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은 일상의 보물지도 같은 것이다. 초대받은 집에선 크든 작든 책장의 책등을 훑는다. 베이킹이야 언제나 사랑받는 주제지만 더워져도 뜨개질 인증샷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무자비한 식물 살해자도 칼큘러스 러시에 다시 마음이 흔들거린다.
취향에 정성을 돋운, 비밀까지 더해진 화원이라면 안 좋아질 도리가 없다.
창작자들이 바라보는 초록색은 어느 하나도 같지 않다. 한 번의 터치, 한 줄의 문장, 어떤 초록색이라도 아름답다. 각기 다른 초록으로 심어진 소망처럼.
#비밀의 화원 1, 내일의 장미 https://brunch.co.kr/@flatb201/266
#비밀의 화원 2, Flowers we are. https://brunch.co.kr/@flatb201/268
#비밀의 화원, 빈티지 일러스트 1 https://brunch.co.kr/@flatb201/269
#비밀의 화원, 빈티지 일러스트 2 https://brunch.co.kr/@flatb201/270
<알피 시리즈 Alfie>로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셜리 휴즈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자신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지기 전부터 아동문학 일러스트로 커리어를 다졌다. 프랜시스 버넷, 노엘 스트릿필드, 루이자 메이 올콧 등의 퍼핀 시리즈 커버들은 196, 70년대의 빈티지한 분위기가 듬뿍 묻어나 지금도 수집 열기가 높다.
셜리 휴즈가 전체 일러스트를 맡은 1980년대 하드커버 판 <비밀의 화원>은 자신의 오리지널 스토리와 함께 변화하며 정착된 화풍을 보여준다. 초기 캐릭터보다 사실적이라 아쉽기도 하지만 고증도 정교하다. 탄탄한 데생은 어린이 특유의 움직임을, 거친 질감의 단단한 과슈로 생동감 넘치는 무드를 구현하고 있다. 정원보다는 캐릭터 위주이지만 컬러 스프레드 외에도 영국 분위기 물씬한 펜 크로키로 빼곡하다.
다수의 고전 아동문학의 일러스트를 작업한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로 1980년대에 유행한 하드커버 기프트 북을 특히 많이 남겼다. 탄탄한 데생을 바탕으로 한 꼼꼼한 이미지들을 구사한다. 리얼리즘에 가까운 사실적 데생 위에 아서 래컴 풍의 고전적이고 빈티지한 색감으로 환상성을 시도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벨벳 토끼, 백일몽 https://brunch.co.kr/@flatb201/255
교육용 아동 도서 및 돌링 킨더슬리 DK 시리즈에 교육용 삽화를 주로 작업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러셀 바넷의 판본은 실제로 보진 못했는데 캐릭터보다는 사실적 터치에도 판타지 분위기를 조성한 황야와 정원의 공간감이 근사하다.
수채화가 파멜라 케이가 일러스트를 그린 하드커버 판이다. 빈티지한 무드가 묻어나는 담백한 컬러링을 구사하고 있다.
아래에 소개할 로버트 잉펜과 더불어 잉가 무어의 <비밀의 화원>이 인기 높은 이유는 정교하게 묘사된 정원 풍경 때문이다. <비밀의 화원>은 정원이 소재인 작품임에도 분량상의 문제인지 정원 자체가 주도적인 일러스트들은 많지 않은데 두 작가의 정원은 아주 본격적이다. 섬세한 세필 수채화는 독자들의 상상 속에서 피어났다 스러지는 정원을 가시화한다. 극도의 세필로 수직과 수평, 넓은 판형을 활용해 고딕풍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화풍만큼 생태학적 고증도 섬세하다. 잉가 무어는 여러 동화의 배경으로 유명한 서섹스 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당연하다는 듯 <버드나무 숲에 부는 바람>을 필모로 가지고 있다.
<비밀의 화원> 100주년 기념 판본들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로버트 잉펜의 화원도 현실감 넘치는 판타지를 구현한다.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로버트 잉펜은 UN 내 환경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환경과 자연을 주제로 한 작업들에 관심 두게 되었다고 한다.
잉가 무어가 시대물로서 고딕 드라마의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로버트 잉펜은 이 작품을 하나의 풍경으로서 조망하고 있다. 세밀한 터치를 사용하되 의도적으로 생략되거나 질감으로만 채워지는 배경들은 황야의 스산함, 고적한 정원, 술렁이는 대기를 더없이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안개처럼 뭉근한 이미지들을 바라보노라면 이미 어딘가를 헤매는 느낌이 든다.
@출처/ 비밀의 화원, 프랜시스 호지스 버넷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