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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버진제도 바닷속, 토르톨라

카리브해 크루즈 두 번째 다이빙

by jim

카리브해를 한 바퀴 돌고 오는 크루즈 여행에는 세 곳의 기항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기항지가 지난 글에서 다루었던 미국령 버진제도인 세인트 토마스 섬이었고, 두 번째 기항지는 영국령의 토르톨라 섬이었습니다. 세 번째 기항지는 바하마의 낫소였고, 이후에는 다시 마이애미로 돌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버진제도는 말 그대로 '제도'이기 때문에 50여 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중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규모가 좀 있는 몇몇일 뿐이고, 대부분 무인도라고 하더군요. 이번에 들리게 되었던 토르톨라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중에서 가장 큰 섬이라고 합니다. 근처에 있는 비슷비슷한 섬이지만 어디 국가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묘하게 분위기가 다르고, 현지인들의 말투도 다른 것이 흥미로왔습니다. 물론 현지인이라고 해도 지금은 수천수백 년 전에 이 땅에 살던 민족이라기보다는 어딘가에서 흘러와서 정착한 사람들이겠지만요.



크루즈에서 일정에 맞게 하선해서 바로 작은 다이빙 보트로 옮겨 타고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하는 것은 참 편리합니다. 지난번에도 이야기했지만 뭐 하나 복잡하게 챙길 것이 없거든요. 갈아입을 옷도 딱히 필요 없고, 돌아와서는 바로 객실에서 깨끗이 씻고 잘 마른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스크린샷 2021-08-21 오전 6.49.39.png Tortola, British Virgin Islands


토르톨라에서의 다이빙은 아주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해양 생태계에 대한 지식도 깊지 않고, 그냥 여기저기 다니면서 다이빙을 '하는' 것에만 의미를 두기 때문이었겠죠. 따뜻한 열대 바다의 다이빙은 다 비슷비슷해서 재미없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새로운 것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번 다이빙에서는 큰 물고기나 거북이 등은 만나지 못했지만, 다이빙 포인트 자체가 아기자기하고 예뻤습니다.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인지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것인지 설명은 지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양한 수중 구조물들로 인해 아기자기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고, 작은 난파선도 있어서 여기저기 탐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스크린샷 2021-08-21 오전 6.51.08.png Tortola, British Virgin Islands


동남아에서 다이빙을 할 때면, 아침부터 시간 맞춰 차를 타고 다이빙 샵으로 가고, 일정에 맞춰 다이빙 보트를 또 타고, 또 몇십 분 몇 시간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정도 입수를 하고 돌아오면 저녁시간이 되고는 합니다. 크루즈에서 바로 연계되어 차 한번 타지 않고 항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다이빙은 이런 면에서 시간도 많이 절약되더군요. 두 번의 다이빙을 모두 마치고 돌아왔는데도 아직 기항지에서의 시간이 한참 남아서, 사부작사부작 항구 근처를 돌아다녔는데, 한여름의 버진제도 태양이 너무 뜨거운 나머지 오래 둘러보지는 못했습니다.


스크린샷 2021-08-21 오전 6.52.38.png Norwegian Cruise Line, Caribbean


해가 뉘엿뉘였 넘어가기 전에 배로 돌아와서 조금 쉬고,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 할까 하고 메인 홀 쪽으로 나가보니 댄스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더군요. 시끄러운 음악과 붐비는 사람을 즐기지는 않지만, 때로는 이런 분위기도 좋을 때가 있습니다. 혹자는 비싸고 지루한 여행이라고 이야기했던 크루즈 여행이었는데, 저는 하루하루 배 안팎에서 어떤 새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설레는 여행이더군요. 언젠가 시간과 기회가 허락된다면 좀 더 멀리, 많은 곳을 둘러보는 배에 올라보고 싶습니다. 아니, 생각해보니 그런 기회는 누가 허락해주는 것이 아니라, 제가 만들어야 되는 것이 맞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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