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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마 나소, 상어와 함께

난파선 다이빙

by jim

어느덧 마이애미에서 시작한 카리브해 크루즈 여행이 마지막 기항지인 바하마 나소에 도착했습니다. 세인트 토마스와 토르톨라 등 버진제도 작은 섬들을 거친 여정이었습니다. 바하마는 제법 큰 섬이기도 하고, 낫소가 다른 버진제도의 섬들보다 규모가 있는 도시이기도 해서 다이빙 말고 다른 여행을 해볼까 아내랑 고민을 잠시 해보기도 했었습니다.



크루즈에 올라 이제 막 며칠이 지났을 무렵, 세인트 토마스와 토르톨라 기항지에서의 다이빙 투어를 예약하기 위해 컨시어지를 들렸을 때, 컨시어지 직원이 "자기라면 다른 데보다 바하마에서 꼭 다이빙을 하겠다"라고 강력추천을 하더군요. 다이빙 샵에서 제공한 영상인 것 같은 영상을 노트북으로 보여주면서, "여기서는 이렇게 많은 상어를 볼 수 있다. 스케줄이 맞으면 상어 피딩을 하는 것도 볼 수 있다"고 꼬드기는 탓에, 결국 홀라당 넘어가 버렸습니다. 딱히 다른 아이디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다른 여행객들은 워터파크, 고급 호텔 등등 다른 투어들을 많이 선택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 크루즈에 있는 워터파크도 제대로 못 돌아보았는데 굳이 시간을 쪼개서 다른 워터파크를 가보고 싶지는 않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들렸던 작은 섬들에 비해서는 크기가 제법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다이빙 샵까지 육로로 이동을 했습니다. 바하마는 제주도의 약 7배 정도 되는 크기라고 하더군요. 한반도나 육지에 있는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작은 규모라고 볼 수 있지만, 섬으로 보면 꽤 크다고 생각합니다.


스크린샷 2021-08-22 오전 6.52.25.png Nassau, Bahama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날씨에 비슷한 환경의 나라들인데 어떤 문화권에 속해 있는지, 어떤 나라들 근처에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많이 들리는지에 따라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구나, 하고 잠시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기는 미국으로 치면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손쉽게 올 수 있는 곳일 것입니다. 태평양보다 대서양이 더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여기가 더 부담 없는 곳이겠죠. 태평양 서쪽 아시아 대륙 끝자락에 붙어있는 우리는 태국이나 필리핀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이 정도 휴양지에 해당하겠죠. 우리에게 카리브해는 큰 마음먹어야 와볼 수 있을까 말까 한 곳이라면,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동남아가 그런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크린샷 2021-08-22 오전 6.53.52.png Nassau, Bahama


스케줄 문제였는지, 크루즈 컨시어지의 낚시에 넘어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어 피딩 프로그램은 없었습니다. 사실 인위적으로 물고기를 끌어모으기 위한 행위는 환경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아쉬울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상어가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지 지금까지 다른 어떤 곳 보다 많은 상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상어라고 해도 실제 사람을 공격하거나 해를 끼칠 수 있는 그런 것들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이 그런 위험한 곳에 여행객을 데리고 갈 리가 없겠죠.


스크린샷 2021-08-22 오전 6.55.36.png Nassau, Bahama


두 번의 다이빙 모두 난파선 다이빙이었습니다. 제법 규모가 큰 배여서 그런지, 그 배를 제 집처럼 살고 있는 물고기들도 다양하고, 크기도 큼직큼직했습니다. 이미 많은 다이버들이 다녀가서 그런지 사람들에 대해 관심도 별로 없더군요. 오히려 피하지 않고 더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스크린샷 2021-08-22 오전 6.55.12.png Nassau, Bahama


물속에서 물고기를 보면 빛의 굴절 현상 때문에 엄청나게 커 보입니다. 사실 물 밖에 꺼내놓고 보면 그리 크지 않을 것입니다. 다이빙을 끝내고 물 밖에서 아까 보았던 것들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전 세계 다이버들 모두 어느 정도 허풍은 필수품인 것 같기도 하더군요.


스크린샷 2021-08-22 오전 6.56.37.png Nassau, Bahama


이 다이빙을 끝으로 카리브해, 대서양 바닷속 다이빙 여행은 일단락이 났습니다. 많은 여행을 다닌 것은 아니지만, 여행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생각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언제 또 와보겠냐'는 생각으로 무리해서라도 더 많은 것을 하려고, 많은 곳을 가보려고 바쁘게만 움직이고, 떠남을 아쉬워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또 오지 못할 이유는 뭐가 있겠어? 내가 오겠다고 하면 오는 거지.' 그런 마음이 들고나서부터는 떠나는 것이 그다지 아쉽지도 않고,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다는 '일단 지금 이거나 천천히 집중하고, 못 한 것들, 못 본 것들은 나중에 기회 되면 하지 뭐'라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먼저 들었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좀 쉬고, 좀 배우고, 좀 나아지려고 하는 건데, 내가 만든 틀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다면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겠죠. 바하마에서 다시 승객들을 태우고 마이애미를 향해 올라가는 크루즈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짐을 쌌던 기억이 납니다.


스크린샷 2021-08-22 오전 6.57.31.png Nassau, Bahama


여러분들은 나중에 또 가보고 싶은 여행지나 다이빙 포인트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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