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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두애 Feb 02. 2021

남편의 독박 (개)육아

그동안 노견 육아를 담당해온 아내의 헌신에 박수를

주말 저녁, 아내는 오랜만에 외출을 준비한다. 늘 노견 두 녀석을 신경 쓰느라 친구들도 쉽사리 만나지 못했는데, 이번만큼은 안 나가면 진짜 왕따가 될 것 같다고 한다.


나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언제든 아내가 원할 때 나가 놀아도 된다며 이 노견 녀석들과 함께한 6개월 짬밥을 무시하지 말라 일렀다. 허세가 약간 곁들여져 있는 오만한 말투였다. 아내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조금 과장된 말투로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도 자신만만했다. 아내가 하던 대로 그냥 따라 하면 절로 개육아가 될 거라는 착! 각!이었다.


5시간도 채 되지 않았던 그 독박 개육아 시간은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힘겨운 시간이었다. 진이 빠진다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까. 육아의 어려움을 글로 나타내기가 쉽지 않다.


누군가는 '그냥 강아지를 돌보는 게 뭐가 어려워?'라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18살과 19살 슈퍼 노견 두 마리를 주보호자인 아내 없이 혼자 돌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아내가 없다는 걸 눈치챈 19살 흰색 노견 방구였다. 이 녀석은 정말 정말 아내 껌딱지인데, 아내가 없다는 걸 어떻게 눈치챈 건지 갑자기 몸을 벌벌 떨며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가냘픈 다리로 서있기도 힘든 녀석이 후덜덜 떨기 시작하니 금방이라도 픽 쓰러질 것 같았다. 평소면 잠이 들 시간인 초저녁이 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구는 잠을 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월~!!!!!!!!!!!!!! 월~!!!!!!!!!!"

평소에 짖는 법을 까먹은 줄 알았던 노견 녀석들이었는데, 방구가 짖기 시작했다. 늑대마냥 고개를 위로 번쩍 들며 큰소리로 무언가 말하는 듯했다. 방구는 종종 불안하고 외롭고 무언가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렇게 행동하곤 하는데 짖는 소리마저 늑대 울음소리 같이 괴기했다.

고개를 들고 짖는 방구

방구가 그렇게 울기 시작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내 시간 따위는 없어지고 오롯이 방구만의 시간만 남게 된다. 그것을 노린 건가... 방구가 울기 시작하자 나는 집안의 모든 평화가 깨졌음을 직감했다.


서둘러 아내가 방구에게 해줬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했다. 방구가 좋아하는 이불을 돌돌 말아 방구의 몸을 둘러싼 후 내 품에 안았다. 마치 갓난아기를 품에 안듯 그렇게 보쌈말이를 했다. 그러곤 토닥토닥 등을 두들겨주기 시작했다.


아내가 이렇게 하면 방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진정하는 모습을 봤었는데... 과연.........?  
 역시!!!! 통했다. 이내 짖는 것을 멈춘 방구는 '히엉히엉~'하며 잠자기 직전 끙얼거림만 이어갔다. 그러곤 자연스럽게 스르륵 잠들었다. '휴...' 그렇게 무사히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것은 1차 고비였을 뿐... 독박 개육아는 끝나지 않았다. 그것도 모른 체 나는 기세 등등하게 아내에게 자고 있는 노견 두 마리 녀석의 사진과 함께 카톡을 보냈다.

"여보 성공했어!"


하지만 그건 대단한 착각이었다. 성공은 개뿔. 1시간 뒤 방구는 벌떡 일어나더니 걷기 시작했다. '어라랏? 이럴 리가 없는데... 이제 잠을 쭉 자야 하는데...'

쉬가 마려워서 잠에서 깼거니 싶어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방구가 짖기 시작했다.

 "왈!!!!!!!!!"


'헉!!!!!'

저녁밥을 준비하고 있던 나는 방구의 불안한 외침에 저녁상을 그대로 놔두고 방구에게 달려갔다.

맨날 식은 밥만 먹는다던 주부의 마음이 이런 마음일까. '토닥토닥' 그러나 이번에는 쉽게 잠에 들지 않았다. 누워서도 계속 짖기 시작했다.

누워서도 낑얼낑얼거리며 짖는 방구

그 모습에 어찌할지 몰라 땀을 삐질 흘리고 있던 나는 아내가 하던 또 다른 행동 하나가 떠올랐다. 아내는 방구가 이렇게 떼를 쓸 적이면 침대에 눕혀 재우기도 했는데 그 전략을 나도 따라 해 보았다. 세상 어느 곳보다 푹신할 침대에 방구를 눕히고 한쪽 팔에 기대 놓고 토닥토닥, 그렇게 얼마 안 있어 방구는 또다시 잠들었다. '휴...' 2차 고비가 지나갔다.


