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니?"
2025.2.27 목
부동산 계약서를 꺼냈다. 내일이면 마지막 날이다. 이사하는 날 집주인과 만난 적이 있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거의 이사를 나가고 나서 그들이 확인하러 왔고, 그다음 뭔가 일이 일어났던 거 같다. 그동안은 남편이 맡아서 처리했기에 어떻게 지나갔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이번에는 계약도 내가 하고 마무리도 내가 하게 되었다. 사람이 2년 살았는데, 있던 그대로 복구하는 것이 가능이나 한 일일까? 그런데 계약서에는 '원상복구'라고 되어있다.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어놨으면, 더 좋은 게 아닐까.
떠나올 집은 초등학교 바로 앞이라는 것과 베란다 풍경이 멋지다는 것 외에는 장점이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없었다. 남편은 이사 가는 걸 반대했다. 과거의 나는 왜 그랬을까. 그때 떠나오는 집에서 하루도 더 살기 싫은 마음이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가 걸어 다니기에 애매한 거리 아파트이기도 했다. 내가 초등학교를 멀리 다녀서인지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되는 이 아파트가 좋았다.
12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올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집이었다. 둘째가 돌 무렵에는 같은 아파트 단지 적은 평수로 이사 왔고, 다른 아파트로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왔던 스토리가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대 첫 직장 부산에서 울산으로 출퇴근할 때 이즈음에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 로망의 집이었다.
어쨌든 살아봤으니 되었다. 103동, 203동, 201동에서 각각 3년, 2년, 2년 총 7년을 이 아파트에서 살았다. 이제는 마무리를 준비할 시점이다.
오늘 10년 동안 거래한 부동산 소장님(50대 여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장기수선충당금 문의를 드렸더니, 집주인에게 말해서 잘 받아라고 했다. 친구들에게 물었을 때는 공인중개소에서 받아줬었다는데 다른 지역 친구들이니 사정이 다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 마디 딱 덧붙였다.
"집주인 할아버지 보통 아닌데, 아무튼 잘해보세요!"
그랬다. 다 내 몫의 일이었다.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해결할 일들이 있다. 이 또한 내가 올해 해결할 일이기도 한가 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 하는 일인데 뭐 큰일이 나겠나 싶기도 하고. 2년 전에는 전세금을 못 받아서 8개월을 법무사, 법원 오가면서 스트레스받았는데 그때만큼 힘든 건 아니겠지 싶기도 하다.
그나저나 2023년 1월 사진첩에서 그 당시 집 사진들을 찾았다. 내일 집주인과 협의 시 필요할 거 같아서다. 그리고 LED등교체비용, 디지털도어록, 현관문, 신발장 필름시공 등 내가 이 집을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썼던 돈들을 다시 찾아봤다.
미리 정리해 두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분명히 정리한 기억이 있는데, 파일을 찾을 수 없다. 그 당시 시공했던 업체 사장님들과 문자 내용을 통해서 다시 찾아봤다.
휴, 그렀더니 10시 30분이다.
오늘이 지나가고, 내일 이 시간즈음이면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었으면 좋겠다.
오늘 비용 파일을 정리하면서 과거의 나에게 '그러니 진작에 정리 쫌 하지!' 이렇게 다그쳤다. 그래도 뭐 소용 있나. 이미 지나갔는데. 올해 가계부라도 잘 써봐야겠다.
내일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며.
내가 가장 바라는 건 아무 일 없이(더 큰 지출 없이),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