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종이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아이

여섯 살 아이의 장래희망

by 플랫필로우

아이들이 커가면서 장래희망, 꿈이 뭔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참 즐겁다. 이 작은 아이가 커서 어떤 어른이 될까 하는 부모로서의 호기심을 아이의 꿈 이야기가 충족시켜주는 기분이랄까.


여섯 살 우리집 첫째 아이는 네 살 때 꿈을 물어봤을 때는 물고기 잡는 어부라고 답했다. 왜 어부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바다와 물고기가 좋아서요 라는 귀여운 답을 들었다. 네살 일 때 특히 고래 물고기 해파리 오징어 문어 등등 바다생물과 바닷속 이야기가 담긴 동화책을 좋아해서 그랬던 것 같다.


아이가 다섯살이 되었을 때 다시 꿈을 물어봤다. "체육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어린이집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체육시간이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동작도 가르쳐주고 여러가지 재미있는 운동 기구를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꽤나 아이에게 멋지게 느껴진 것 같다. 하원하고 집에 와서 "여기 파랑색 동그라미에 서서 점프해보세요" 하고 체육 선생님 흉내를 내며 놀이를 할 정도로 좋아했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보니 다른 부분의 재능은 크게 발견하지 못했지만 운동신경은 정말 좋고 날쌘 다람쥐같아서 체육선생님도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흐뭇해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 아이가 여섯 살이 되자 언어구사력이 생겨서인지 엄마가 묻지 않아도 꿈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엄마 저는 종이쌤이 될 거예요. 종이쌤이 되어서 색종이접기를 배우고 싶은 어린이들을 위해 가르쳐줄 거예요".

KakaoTalk_20241018_100743216.jpg

"와 멋진 꿈인데? 종이쌤이 되어서 영상으로 만들어서 어린이들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종이접기 책을 만들어도 되겠는걸? 하고 얘기하니 아이는 곧바로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지금 종이쌤들보다 더 멋진 종이쌤이 될거라구요. 색종이 접기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제가 자전거를 타고 그 어린이가 사는 집에 가서 직접 접는 걸 알려줄래요".


웃음이 났다. 꽤나 멋진 생각이기도 하고. 이 이야기를 친정엄마께 들려드리니

"유치원에서나 집에서 어른들이 하나하나 일일이 종이접기를 옆에 앉아서 상세히 알려주지 않아서 아이가 많이 답답했나보다".


아차 싶었다. 독립적인 아이, 스스로 뭐든 하는 아이,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아이로 키운답시고 나는 늘 아이에게 친절한 설명을 해준 순간이 많지는 않았기에.


이 말을 들은 이후로는 아이가 접고 싶다는 종이접기가 있으면 먼저 해보라고 하고 잘 되지 않으면 설명도 상세히 옆에 앉혀놓고 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종이쌤이 꿈인 아들래미한테 이 정도 노력은 엄마로서 해줘야겠지? 하는 마음에.


나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왠만해선 아무 이유없이 또는 아이의 기분에 맞춰 사주거나 하지 않는다. 우리집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질 수 있는 날은 오직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생일 이렇게 세 번이다. 이 때도 엄마 아빠인 우리가 사주진 않고 양가 할머니들이나 고모 삼촌이 사준다. 너무 헤프게 장난감을 쉽게 얻으면 물건이나 선물의 가치를 느끼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몸으로 뛰며 놀이하거나 집에 있는 재료로 직접 만들어서 놀이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갖고 싶은 게 생기면 이렇게 말한다. "엄마 크리스마스 되려면 아직 멀었나요? 크리스마스 되면 인형 갖고 싶어요 꼭 사주세요"라며 선물 예약을 한다. 다른 친구들은 갖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 그때 재미난 장난감을 선물받을텐데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으니 때로는 이런 상황이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키우는 걸 후회하진 않는다.


그래도 내가 유일하게 돈을 팍팍 쓰며 원할 때마다 사주는 게 하나 있다. 그게 바로 '색종이'.

예쁘고 반짝반짝하는 색상과 모양이 그려진 색종이, 양면 색종이, 단면 색종이, 색종이 정리함 등 색종이에 대한 건 아끼지 않고 아이가 언제든 만들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했다. 그래서 아이가 색종이쌤이 꿈이 된 건지도.


환경 조성이 아이의 가치관, 꿈, 생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구나 하는 걸 새삼 느낀다.


KakaoTalk_20241018_101026359.jpg

내년에 일곱살 형아가 되면 아이는 어떤 꿈을 꿀까?

아이가 꿈꾸는 직업을 들으면 아이의 머릿 속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어 늘 기대가 된다.


네 살때 꿈은 어부

다섯 살때 꿈은 체육선생님

여섯 살때 꿈은 종이쌤


매년 아이의 꿈을 물어보고 기록해놓고 아이가 진로를 고민하는 순간이 오면 짠 하고 보물봇따리처럼 풀어서 보여줘야겠다.


네 살 둘째에게도 물어봤다. 꿈이 뭐야? 하고.

"공주님이 되고 싶어요".

귀염둥이.

keyword
이전 01화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예쁜 말투를 가진 아이였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