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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경 Mar 31. 2023

코피와 연근

벚꽃의 계절이다. 그와  함께 미세먼지와 환절기 기온차이로  감기가 쉽게 걸리는 때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나는 허약체질이라 소풍을 다녀온 다음 날 베개가 푹 젖도록 코피를 흘리곤 했었다. 요즘 아이들은 차량을 이용하여 소풍을 다니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2~3km 정도 되는 길을 걸어 소풍을 다녀오곤 했었다.

놀 때는 힘든 줄 몰랐지만,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면 피에 젖은 베개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깨곤 했다.


그 체질을 닮아서인지 작은딸이 어릴 때 코피를 자주 흘렸다.  

약도 먹여보고 여러 가지 건강식을 만들어 먹여 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연근이 지혈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결혼 초 시이모님 댁에 인사드리러 갔을 때 쫄깃쫄깃한 연근이 있었다. 달콤한 연근조림은 입에서 살살 녹는 것처럼 맛있었다. 만드는 방법을 여쭤보았더니 연근에 꿀과 설탕을 넣고 한나절 조리셨다고 하셨다. 연근정과였다. 그때 생각이 나서 연근을 설탕과 꿀을 넣고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조려서 간식처럼 먹였다. 다행히 연근을 자주 먹으면서 지혈이 되었고 코피 흘리는 일이 적어졌다.     


연근은 예로부터 약용식물로 사용되어 왔다.

연근은 조선시대 율곡 선생이 어머니를 여의고 상심하여 건강을 상하게 되었을 때 연근 죽을 먹고 건강을 회복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고 독이 없으며, 생약명으로는 연우(蓮藕)로 알려져 있다. 연근은 여러 가지 출혈을 멈추는 지혈 작용과 열독을 풀고 어혈을 삭이며 토혈을 멎게 하는 기능이 있다. 생것은 토하거나 설사를 한 뒤에 허해서 나는 갈증을 멎게 해 주고, 쪄서 먹으면 오장을 보하고 쇠해진 기력을 회복시키며 꾸준히 섭취하면 몸이 거뜬해지고 배고픔도 잊을 수 있다. 또한 소염작용, 강장 작용, 피로 해소, 불면, 노이로제의 안정 작용 등 많은 효능이 있다.

연근은 암 연근과 숫 연근이 있는데 암 연근은 숫 연근에 비해 색도 희고 작으며 통통하다. 주로 샐러드 할 때 사용한다. 숫 연근은 길이가 길쭉하고 긴 편인데 암 연근에 비해 좀 딱딱하여 조림용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과다 섭취 시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철분과 양극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조리 시 철로 된 그릇은 피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인용함).

   


모처럼 한식집에 식사하러 갔다가 연근 샐러드를 만났다.

흑임자 소스에 버무린 연근 샐러드는 아삭하니 고소한 맛이 났다.

그동안 연근은 푹 익혀 먹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요리하는 것에 편견과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 그런데도 은연중에 선입견을 품고 있었나 보다. 새로운 요리법으로 만든 연근은 신선함을 주었다.     


연근은 12월부터 3월까지 수확한다고 한다.

시장에 가니 피 연근 한 봉지가 삼천 원이다. 애호박 하나도 이천 원이 넘는데 아기 팔뚝만 한 연근이 서너 개에 삼천 원이라니 반가웠다.

길고 오동통한 연근 서너 개 껍질을 벗기니 오백 그램 정도 나왔다. 연근의 껍질을 벗겨 0.5cm 두께로 썰었다. 식초 두 숟갈을 넣은 물에 담가 전분과 떫은맛을 제거한다. 냄비에 물을 담아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식초 두 숟갈, 소금 한 숟갈과 연근을 넣어 삶았다.

5분 정도 데친 후 물에 헹구지 않고 체에 밭쳐 놓았다. 데친 연근의 절반은 흑임자 소스로 버무려 샐러드로 만들었다. 나머지 반은 연근이 절반 정도 잠길 만큼 물을 붓고 간장, 설탕, 맛술, 식용유를 넣어 뒤적거리며 조려주었다. 물이 줄어들면서 연근이 갈색으로 변해 간다. 물이 1/3 정도 남으면 올리고 당을 넣고 조금 더 조려 연근조림을 만들었다.       

연근은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연근 구멍에 양념한 고기를 넣고 밀가루 반죽으로 옷을 입혀 전을 부쳐도 맛있다. 설탕과 꿀을 넣어 달콤하고 쫀득하게 조린 연근정과, 연근에 오색의 고운 물을 들여 색색이 아름다운 연근정과를 만든 것을 보았다. 이바지 음식이나 선물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고 한다. 건조기에서 바싹 말려 바삭바삭하게 튀긴 연근 칩, 연근 밥, 연근 죽, 연근 김치 등 많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서 채소를 구입하는 것도 망설일 때가 많다. 이전에는 청양고추 한 봉지 천 원, 알배기 배추 천 원 했었는데 이제는 보통 이천 원 이상이다. 두 배도 더 오른 물품들도 많지만, 월급은 안 오르니 오히려 월급이 줄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제철에 나오는 채소는 좀 저렴한 편이라 주로 많이 구입하는 편이다.

오늘 저녁 반찬은 연근조림과 샐러드다.

공해와 스트레스로 힘들어진 요즘 건강한 제철 음식으로 건강을 챙겨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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