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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뭐 하려고?

그래서 쌩퇴사하고 행복하세요?

by 고정문

주변에 퇴사를 알릴 때, 돌아오는 첫 질문은 '퇴사하고 뭐 하려고?'였다.


당초에 퇴사를 결심할 때, 사실 이렇다 할 계획이나 포부 따윈 없었다. 당장 너무 열받았고, 현타가 왔고, 그것이 1년 동안 지속되는 것이 퇴사사유다.


앞으로의 계획에 굳이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저 퇴사하고, 하나씩 하나씩 하고 싶은 것 생각나는 대로 다 해봐야지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나이 서른에 사지멀쩡하니, 어디서 굶어 죽기야 하겠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굳이 구체적인 계획을 물으면, 딱히 한 마디로 정의 내릴 말이 없었다. 그래도 당장 대답을 해야 하니, 쉬겠다고도 했다가, 유튜버가 된다고 했다가, 글을 쓴다고 했다가, 여행을 가겠다고도 했다가, 사업을 하겠다 했다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도 했다.


사실 회사를 잘 다닐 땐, 그 누구도 너 꿈이 뭐냐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계획이냐고, 어떤 도전들을 앞두고 있냐고 묻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퇴사하고 뭐 할 거냐는 질문은 내게 점차 꿈을 묻는 질문처럼 반가운 질문이 되었고, 나를 설레게 했다.


그동안 당연히 저 과장님 팀장님, 실장님처럼 되는 거였던 나의 미래가, 부자사장님도 되었다가, 교수, 작가, 아르바이트생도 되었다. 그렇게 내 미래를 꿈꾸는 일이 기뻤다. 장래희망란에 순박하게 꿈을 적는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뭐 하려고 그러니?'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내 미래를 고민하게 되는 그 질문이 좋았다. 사람들이 질문할 때마다, 나의 꿈이 명료해져 갔다.


수많은 하고 싶은 일 중에, 가장 하고 싶었던 것. 그래서 내가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 시간을 써도 아깝지 않은 일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계속 물었다.


퇴사를 알리는 몇 달간, 어렴풋이 '나는 하고 싶은 거 다 할 거야'라 생각했던 내 마음이 '꿈을 꼭 이룰 거야'라는 단단한 결심으로 바뀌었다. 그 답을 찾는 내내 행복했고, 답을 정하고 달려 나가는 지금은 더 행복하다.


쌩퇴사하면 뭐 어떤가, 계획 없으면 뭐 어떤가. 이렇게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데, 처음부터 다시 살아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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