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일 이삿날이다.
뭔가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하고 약간 불안하기도 하다. 이사라는 게 인생의 큰 일중에 하나이니 당연한 심리상태일 게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이사 자주 하기로는 어디서 뒤지지 않을 듯하다.
6년 동안 4번의 이사를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런 심리상태가 이사 스트레스 때문만은 아닐 텐데..
오늘 아침 운전하며 운동하러 가는 길에 보이는 논, 밭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감자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벼도 초록색으로 자라고 있다.
그동안 익숙해진 시골마을 풍경이다. 서울에서 평생을 살아온 뼛속까지 서울여자가 강원도 시골 바닷가 마을에서 살게 될 거라 상상도 못 했었다. 하지만 그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되었고 벌써 1년이 흘렀다.
삶은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의 연속이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기에 더 살아볼 가치가 있는 걸까?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아무리 우리가 계획을 세워도 이루어주시는 분의 큰 그림 안에서 흘러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물 흐르듯 흘러가듯이 살게 되더라.
원 없이 바다를 보며 바닷가 마을에 살아봤기에 여한이 없다. 아마도 앞으로 내 삶에서 또 일어나지 않을 일일 수도 있어서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삶이 있기에 기쁨과 기대가 더 크다.
오늘 입주청소를 해서 이사할 집을 자세히 들러보았다. 거실에서 숲이 보였고 동네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바닷가 마을은 좀 외로웠다. 저녁이 일찍 오고 스산한 느낌이 들어 쉽게 우울한 기분에 빠져들곤 했다. 하지만 이사하는 곳은 훨씬 더 따뜻하고 생동감이 느껴져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웃음이 났다.
우리 남편이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식당 <주문진 곰치국>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역시나 시원한 곰치국이 우리의 미각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동안 정들었던 사천바다와 영진해변의 뷰가 가장 멋졌던 카르페디엠 카페와 동네 고양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바다도 카페도 고양이도 우리가 떠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겠지. 그래서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다.
그동안 고마웠어.
나의 바닷가 마을이여 안녕.
여한 없이 사랑한 사랑은 이별도 잘할 수 있는 법인가 보다.
유난히 예뻤던 이삿날 새벽의 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