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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하는 일상 Apr 10. 2018

PLEASE LIKE ME 2.

시즌2 에피소드4. Gang Keow Wan

시즌2 에피소드4, 동양인들의 신비함에 대하여

다양한 향신료와 듬뿍 담은 채소 그리고 취향에 따라 넣어도 되고 넣지 않아도 되는 고기 또는 생선. Gaeng Keow Wan, 또는 쉽게 태국식 그린 커리는 야채 페이스트에 코코넛 밀크로 끓여주는 맛있는 축제 같은 음식이다.

요가와 서양인들이 믿는 동양의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세계를 믿는 남자와 소개팅을 하는 조쉬가 선택한 식당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태국 식당이다. '나는 착하고 선한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넌 아니야.'라는 소개팅남의 거절로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헤어지지만 조쉬는 즐겁게 음식을 먹어 치운다.


당양한 재료들과 수많은 향신료가 들어가는 음식에는 항상 생각하지 못한 향과 맛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이전에 먹어본 음식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먹어 본 음식이라도 식당에 따라, 요리사의 취향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장소가 아니라면 새로운 것을 기대하게 된다. 어쩌면 향신료에 대한 이야기를 막 베트남 여행을 마치고 온 후에 쓸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또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베트남 음식과는 다른 허브를 넣어 스프링롤을 만들고 토마토와 파인애플을 넣어 한국에서는 먹어 볼 수 없는 국을 만들고 베트남의 향신료를 사용해 요리한 닭고기를 넣은 피자를 만든다. 베트남 음식을 많이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 향신료에 대한 호불호가 꽤 있으면서도 하노이를 여행하면서 매일매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맛들을 경험 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즌2 에피소드4, 만남과 헤어짐의 위기

사실 카레는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었다. 지금도 누군가가 물어보면 카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집에서 해주는 노란색 카레가 싫었고 학교에서 급식으로 나오는 노란색 카레도 싫었다. 거기에 들어가는 당근도, 감자도, 때로 들어가는 사과도 싫었다. 왜 당근을 익혀 먹어야 하는지 왜 사과를 익혀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나는 사실 카레가 싫기보다는 그 속에 있는 익힌 당근이 가장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카레를 만들 때는 당근을 넣지 않는다.

여담이지만 당근은 사실 익혀 먹어야 더 좋은 음식이긴 하다. 익히지 않은 당근을 주변에 있는 모든 채소들의 영양소를 파괴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익히지 않은 당근을 샐러드에 넣게 되면 영양소 0%인 샐러드를 먹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영양소를 다른 곳에서 보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샐러드에 당근을 넣고 싶다면 익히지 않은 당근을 넣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음식은 영양도 중요하지만 맛있게 먹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카레에 들어가는 재료가 많은 만큼 카레 자체의 종류도 다양하다. 인도, 일본, 태국 등 다양한 나라의 식당에서 카레가 팔리며 그것을 요리하는 방법도, 부르는 이름도, 들어가는 재료도 각양각색이다. 그중에서도 조쉬가 맛있게 먹던 태국식 그린 커리는 달지는 않지만 초록색의 산뜻한 색깔로 이름이 '달콤한(wan)'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고 다른 카레들 보다 더 부드럽고 덜 자극적이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 속 조쉬와 친구들 그리고 엄마의 이야기는 결코 부드럽지 않다. 커리를 만들 때 들어가는 수많은 향신료와 야채들처럼 그들의 관계는 알 수 없고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풀려간다.


시즌2 에피소드4, 합창단 공연에 조쉬를 초대하는 아놀드

카레와 같은 음식들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료의 유연성이다. 가끔 커리 페이스트를 직접 만드는 레시피를 보기도 했지만 그들마다 다 다른 재료들을 넣어 페이스트를 만들었고 내가 산 페이스트 또한 그들과는 다른 재료들로 만들어진 페이스트였다. 정해진 레시피 없이, 기본이 되는 재료들만 정해져 있고 그 외의 모든 것들은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음식을 해도 매번 다른 맛을 낼 수 있다. 어쩌면 한국 음식을 만들 때 사용되는 '적당히'의 계량법이 이런 음식에서는 다른 나라의 음식일지라도 통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린 커리 간을 할 때 사용하는 피시소스 대신에 액젓을 사용해도 되고 채식이 싫다면 고기를 넣어도 되고 코코넛 밀크가 모자라면 그냐 우유를 넣어봐도 되는 요리사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요리다. 간이 조금 맞지 않아도 재료가 조금 부족해도 어떻게든 만들다 보면 완성되어 있는 음식처럼 Please Like Me의 이번 에피소드도 관계가 잘 풀리는 사람들, 그렇지 않은 사람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은 사람들이 전부 등장하지만 어떻게든 이야를 끝맺는다. 그리고 그 수많은 사람들 중 그 사람들 사이에 아직 끼지 못한 조쉬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사람이 있지만 음식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아직 맛을 알 수 없는 것처럼 아무도 알지 못한다. 



사용재료

태국식 그린 커리 페이스트, 코코넛 오일, 코코넛 밀크, 라임, 바질, 액젓, 소금, 후추, 설탕, 파

닭고기, 브로콜리, 양파, 버섯, 홍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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