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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에서 책 읽기 Jun 10. 2021

비밀의 화원, 빈티지 일러스트 1


타인의 취향은 일상의 보물지도 같은 것이다. 초대받은 집에선 크든 작든 책장의 책등을 훑는다. 베이킹이야 언제나 사랑받는 주제지만 더워져도 뜨개질 인증샷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무자비한 식물 살해자도 칼큘러스 러시에 다시 마음이 흔들거린다.

취향에 정성을 돋운, 비밀까지 더해진 화원이라면 안 좋아질 도리가 없다. 

창작자들이 바라보는 초록색은 어느 하나도 같지 않다. 한 번의 터치, 한 줄의 문장, 어떤 초록색이라도 아름답다. 각기 다른 초록으로 심어진 소망처럼.


#비밀의 화원 1, 내일의 장미 https://brunch.co.kr/@flatb201/266

#비밀의 화원 2, Flowers we are. https://brunch.co.kr/@flatb201/268

#비밀의 화원, 빈티지 일러스트 https://brunch.co.kr/@flatb201/269

#비밀의 화원, 빈티지 일러스트 2 https://brunch.co.kr/@flatb201/270




찰스 로빈슨 Charles Robinson

안데르센과 그림형제의 고전동화들, <보물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위엄 넘치는 문장들에 밀리지 않는 찰스 로빈슨의 일러스트는 작품마다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영국판 <비밀의 화원> 초판본의 일러스트는 단 여덟 장만으로 이 스테디셀러의 기준이 되었다. 완숙한 데생과 담백한 색채가 고전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돋운다.

Charles Robinson, 1911




마리아 루이스 커크 Maria Louise Kirk

마리아 루이스 커크가 그린 미국판 <비밀의 화원> 초판본 일러스트도 고전적 분위기가 가득하다. 그러나 배경도 인물도 영국판보다 좀 더 생기 넘친다. 동시대의 찰스 로빈슨과 비슷한 카테고리로 필모를 채웠지만 그녀의 경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입지를 다졌다.

Maria Louise Kirk, 1911





쥘리엣 리앙하르드 지슬러 Juliette Lienhard Geisseler

에오스 판본에서 보고 오랫동안 찾아봤는데 골든 에이지 시대에 활동한 스위스 출신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정보 외엔 알 수가 없다. 찰스 로빈슨의 일러스트로 오인되는 나긋나긋한 이미지들은 석판화로 추정된다.

Juliette Lienhard Geisseler, 1912




어니스트 H. 셰퍼드 Ernest H. Shepard

<곰돌이 푸>,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속 숲들을 떠올려보면 셰퍼드의 필모에 <비밀의 화원>은 의외는 아니다. 풍경이면 풍경, 인물이면 인물, 인장 같은 이미지에 능한 일러스트레이터이니까. 아쉽게도 셰퍼드 버전의 <비밀의 화원>은 인물 위주의 스케치들이다. 195, 60년대를 풍미한 윈드밀 페이퍼백 시리즈를 위한 작업이어선지 확인된 컬러 작업도 표지뿐이라 아쉽다. 그래도 더스트 커버가 구비된 초판본 수집 열기가 높다.

#곰돌이 푸, 이웃집의 곰 https://brunch.co.kr/@flatb201/182

윈드밀 시리즈 초판 더스트 커버
셰퍼드의 캐릭터 시안과 최종 드로잉
Ernest H. Shepard, 1950




1960, 70 빈티지 북

취향의 탐험에 있어 타이밍은 주로 안타까운 탄식으로 이어진다. 그래도 후대의 관람자들이 항상 불리한 것은 아니다. 반짝 유행으로 몰아치거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낸 작품들을 함께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옵셋 인쇄의 발달로 저가 문고판 시장이 활기를 띄던 196, 70년대는 또렷한 시대성을 드러내는 스타일을 확인하는 기쁨을 준다. 문고판 빈티지북에서 펭귄들이 빠질 리 없다. Penguin Puffin Book은 페이퍼백 시리즈임에도 특유의 빈티지한 분위기로 여전히 수집 열기가 높다. 독립적인 창작자로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범위가 넓어졌음에도 저작권 관리 미비로 인해 확인되지 않는 작품들이 많은 편이다.

Shirley Hughes
 
Gloria Freedman
Jenny Williams
Nora S. Unwin


강렬하고 아름다운 조형성을 과시하는 터키의 일러스트레이터 훌리야 오즈데미르 Hülya Özdemir가 커버를 그린 <퍼핀 시스터후드 에디션 Puffin The Sisterhood Edition, 2019> 수록권이다. 빈티지 북은 아니지만 펭귄 에디션끼리 모아둔다.

#제인 오스틴과 펭귄 https://brunch.co.kr/@flatb201/310 


이미지 너머 이미지 세계를 구현해 내는 팝업 북 분야는 리스트가 은근 보수적이다. 그레험 러스트의 팝업북은 오리지널 하드커버의 프랜차이즈이다. 스티커로 꾸며볼 수도 있고 구성에 꽤 신경을 썼다. 그러나 러스트의 화풍과 더불어 다소 따분하다. 오히려 기본적인 구성의 Gallery Books 클래식 팝업북 시리즈가 196, 70년대 빈티지한 느낌에 잘 묻어간다.

Gallery Books
Graham Rust





@출처/ 비밀의 화원, 프랜시스 호지스 버넷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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