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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첫 다이빙, 세인트 토마스

카리브해 크루즈 기항지 선택관광

by jim

마이애미 공항에 내려 렌터카를 타고 올랜도까지 다녀오는 플로리다 반도 로드트립을 마치고 플로리다 여행의 메인 테마였던 크루즈를 탑승하기 위해서 다시 마이애미로 돌아왔습니다. 올랜도 해양 테마파크인 디스커버리 코브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자동차 여행의 장점을 살려서 몸을 담글만한 아름다운 물가에서는 어디서든 시원하게 수영을 즐겼었죠.



즐거운 추억들도 많이 만들고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할 수 있었던 로드 투어였지만, 사실 운전을 오래 하고, 좁은 차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만큼 피로함도 상당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물 위에 떠 있는 호텔인 크루즈선에 올라서 깨끗한 물로 수시로 샤워하고, 에어컨 빵빵한 선내를 돌아다니고, 항시 제공되는 갖가지 음식을 즐기고 있자니 그간 묵은 피로가 며칠 만에 싹 가시더군요. 내가 노력해서 돌아다니는 여행도 나름의 맛이 있지만, 분명 가만히 있어도 새로운 경험으로 나를 안내해주는 크루즈 여행 또한 그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St.Thomas, U.S. Virgin Islands


저희가 탑승한 크루즈는 마이애미를 출항하여, 카리브해를 둘러보고 몇 군데 섬을 기항지로 들렀다 오는 여정이었습니다. 여정표를 보고 있으니 상당 기간을 배 위에서 보내는 날이길래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기우일 뿐이었습니다. 갖가지 공연, 이벤트들을 다 해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짜여 있어서 기항지가 없는 날에도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써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누가 크루즈 여행이 지루한 노인들의 여행이라고 그랬을까요. 저녁마다 챙겨볼 수 있는 뮤지컬 공연부터, 바에서 즐길 수 있는 피아노 공연, 스탠드업 코미디, 단체 댄스 클래스, 뷔페에서 쌓은 칼로리를 날려 보내기 위한 각종 운동시설, 와인이나 위스키 시음회, 미술품 경매 등등, 시간이 모자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첫 번째 기항지인 버진제도의 미국령 세인트 토마스 섬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이 작은 섬에 제가 직접 예약한 항공편으로 올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앞으로 거치게 될 섬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리브해나 중앙아메리카에 대한 사전 지식도 충분히 없던 상태에서 지역 관광은 사실 관심이 별로 없기도 했습니다. 아내와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모든 기항지에서 스쿠바 다이빙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크루즈에서 선택관광을 한다는 것은 사실 호텔 컨시어지에서 로컬보다 비싼 금액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긴 하지만, 크루즈 승객들을 위해서 절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스케줄 관리도 해주고, 이동부터 모든 편의를 안전하게 제공해 주기에 가성비가 나쁘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더군요. 다이빙 선택관광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따라 몇 시까지 크루즈 어디로 모이라고 사전에 안내해주고, 그때부터 별도 모터보트나 차량으로 다이빙 샵까지 크루즈 승객들만 대상으로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니 사실 참 편했습니다. 로드트립이나 배낭여행을 마치고 나면, 사실 어디 직접 찾아가는 게 좀 귀찮고 지치기도 하니까요.


St.Thomas, U.S. Virgin Islands


비용은 나중에 크루즈에 등록해 놓은 카드에서 일괄 결재되는 것이고, 간단한 간식 음료 등은 프로그램에서 제공도 되고, 이동 편도 알아서 다 해주니 사실 몸만 가면 되는 아주 편한 코스였습니다. 다이빙을 마치고도 그쪽에서 간단히 몸만 말리고 크루즈로 돌아와서 객실에서 제대로 샤워하고 할 수 있으니 갈아입을 옷도 굳이 필요 없었죠.


St.Thomas, U.S. Virgin Islands


한여름 대서양 카리브해의 바다는 따뜻했습니다. 웨트 슈트 없이 하는 다이빙은 정말 자유 그 자체입니다. 다이빙에서 가장 힘든 것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아내는 보통 탱크를 메고 걸어가는 것이라고 하고, 저는 웨트 슈트를 입고 벗는 것이라고 하거든요. 볼록 튀어나온 뱃살 때문인지 허리를 숙이고 꽉 조이고 뻣뻣한 네오프렌 원단에 다리를 집어넣는 것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결국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고개를 들게 되죠.


St.Thomas, U.S. Virgin Islands


일반적인 산호초 지형과 난파선 포인트 이렇게 두 곳을 방문했습니다.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평화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는 거북이를 만나는 것은 아무리 많이 겪어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름 모를 물고기들도 많았는데, 다이빙 로그가 쌓여가는 데에 비해 물고기에 대한 지식은 사실 계속 제자리걸음이어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아직 저는 다이빙 자체를 즐기고 있을 뿐, 다이빙을 통한 해양 생태계에 대한 공부에는 관심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St.Thomas, U.S. Virgin Islands


그간 하와이나 동남아에서 경험했던 난파선 포인트들도 다 비슷했지만, 물속에 별도의 구조물이 있다는 것은 뭔가 탐험(?)을 하는 듯한 재미를 선사해줍니다. 구조물에 닿지 않으면서 구석구석 뭐가 숨어있나 찾아보는 재미가 솔솔 하죠. 어두운 구석을 잘 보면 작은 상어나 거북이가 잠자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St.Thomas, U.S. Virgin Islands


다이빙을 마치고 세인트 토마스에서는 다이빙을 했던 보트로 바로 크루즈선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아직 기항지에서 시간이 꽤 남아서 객실에서 샤워하고 옷도 좀 깔끔하게 갈아입고 근처 시가지를 어슬렁거렸는데, 미 본토와는 다른 특유의 향과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바하마나 쿠바, 아이티보다 남쪽이어서 그런지, 외국 선박이 들어오는 항구 근처여서 그런지, 시가를 비롯한 각종 담배 상품들을 많이 팔고 있는 그 특유의 향이 어슴푸레 기억납니다. 글로 당시를 회상하고 있자니 언젠가 또 가볼 일이 있을지 아련한 생각이 듭니다.


St.Thomas, U.S. Virgin Islands


카리브해에서 추천해 주실 만한 다이빙 포인트가 있으신가요? 멕시코도 그렇고 언젠가 중남미에 가볼 기회가 생긴다면 스페인어 억양을 구사하는 강사와 다이빙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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