간신히 고비를 넘긴 나는 차갑게 식어버린 저녁밥을 마주했다. 뭐... 사실 그렇게 큰 감정이 일지는 않았다. 서글픈 마음보다는 이 노견 멍뭉이를 재웠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감상에 젖기에는 배가 너무 고팠다.


'우걱우걱' 순식간에 밥그릇을 비웠다. 원래 이런 표현은 방구나 푸돌이가 사료를 금세 다 먹을 때 쓰는 방식인데, 저녁밥을 먹는 내 모습이 그러했다. 그렇게 급하게 해치운 저녁 이후 평화가 찾아오나 싶었지만 역시나 방구의 마지막 일격이 시작되었다.


방구가 또 깼다. 마침 저녁 사료를 줄 시간이어서 오히려 다행이다 싶어 서둘러 방구에게 사료를 주었다. '우걱우걱' 저녁을 금새 해치운 나처럼 방구도 본인 밥을 아주 잘 먹는다. 아마 배고파서 깼으리라 생각했다.


"방구야 밥도 먹었겠다, 배도 부르겠거니 이제 잠이나 더 잘까?"

밥을 다 먹은 방구를 보며 넌지시 잠을 종용했다. 녀석이 잠들기만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이런, 그러나 방구는 내 바람과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인생사, 육아는 뜻대로 되는 게 없다. 자리에 앉은 방구가 또 짖기 시작했다.

"월~~~~~~~!!!!!!!!"


벌써 세 번째다. 후아! 아내한테 이 상황을 공유해줬다. "여보 나 죽겄어, 세 번째야 벌써"

"ㅋㅋㅋㅋ 힘들지 여보? 에고... 좀만 기다려 곧 갈 거야"


아내가 곧 온다 했지만 지금 당장의 상황은 어찌 되었던 간 내가 처리해야만 했다. '대체 왜그러니???!!' 방구가 왜 그렇게 짖는 것인지 한창 고민을 하고 있을 찰나 방구의 기저귀가 눈에 들어왔다.


'빙고!'

어떻게 생각난 건지, 아니 지금 생각난 게 이상한 건지 방구의 기저귀를 재빨리 확인했다. 기저귀가 흥건했다 오줌 무게로 기저귀가 꽤 무거웠다. 왜 진작 갈아주지 못했을까.

'아 이래서 그랬구나!!!!! 내가 미안해!!!' 뽀송뽀송한 느낌이 들도록 기저귀를 얼른 갈아주었다. 그러곤 '토닥토닥'

기어코 잠이 든 방구

방구가 다시 잠이 드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방구는 기어코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러곤 조용히 아주 부드럽게 이 녀석을 원래 자리에 내려놓았다. 마지막 전쟁이 끝났다.


방구는 특별한 이유 없이 짖을 경우도 많지만 대개는 나름의 행동으로 불만을 나타내곤 하는데 그게 사람의 언어가 아니다 보니 나 같이 숙련되지 않은 보호자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할 적이 많다.


반면 아내(일명 개호구)는 반려견과 같이 산 세월과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이를 증명하는 것인지, 방구의 발걸음과 표정만으로도 쉬가 마려운지, 배가 고픈지 눈치를 챈다. 아내는 방구의 언어와 행동을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나 같은 초보 보호자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호구 입문 단계에 있는 내가 이 어려운 독박 개육아를 맡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건 아내의 행동을 곁에서 지켜보고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아내도 이 풀스토리를 듣더니 예전보다 노견 아이들을 훨씬 잘 다룬다며 칭찬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진짜 그렇긴 했다. 능숙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미숙하지는 않았다. 스스로가 대견하면서 신기했다. 개호구 아내 남편 1년 넘게 하면 이 정도 짬은 나오는 게 정상인가.


진이 다 빠져버려 침대에 덩그러니 누웠다. 그래도 귀는 쫑긋 세우고 있었다. 혹시 방구가 또 깨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내가 거의 다 왔다고 한다. 와 드디어 육아 퇴근인가? 나이스!!!!


아내의 헌신은 값진 것이었다. 방구의 불안을 잠재우고 푸돌이의 괴상한 행동을 자제시키며 집안의 평화를 유지해주는 아내의 노력이 새삼 감동이었다. 알고 있었지만 더 고마운 아내의 헌신과 노력이었다. 다시 한번 아내를 존경하게 되는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끝으로 아내에게 이 메시지를 남긴다.

여보. 고마워! 개호구 남편도 개호구 아내처럼 노력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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