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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에서 책 읽기 Dec 02. 2018

백조왕자, 빈티지 일러스트


안데르센의 <백조왕자>는 <인어공주> 못지않게 묘사가 서사를 주도하는 작품이다.

보석으로 만든 책, 다이아몬드 석필, 황금 석판처럼 서사와 무관해 보이는 온갖 예쁜 것들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공적인 반짝임은 엘리자가 겪는 고난의 시간, 무자비해서 더 압도적인 자연의 아름다움과 대비된다.

이런 묘사로 쌓아 올려진 풍광들은 <백조왕자>가 가진 매력의 정점이다. 섬세하게 부조된 순간은 고난의 풍광을 여정으로 느껴지게 한다. 쓸쓸함이 감도는 해 질 녘 해변가, 아찔하게 벅찬 활공의 순간들이 긴 잔상으로 남는다.

한편에 넣기에는 넘쳐서 절판된 과거 전집에 실린 이미지들을 따로 빼보았다.

#백조왕자, 소실점 https://brunch.co.kr/@flatb201/216

#백조왕자, 빈티지 일러스트 https://brunch.co.kr/@flatb201/217





앤 이본 길버트 Anne Yvonne Gilbert 

탄탄한 데생과 생명력 넘치는 컬러를 구사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커머셜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독보적인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이전에 쓴 글로 대신한다.

#백조왕자, 소실점 https://brunch.co.kr/@flatb201/216

<The Wild Swan>




해리 클라크 Harry Clarke

아르데코와 아르누보의 화사함을 현대적 고딕 분위기로 치환시킨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비어즐리에서 영향받은 나른한 인물들은 정교하고 밀도 높은 펜터치로 진득한 생명력을 뿜는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선회 후 <Tales of Mystery and Imagination, 1890>로 인기를 다지며 독보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The Fairy Tales by Andersen>의 수록분 <백조왕자>는 기존의 아르데코 분위기에 충실하던 시기의 작품이다.

#해리 클라크가 들여다본 심연 https://brunch.co.kr/@flatb201/194

 <The Wild Swan, The Fairy Tales by Anderson>




앙드레 페쿠 André Pécoud

화가이자 디자이너로 유연하게 활동하며 방대한 작품을 남긴 프랑스 대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인상파 영향이 묻어나는 부드럽고 미니멀한 화풍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문사 삽화가를 시작으로 다수의 광고, 패션 일러스트 작업으로 인지도를 얻었다. 패션지에서 다져진 간결하고 날렵한 선묘, 담백하지만 빛의 영역이 감도는 컬러로 풍부한 서정성을 드러냈다. 아르데코가 휩쓴 시기의 일러스트도 여타 패션 일러스트에 비해 담백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이다.

Le Jardin des Modes 등에서 일했던 계기로 커리어 중반 아셰뜨 출판사의 대표 전집인 Bibliothèque 시리즈를 작업하며 방대한 분량의 아동 문학 일러스트를 남겼다.

<백조 왕자>는 가장 활발하게 아동 문학 일러스트 작업을 하던 1940년대 작품이다. 일러스트레이터라면 반드시 거쳐가는 안데르센 작품집 <Contes d'Andersen, 1941> 수록분으로 지금도 수집 열기가 높은 판본 중 하나이다.




이케다 히로아키 池田浩彰

이케다 히로아키가 그린 <백조왕자>는 그의 필모에서도 최고로 꼽고 싶다. 단언하는 취향이란 대부분 뻔하지만 그가 그린 <집 없는 아이>, <인어공주>와 함께 반드시 봐 두어야 할 일러스트라고 생각한다.

고전 동화들이 고루 실린 <세계의 메르헨 世界のメルヘン, 講談社, 1980> 전집은 다양하게 복제되었다. 일서를 중역한 국내 판본은 임의편집으로 구성이 바뀌거나 생략되기 일쑤였다. 계몽사 전집에선 생략되었지만 이케다 히로아키가 그린 <백조왕자>는 꽤 여러 개의 국내 판본이 있다.

