살을 하러 간 그 길을 걸었다”며 눈물을 흘렸고, 미소 엄마는 “법정 최고형을 받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 다짐을 하면서 기자회견을 마쳤다.     


모르겠다. 일단 쉬어야겠다는 생각만 들뿐이다. 오늘 이 결과는 피고인도 피해자도 만족하지 못할 결과이다. '일단 구체적 판단은 나중에 하자...'



엄청난 양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날 하루 종일 엄청난 양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만큼 이 사건은 우리 시대의 중요 사건이기도 하고, 이 사건은 앞으로 아동 성폭력과 친족 성폭력에서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법원은 의붓아버지인 50대 남성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취업제한 10년과 보호관찰 5년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재판 내내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했지만 "일관된 피해자 진술과 유서 등을 근거로 범죄 사실을 인정한다며, 딸을 양육하고 보호해야 함에도 오히려 불량한 범행을 저질러 중형을 선고한다"고 밝혔습니다. 판결 이후 유족들은 형량이 가볍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2021. 12. 10. KBS 두 여중생 '극단적 선택' 사건, 50대 남성 "징역 20년"


검찰은 지난달 26일 "소중한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피고인의 엄중한 처벌을 원한다는 피해자의 외침에 사법부가 응답해야 한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재판부는 "성범죄를 당했음에도 가정불화를 우려해 '꿈인 것 같다'는 등 의붓아버지를 보호하려 했던 아름양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릴 수 없고, 미소양 또한 가늠조차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2021. 12. 10. 연합뉴스 "반인륜적 범죄" 청주 두 여중생 죽음 내몬 계부 징역 20년



미소의 이어폰


미소의 아이폰은 핸드폰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핸드폰의 소리를 듣는 방법은 저 이어폰을 쓰는 방법이다. 이 이어폰..  


재판의 용어가 일반인들에게 낯설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듯, 아이들의 소통 방법은 어른들에게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이제 앞으로 성폭력 피해 아이들의 소리를 저 이어폰을 통해 들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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