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안녕
남자의 눈물
지연이 페루로 떠나기 전 3일 지연과 승빈은 만났다. 지연은 이미 자취방을 정리했고 학교에 휴학 신청서도 냈다. 지연은 엄마와 같이 페루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승빈을 만난 것이었다. 둘은 카페에 앉아 아무 말없이 없었다. 주문한 커피와 차가 나오고 둘은 말없이 음료만 마셨다. 어색하고 슬픈 감정을 억누르고 지연은 먼저 승빈에게 말을 걸었다.
" 오늘이 우리가 헤어지기 전에 보는 마지막 날이네..."
승빈은 아무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 나 금요일 오후 4시 비행기로 떠나. 일 년 다녀와서 다시 복학해야 하니 늦어도 내년 5월까진 돌아올 거야."
"...... " 승빈은 아무 말 없이 카페 테이블에 시선이 멈춰 있었다.
" 듣고 있어? 1년 잘 기다릴 수 있다더니... "
승빈은 애써 미소 지으며 대답을 했다.
" 그럼 잘 지낼 수 있지. 네가 영영 못 오는 곳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과 함께 있을 거고 난 걱정 안 해. "
지연은 승빈의 입에서 보고 싶을 거라고 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승빈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둘은 카페에서 나와 길을 걸었다. 삼일밖에 안 남아서 인지 둘 다 실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연은 다시 가봐야 했다. 엄마랑 서울역에서 만나서 집으로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 나 갈게. 밥 잘 머고.. 학교 잘 다니고. 아침에 이제 깨워 주지 못하니까 시계 맞춰 놓고 자. "
" 응. 너도 간 김에 스페인어 잘 배우고. 건강하게 만나자. 내 이메일 주소 알지? 지연은 말없이 끄덕였다. 그리고 둘은 아쉽지만 손깍지를 풀고 지하철 역 입구에서 헤어졌다. 지연은 지하철 역 입구를 내려가면서 계속 뒤돌아 봤다. 승빈은 뒤돌아 보지 않고 걸어갔다. 얼굴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축 처진 어깨와 힘없이 흔들리는 그의 팔을 보니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지연은 눈물이 앞을 가려 계단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내려갔다. 3일은 남았으니 전화 통화도 할 수 있다고 위로를 해보았지만 점점 눈앞은 흐려졌다. 지하철 플랫폼에 내려와 벤치에 힘없이 않았다. 전철이 도착했는데도 일어서서 전철에 몸을 옮길 기분이 아니었다. 그렇게 두 세 차례 전철을 보냈을 때 지연은 누군가 와락 뒤에서 앉는 느낌이 들었다. 지연은 뒤돌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승빈의 향수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지연이 자꾸 뒤돌아 승빈을 보려고 하자 승빈은 지연을 꽉 잡고 뒤돌지 못하도록 했다. 지연의 등에 승빈이 흐느끼는 진동이 느껴졌다. 그렇게 몇 분을 앉아 있어도 승빈의 흐느낌은 어느새 엄마 잃어버린 아이처럼 소리 내서 울기 시작했다. 지연은 한 번도 아빠나 남자들이 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해 줘야 하는지 지연은 승빈의 눈물에 굳어 버렸다.
잠시 후 지연을 꽉 잡은 승빈의 팔이 지연을 돌아 세웠고 지연에게 키스를 했다. 지연과 승빈은 플랫폼에서 그렇게 눈물의 안녕인사를 했다. 지연은 승빈을 바라보았다. 이미 승빈의 얼굴은 몰라보게 붉었고 눈물에 젖어 있었다. 지연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승빈의 눈가를 닦아 주었다.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향하는 지연과 승빈은 두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마침내 서울역이 왔고 지연은 용기 내어서 승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 나 이제 갈게. 잘 있어. 내 걱정 말고. 1년만 기다려줘 " 승빈의 젖은 눈으로 지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연은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지연의 엄마가 기다리는 서울역 광장으로 나갔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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