#인어공주, 내일 이별한다 해도 https://brunch.co.kr/@flatb201/200

#집 없는 아이, 이케다 히로아키의 빛과 그림자 https://brunch.co.kr/@flatb201/119

세계의 메르헨, 일신각, 현문사 판본


원전의 구성과 비교적 동일한 것은 현문사 판본이다. 일서 복제에 따른 좌우반전 외에는 원전의 이미지들이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인쇄, 제본 모두 정말 조악하고 한글 조판도 완전 성의 없다. 이른바 ‘화이트 질’로 입혀둔 텍스트를 보면 원전 구성을 보존한 것도 그저 귀찮아서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닐까 싶다. 흑흑

일신각 전집은 내용과 이미지 모두 축소 편집되어 누락된 부분이 많다. 아래 이미지들은 그나마 원전의 구성을 따라간 현문사 판본을 배열해보았다.


완성도만큼 스타일링에도 능했던 이케다 히로아키는 희화화된 캐리커처 풍도 즐겨 구사했다.

<딱따구리 그레이트 북스 전집> 중 <그림 없는 그림책>에 수록된 <백조왕자>도 무척 개성적이다. 하악이 강조된 만화 풍임에도 이케다 히로아키 고유의 분위기가 드러나는 것이 참 신기하다.

이케다 히로아키의 캐리커처 풍 일러스트가 실린 해성사, 동서문화사 판본. 코마미야 로쿠로의 일러스트가 실린 소학관 판본.
이런 스타일도 잘 그리면 어쩌자는 것인가! (이미지 출처: http://twitter.com/aristajj/status/929679087479570432)
동서문화사 <그림 없는 그림책>에 수록된 <백조왕자>




코마미야 로쿠로 駒宮録郎

코마미야 로쿠로의 이미지는 섬세한 투명함을 과시한다. 농담으로 번져가는 컬러들은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체화시킨다. 몽롱함 속에 부서질 것처럼 연약해 보이는 주인공들은 빈티지한 매력을 뿜는다.

어린 시절 전집류를 좋아했다면 코마미야 로쿠로의 스타일이 익숙할 것이다. 197, 80년대 아동 문학 전집의 무수한 일러스트를 그린 인기 작가지만 의외로 단행본을 찾는 것이 퍽 어려웠다.

금성 전집 속 <백조왕자>는 <파랑새>, <인어공주>와 더불어 코마미야 로쿠로의 스타일을 정석대로 보여준다. 흑백의 작은 삽화마저 투명한 물 번짐이 느껴진다. 미니멀한 분위기는 엘리자의 고독과도 퍽 잘 어울린다.

#코마미야 로쿠로가 그린 북유럽 동화 https://brunch.co.kr/@flatb201/189

#파랑새, 신기루의 이름 https://brunch.co.kr/@flatb201/50





@출처/ 

야생 백조,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The Wild Swans, Hans Christian Andersen, 1838)

The Wild Swan (Barefoot Books, 2005, 일러스트 앤 이본 길버트 Anne Yvonne Gilbert)

Fairy Tales by Hans Andersen; The Wild Swan (George G. Harrap & Company, 1916, 일러스트 해리 클라크 Harry Clarke)

Contes d'Andersen; Le Cygne Sauvage (Henri Laurens, 1941, 일러스트 앙드레 페쿠 André Pécoud, 1941)

世界の メルヘン3/24, アンデルセン童話; 白鳥の王子  (講談社, 1980, 편집 스즈키 테츠로 鈴木徹郎, 일러스트 이케다 히로아키 池田浩彰)

국제판 리틀엔젤스 세계동화 7, 백조왕자 (현문사, 1987, 편집 정대연, 일러스트 이케다 히로아키 池田浩彰)

NEW 어린이 세계명작동화 4, 백조왕자 (일신각, 1984, 일러스트 이케다 히로아키 池田浩彰)

カラー版世界の幼年文学 24, マッチ売りの少女; 白鳥の王子  (偕成社, 1975, 편집 우에다 토시로 植田敏郎, 일러스트 이케다 히로아키 池田浩彰)

딱다구리 그레이트 북스 5, 그림 없는 그림책; 백조왕자 (동서문화사, 1976, 편집 곽복록, 일러스트 이케다 히로아키 池田浩彰)

소년소녀 칼라명작 세계문학전집 18, 북유럽 편, 안데르센 동화; 백조왕자 (금성출판사, 1979, 편집 김영일, 일러스트 코마미야 로쿠로 駒宮録郎)

学習版 世界名作童話全集 8, 白鳥くっつけ (小学館,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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