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농사

024. 토마토 농사

내 또래 중에서 농사를 지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농사에 무지했던 내게 학교 텃밭은 그림의 ‘똥’이었고 기피대상이었다.

그런데 동료 선생님들께서 텃밭 농사를 하시겠다니 괜히 용기가 났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은 오질 않을 때라 도랑을 파고 토마토를 심는 것은 내가 했다.

아이들이 왔고 어느 정도 자란 토마토 나무를 각자 하나씩 배정해줬다. 방울이, 연방이, 방방이, tomato, 쑥쑥이, 튼튼이, 보름이 등등 토마토에 이름을 정해주고 명찰까지 붙여주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나오는 며칠 동안 잡초도 뽑고 애정을 듬뿍 쏟아주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심해지자 다시 아이들은 원격 수업으로 돌아갔고 텃밭은 오로지 내 몫이 되었다.


문제는 측지작업이었다.

토마토가 좋은 열매를 맺으려면 잔가지를 깔끔하게 잘라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토미토 가지는 여러 갈래로 뻗어 갔고 가을의 벼처럼 고개 숙이기 시작했다. 긴 지지대를 중심으로 빵끈을 이용해 나름 건축공학적 설계를 해봤으나 역부족이었고 토마토는 제멋대로 컸다.

쑥쑥 자라는 잡초는 또 어찌 뽑으리오.


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나왔고 설레는 맘으로 텃밭에 가자고 했다.

자연이 준 반전을 기대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텃밭으로 향했다.


...반전은 없었다.


쑥쑥이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운데 가지가 뚝 끊어졌고 튼튼이는 제대로 된 열매 하나를 맺지 못했다.

토마토가 잘 자란 아이와 못자란 아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선생님 우리 토마토 나눠 먹어요.”



다행히 토마토가 잘 자란 몇몇 친구들이 나눠 먹자는 말을 먼저 했고 우린 토마토를 맛있게 나눠 먹었다.

생긴 모습들은 달라도 정말 맛있는 유기농 토마토였다.


그런데 만약 못자란 아이들이 먼저 그 말을 했다면 선뜻 들어줄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됐을까.

같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갔는데 결과가 다르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토마토 농사.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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