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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두애 Nov 09. 2020

강아지 때문에 연차를 쓴다고?

무심코 던지지 마세요. 판단은 당신 몫이 아니에요.

"네? 아...? 고양이가 아파서요..? 아.. 연차를 쓰기도 하는구나..."

어제까지 업무를 같이 하던 업체 담당자가 갑자기 자리를 비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반려묘가 아파 급하게 병원에 갔다고 한다. 그분 외에 돌봐줄 가족이 없어 급하게 연차를 쓴 모양이었다. 약 2년 전쯤 아내를 만나기 전 나는 동물을 위해 연차까지 쓴 그분이 신기했다.


그냥 툭 던진 말이었다.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도, 부정적인 뉘앙스도 아니었지만 분명 듣는 이는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어떻게... 연차라도 길게 쉬셔야 하지 않아요?"

그리고 지금. 나는 직장 동료의 반려견이 아프다는 이야기에 조금 눈치가 보이더라도 연차를 내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먼저 권했다.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내가 이렇게 바뀔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강아지 때문에 그렇게까지 해야 돼?"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직장에서, 가정에서 또는 명절날 친척들에게서 종종 들었을 법한 이야기다. 여기서 그치면 다행이지 꼭 선을 넘는 사람들도 있다.


웹툰 '안녕안녕해'에 이런 장면이 있다. 한 식사 자리에서 오랫동안 같이 지내던 반려견이 죽었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온갖 나쁜 말들이 '무심코'라는 핑계를 방패 삼아 쏟아져 나온다.


반려견을 위해 장례를 꼭 치러야 하냐, 산에 묻으면 안 되냐, 요새는 그러면 벌금 문다, 영양제는 또 얼마나 비싸냐, 병원비 쓰는 거 미친 짓이다.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의미 없는' 모든 말이 둥둥 떠다니다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주인공의 마음을 찌른다. 그리곤 내 마음을 찌른다. 이 장면에 울컥한 나는 지하철에서 울음이 멈추지 않아 고개를 푹 숙였다. 마스크에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곤란했던 기억이 있다.


아내를 만나고, 결혼하고... 그렇게 개호구에 가깝게 지내는 날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강아지를 위해 연차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긴급한 선택인지, 또 어떤 의미인지 이제는 안다. 올해 아내는 22개의 연차를 모두 반려견을 위해 사용했고 그 어느 때보다 값진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한 우리 인생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얼마나 뛸 듯이 기뻤고, 얼마나 눈물 흘릴 정도로 슬펐는지 그것도 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그런 감정들이 내 안에 생기자 새삼 아내가 왜 개호구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우리 사회는 다른 이의 가치관 생각을 존중하는 것에 그리 익숙지 않다. 각 잡힌 틀과 방법, 정해진 방법과 목표. 사실 그런 사회 분위기에 반려동물이 낄 자리가 얼마나 될까


그냥 무심코 던진 말일 수도 있다. 과거의 나처럼 말이다. 그러나  어쩌 전부일 수도 있는, 함께한 간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일지도 모르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기쁨과 슬픔, 행복과 아픔, 웃음과 울음을 결코 임의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판단은 당신 몫이 아니.


그렇다고 이 사회를 너무 비관적으로만 지 않으려고 한다. 나도 이렇게 변사람들의 인식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깐 말이다.


sns에 노견 방구와 푸돌이 대한 소식들이 올라오자 여기저기서 관심을 가져준다. 같이 공감해주며 아파해주는 사람 늘고 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려견에게 좋은 보호자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만 같아 다행이다.


유기견 카페에서 보았던 글귀 하나가 생각난다. '내가 이렇게 노력한다 해서 세상은 바뀌지 않지만 유기견의 세상은 바뀐다' 나의 조그만 이 글들로 반려견의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더 올바른 쪽으로 발전했으면, 그래서 언젠가는 무심코라는 방패를 아무도 들지 못했으면.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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