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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Jul 08. 2024

봄날같이 행복한 우리 가족, 조경주 작가(4)

사랑 가득한 우리 집


봄날같이 행복한 우리 가족. 8호(45.5x37.9cm). Acrylic on canvas.2021 -카페 사진



그림 속 우리 집은 눈에 그려지는 풍경이자 정서다.

가장 편안하게 다가오는 공간이다.

마음에 떠오르는 심상 心象이다.


집은 다양한 모습으로 시대를 달리하면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내 삶의 터전이라는 것이다. 안정적이고 가장 편안한 공간이다. 울타리가 있는 보호막이다. 누구나 그리워하는 정서적인 안정을 나타내는 공간이다. 작가의 작품은 그 울타리 안에서 나타나는 가족의 단란함을 표현하고 있다. 세월을 의미하는 커다란 나무는 사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며 집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보인다. 할머니가 살았고 지금 내가 살아가는 그 공간에서 나의 행복은 자라고 있다. 현재의 행복한 삶이 과거의 추억과 어울려 동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파란 지붕과 어울려 만개한 꽃은 가족의 평화로움을 상징한다. 마당의 평상에서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은 여유로움과 풍성함이다. 강아지와 닭이 노닐고 장독대가 있는 풍경은 전원 풍경의 백미라고 할 것이다.


작가의 가슴속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움으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집을 통해 가족의 행복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집이 있는 마을과 언덕 위의 집을 표현하기도 했고 그 하나를 드러내어 확장해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이미지든 그런 공간에서 함께 하기를 기다리는 마음이든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행복을 맘껏 표현한다. 그림은 멈추어진 과거의 풍경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다. 작가는 관객과 함께 행복을 나누고 싶어 한다. 내가 지니고 있는 마음의 여유를 나누어 줌으로써 관객의 행복을 기원한다. 그것이 작가가 그림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이런 풍경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특히 시대의 가장 큰 변화의 흐름을 타던 격동기의 풍경이기 때문이다. 힘들었지만 초가지붕이 양철지붕과 슬레이트 지붕으로 다시 벽돌과 콘크리트로 바뀌면서 조금은 삶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겪었던 이들이 생존해 있다. 그 이후 세대에게는 색이 주는 감성이 이끌리게 한다. 강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끌어당기는 힘을 가졌다. 그렇기에 여러 작가가 시도하고 있는 정서적 풍경이다. 삶의 바로미터다. 뚜렷한 차별보다 자신의 감성 전달에 더 큰 노력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을 관객이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 또한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동질성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그림 같은 풍경이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뜰안은 비어가며 풀이 우거진 풍경으로 바뀌고 있다. 전국에 빈집이 늘어나며 기억의 공간은 추억 속에만 남아 간다. 사라지는 풍경 속으로 관객을 불러들임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작가의 작품에서 느끼는 따뜻함은 재료와 제작 방법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원색과 같이 느껴지는 노랗고 파랗고 분홍빛 가득한 색은 포근한 시선을 갖게 한다. 작품을 표현하는 물감은 석채 분채다. 독특한 질감이 돋보인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물의 표현을 붓이 아니라 바탕을 긁어내어 선을 만들었음을 알게 된다. 물감이 마르기 전에 가는 도구를 이용해 선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 표현이 작품을 두드러져 보이게 하는 효과다. 그 과정은 지극히 많은 시간과 집중이 요구되기에 고되다. 많은 작가가 자신만의 표현기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듯이 조경주 작가의 작품 과정도 시간과 노동력이 바탕이다.


우리 집 시리즈는 수년 전부터 조금씩 작업해 온 작품을 모아 대중에게 선보였다. 또 다른 변화의 과정이다. 하나의 주제 속에 새로운 주제를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 흐름이 작가의 그동안 작품 과정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다. 그렇기에 그간의 작업이 전혀 다른듯하지만 하나의 이야기로 묶이는 이유다. 큰 줄기에서 뻗어나가는 가지는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결국에는 큰 형상 하나를 온전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작가의 생명력은 바로 그런 흐름을 보여주는 데에서 드러난다.


그렇기에 고향 풍경과 마을, 그리고 우리 집, 오리 가족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작품 흐름을 볼 필요가 있다. 그리움과 현실의 조화가 이루어져 가는 변화의 과정 같다. 향리와 언덕 위의 집이 푸근함을 주는 그리움이라면 오리 가족과 우리 집은 그 꿈을 실현한 행복이다. 그리움 속에 찾아낸 현실의 표현처럼 마음을 드러냈다. 풍경 속에는 이웃이 아닌 내 가족이 있다. 화사하게 피어난 꽃과 풍경은 봄날처럼 밝고 아름다운 시간이다. 작가의 마음이자 관객의 마음이다. 어쩌면 작가의 작품은 커다란 사회에서 마을 그리고 가족으로 이어지며 자신의 관점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본 시각이다. 삶의 치유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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