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정, 통보하고 나서도 마음에서는 1퍼센트의 미련이 사라지진 않았다. 아침마다 불안함에 번복할까를 고민했다. 쥐꼬리만 한 월급도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두렵고, 나보다 대충 사는 사람들도 회사 잘만 다니는데, 나도 못되게 살면서 더 버텨볼 걸 그랬나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그런 만큼 주변에는 아쉬움 없다, 후회 없다며 깡 있는 척을 해본다. 스스로에게 되뇌는 다짐이다. 주변에 알린 이상 내 자존심에 이걸 번복할 수는 없다. 가장 처음 내가 했던 다짐들과 생각들을 지속적으로 되새기기 위해 계속 기록을 했다. 내가 퇴사를 하려고 하는 이유가 뭐였는지, 되새기고 되새기고 다짐했다.
또 한편, 주변에 퇴사를 알리면서 회사에 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아껴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심한 건 나였다. 우리 부서뿐 아니라 다른 부서 선배도, 동기들도, 함께 일했던 팀장님들도, 소식을 먼저 듣고 연락해 온다. 하나같이 고생 많았다고, 나가서 더 잘 될 것 같다고 응원해 준다. 소중한 사람들과 이별하는 마음이 들어 또 한 번 마음이 흔들려 다잡게 된다.
그렇게 퇴사를 결정하기까지보다, 퇴사를 통보하고 나서부터 마음이 더 흔들린다. 그러나 그러면서 더 견고해진다. 사람들에게 나의 퇴사를 알리면서, 퇴사사유를, 퇴사 이후 계획을 조금씩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퇴사하고 뭐 하려고? 밖은 추워."
하는 말에 흔들리고,
"그냥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거 다 하려고요. 여기가 더 춥네요 저는."
하면서 단단해진다.
퇴사 날, 새벽같이 일어나 집 앞을 냅다 뛰었다. 회사 쪽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바람을 맞서 회사 반대방향으로 달렸다. 퇴사 후 나의 앞에 이렇게 강한 바람도 불 테고, 더한 후회가 불어올 날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이렇게 이겨내고 계속 달릴 것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비바람이, 태풍이 불더라도 나는 계속 달려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