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누구나 괜찮은 척하며 산다는데 저는 쉽지 않군요.

by 조매영

건강검진의 모든 검사가 끝나고 의사와 면담을 했다. 의사는 우울증 검사지의 점수를 계산하더니 내게 말했다.


신경정신과 가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되물었다.


점수가 많이 높은 가봐요.


의사는 점수가 많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나는 분명 5점짜리는 3점으로 3점짜리는 1점으로 체크했었다. 그런데도 높은 편이라니. 나는 도대체 어쩌려고 그러는 걸까. 이번에도 우울을 감추지 못했다. 이주 후 건강검진 결과가 우편으로 발송된다는 안내를 받고 나오는 길. 날이 너무 좋았다. 조금 울고 싶었는데 배가 고팠다. 건너편 빵집이 보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지. 크로와상 샌드위치를 샀다. 사람이 오가지 않는 골목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샌드위치에 생크림이 들어 있었다. 생소했다. 맛이 없었다. 우울을 곱씹는 것 같았다. 오랜만이었다. 근거 없는 우울이 아닌 것은.


요즘 부쩍 새벽에 깬다. 눈을 뜨면 어둡다. 어둠 속에서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에 몸부림친다. 가끔은 천장이 내려앉는 것 같다.

아이는 뛰어놀다 넘어져도 주변에 어른이 없으면 울지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울음도 혼자 울고 혼자 듣는 사람이 된다는 것일까. 울고 싶지만 울지 않는다. 울면 뭔가 놓아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그랬다. 너만 우울한 게 아니라 모두가 우울하다고. 어른의 길은 참 어렵다.


우울에 솔직해서 좋은 적이 없었다. 이등병 첫 심리 검사를 할 때도 우울이 새어 나왔었다. 관심병사가 되었었지. 그때 우울은 많은 제약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배웠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심리상담을 받았었다. 그림도 그리고 그랬었지. 수업을 빼먹는 것은 좋았지만 반 친구들의 시선은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지.


몇몇 친구들이 병원을 추천해줬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과거나 현재나 돈이 없다. 돈이 없어서 우울한데 우울을 치료하는 데에도 돈이 든다.

크로와상 샌드위치가 들어있던 봉지를 구겨 주머니에 넣는다. 힘껏 뺨을 때린다. 정신이 든다. 나는 우울하지 않다. 그래도 집에 들어가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회사에서 코로나 검사도 해오라고 했다. 발이 무겁지만 걷는다. 일상을 살아야 한다. 이도 닦지 못하고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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