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다시 보기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이란 무엇인가.
정해진 근로시간 외에는 나의 시간을 회사를 위해 최소한으로 쓰는 것이 워라밸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신입사원 시절이나 업무가 많아지던 때에는 야근도 빈번하게 했는데 정말 삶에서 회사 이외에는 남는 게 없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에서는 보름마다 회사 실적을 달성했는지 체크하는 회의를 하고 매월 초에는 연간 목표 달성을 위해 이번 달 전략을 논의하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사이클을 계속 지나다 보니 '내 삶은 무슨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일단은 나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더욱 회사에 추가적인 시간을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었다. 정시퇴근을 향한 질주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부작용도 있었다. 칼퇴를 하지 못하는 날이면 그토록 예민해졌다.
'나의 칼퇴의 앞길을 막는 자가 누구인가?'
일을 하다 보면 나도 급한 요청을 할 때가 있고 누군가도 회사의 상황 혹은 상사의 지시로 부득이하게 퇴근 시간이 지나도 연락을 할 때가 있다. 일이라는 게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 나도 도움 받을 것을 기대하며 갑작스러운 요청은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 당시 나는 '칼퇴 집착자'였기 때문에 그런 요청들은 마음을 너무 고통스럽게 했다. 그리고 휴가를 낸 날 유선으로 연락이라도 오면 나의 워라밸이 침범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나의 삶을 주도하고 의미 있게 나만의 것을 만들어가며 시간을 사용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워라밸을 추구하였는데 나중에는 정해진 시간 외에 회사에 에너지를 쓰는 것 자체를 지양하는 것만 지키는 것으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오히려 민감해져서 스트레스가 더 늘었다.
휴일에 나에게 온 회사 전화 한 통 5분으로 나의 그날 하루 24시간 전체가 '회사화'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한 시간 야근을 하게 되더라도 남은 시간을 나의 것으로 알차게 잘 보내면 된다. 회사 업무의 양과 난이도가 일정하면 좋겠지만 사람 일이란 게 변수가 있듯이 회사도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는 좋은 선택의 길이다.
워라밸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내 삶에 이루고 싶은 목표와 의미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지하고 차근차근 채워 나가는 것이고 생각한다. 회사도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내 삶 또한 그러는 것이다. 절대적인 시간이라는 개념에 집착하기보다 회사에 있는 순간에는 회사의 최선을, 개인적인 시간에서는 내 삶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워라밸이자 순간을 살아가는 '까르페 디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