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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재 Apr 11. 2021

다시 태어나고 싶을 때, 에그마요 샌드위치

레시피 ‘화양연화’ #3

1.


‘한이(Honey)?’

‘왜. 뭐.’

‘나 진짜 너무 못생기지 않았어?’

‘….’


 스스로 잘생겼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된다. ‘나 진짜 못생기지 않았냐?’ 만일 당신이 근사한 사람이라면 상대는 한숨을 쉬며 짜증을 부릴 테다. ‘또 시작이냐?’ 라던지 ‘지랄하고 있네’ 하는 식이다. 만일 택도 없는 사람이라면 상대는 숨을 한번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위로를 건네겠지. ‘아니야… 너 나쁘지 않아… 왜 그래? (누가 너더러 못생겼데?)’


 ‘어디 아픈 거 아니냐?’


 고향연화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한 달 반이 흘렀다. 근육이 붙고 예전에 맞던 청바지를 다시 꺼내 입었으며 주변에서 ‘피부과 다니나 봐?’ 하는 소리를 들었다.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고향연화」로 돌아가려면 어느 정도 미인이 되어야 하나? 재무팀도 그렇고, 일을 할 땐 명확한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 토요일 안락동 브런치 가게에서 절친한 한이와 은이 언니를 만나 물었다. 한이는 먹던 음식에서 고개도 들지 않은 채 포크로 자기 머리를 콕콕 찍었다.


‘자기가 봤을 때 만족하면 되는 거지. 자기한테 어울리는 옷 입고. 갑자기 왜…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니냐?’


옆에서 은이 언니가 깔깔 웃었다.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이의 애인들(한 번에 한 명씩임에도) 하나같이 뽀얗고 팔다리가 날씬한 미인이었다. 오죽하면 우리가 그를 한이(honey)라고 불렀을까.


‘그러지 말고 좀 알려줘. 쟤 심각하단 말이야.’ 은이 언니는 내 편을 들어줬다.

그가 단어를 고르기 위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만난 예쁜 애들은 하나같이….’


마침에 그가 포크를 식탁에 내려놓고 고개를 들면서 상체를 의자에 기댔다.


‘자기가 최고로 예쁜 줄 알아. 만족하는 정도가 아니라, 확신한다는 말이지. 왜, 여자는 남자보다 스스로한테 엄격하잖아. 그런 너희가 스스로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검증된 셈 아니겠어?’


라디오에서도 들은 적 있다. 진실은 최고의 확신이다. 은이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팔짱을 꼈다. 한이 콧방귀를 뀌더니 접시를 가리켰다. ‘근데 다이어트한다면서 케이크 다 먹냐?’





멈출 수 없는 팬케이크를 파는 온천천「멜버른」



2.

 지난주 옆 팀 동료가 결혼식을 올렸다. 하얀 이가 매력적인 신부의 미소에 하얀 드레스가 어울렸다. 50명 이상 들어갈 수 없어 홀 밖에서 목을 빼고 구경했다. 여기 예식장 뷔페는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퐁듀가 있어 어제부터 꿀꿀이가 날뛰고 있었다. 누가 어깨를 툭 쳤다. 동기 윤이었다. ‘누나 밥 먹고 갈 거예요?’


‘보고. 너는?’

윤의 어깨 뒤에서 박주임이 고개를 내밀고 인사했다. ‘저희는 가려고요.’

저희… 저희. ‘뭐 타고 왔어?’

‘둘이 택시 타고 왔어요. 막히기 전에 가야죠.’


빵야. 꿀꿀이에게 마취총을 쐈다. ‘내가, 제가… 제가 태워 드릴게요!’



뷔페는 잊어! 탄단지 챙기는 에그 마요 샌드위치

- 달걀 3개, 피클, 마요네즈, 홀그레인 머스터드, 소금, 후추, 딸기잼


1. 끓는 물에 소금, 식초를 넣고 달걀 완숙으로 13분간 삶기

2. 피클을 다진 뒤 물기 빼주기

3. 익은 달걀을 손으로 으깨서 마요네즈 2스푼, 머스터드 1스푼, 다진 피클, 소금과 후추를 넣고 버무리기

4. 식빵에 딸기잼을 바른 뒤, 3번 속 재료를 높이 쌓고 식빵으로 포갠 뒤 랩에 싸서 5분간 고정





 전날 자동차 앞 유리에 새똥을 맞은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하늘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덕분에 차는 세차를 거쳐 반짝반짝 윤이 났다. 길을 아는 박주임이 조수석에 탔고 윤이 뒷좌석에서 음악을 고르겠다고 했다. 신호를 멀리 보고, 속도는 천천히, 앞에 가는 차에 집중. 시동을 켜고 출발하려는데 박주임이 대시보드에 살포시 손을 올렸다.


‘대리님… 차는 시동을 걸고 1분 정도 있다가 출발하면 좋아요. 예열을 해야 엔진이 오래가거든요.’


엔진이 이렇게 재밌는 이야깃거리였나. 미소가 떠올랐고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히 기다렸다. 뒷좌석에서 플레이 리스트를 뒤적이던 윤이가 재생 버튼을 눌렀다. 10CM의 ‘봄이 좋냐?’


응… 좋아.




3.

 제니는 인바디 중간 점검 결과표를 보더니 놀란 눈치였다. ‘회원님, 바디 프로필 찍어볼래요?’ 그 남성잡지 맥심 MAXIM에 나오는 모델처럼 사진 찍는 거 말인가요. ‘캐주얼한 콘셉트로 촬영할 수도 있어요. 이번에 저 아는 분이 야외에서만 찍다가 스튜디오를 오픈하거든요. 지금 상태면 6월 안에 가능하겠어요.’ 제니가 보여준 사진은 과연 MAXIM까지는 아니고 아레나 ARENA에 나올법한 스포티 화보였다. 몸은 그렇다 쳐도 저 과감한 포즈라니… 제가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이렇게 찍어요, 거절하려는데 완의 말이 떠올랐다.


명제 1. 자기가 최고로 예쁜 줄 알면 예쁜 사람이다.
명제 2. 자기애가 부족하면 바디 프로필을 찍을 수 없다.
결론: 바디 프로필을 찍는다 → 자기애가 넘친다 → 예쁜 사람이다.  


명확한 논리였다. 5월 29일 스튜디오를 예약했다. 고향연화로 가기까지 앞으로 7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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