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자꾸 잃어버립니다..

by 병혁

며칠 전에는 선글라스를,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이어폰 한 쪽을 잃어버렸다. 뭐.. 갈 친구들은 간다고 생각하지만, 일상에 필요한 친구들이 사라지니 썩 불편하다. 선그리야 엄마 표 싸구리 썬그리를 얻어냈지만, 요즘 노래 없이는 살 수 없는 나로서 낼부터 우찌 지내야 할지 막막하다. 마샬 제품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장은 상활이 빠듯하니 저가형 브랜드로 연명하고, 기존에 쓰던 보스는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주어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오늘은 동창회를 기획했다. 어느덧 내년이면 내가 새내기였던 때로부터 10년이 지난 26학번이 학교에 입학하는데, 가장 즐겁고 찬란했던 새내기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들을 모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9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저마다 자리를 잡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은데. 신기할 따름이다. 철없이 술잔만 기울이던 날들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고, 다음 달에 만날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앗, 생각해보니, 연재 날짜. 독자님들과의 약속인 금요일을 매번 지키지 못하고 있다. 여러분 죄송해요. 제가 스타일이 이렇습니다. 그래도 이번 주에는 일찍 몇 번 올렸으니 용서가 될까요?


오랜만에 소주를 실큰 마셨더니 기분이 참 좋다. 친한 동기 결혼식 축사를 준비한다고 절주아닌 절주를 하고, 사촌동생 축의대 보겠다고 절주하겠다고 하고. 자신과의 약속이지만 나름대로 지키려고 노력하다보니 술이 참 고팠는데, 가장 술을 많이 마신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니 취기도 빨리 오르고 기분도 살랑살랑 좋다. 오랜만에 느끼는 어질한 소주의 취기. 돈이 없다고 하니 자기 나와바리라며 대패 삼겹살과 소고기를 흔쾌히 사준 소중한 친구. 언제 봐도 고맙고 반가울 뿐이다.


돈을 좀 잘 벌어야 할텐데, 벌이가 썩 좋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나름대로 이거저거 열심히 하고 있는데, 여건 상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뭐.. 위스키 마실 거 소주 마시고, 소주 술집에서 마실 거 들고 댕기면서 마시면 되니 크게 상관은 없다. 최근에 구매한 힙플라스크를 들고다니며 땡길 때 홀짝 홀짝 마시는 것도 매력이 넘친다. 보통은 위스키를 담아 마시겠지만, 나는 요즘 데낄라가 좋아서 데낄라를 담아 마신다. 작은 한 모금 쓰윽 들이키면 쓰으으으읍 하는 느낌과 함께 알알한 인스턴트 취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 특히 호세쿠엘보 마가리타. 달달하이 좋다.


요즘엔 그림자를 들여다 볼 일이 없다. 아침에 운동하고, 도심을 산책하다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는데, 좋아하는 단어인 improvisation. 삶이 즉흥연주 그 자체다. 요즘에는 부쩍이나 보고싶은 얼굴들을 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다. 죽으면 천국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는 사람으로서, 살아생전에 맛있는 거 같이 먹는게 좋다는 주의라서. 이왕이면 육신이 살아있을 때 맛있는 커피도 먹고, 술도 먹고, 퀴진도 즐기는 것이 좋지 아니하겠는가.


사진을 찍는 것도, 대화를 나누는 것도,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는 것도 즐겁다. 양말로 포인트를 넣는 것도, 악세서리를 착용하는 것도, 모두 하나같이 즐겁다. 긴 터널을 지나오니, 참 살맛이 난다. 일상의 행복함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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