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살이 넘은 중년의 아저씨로서 이런 말 하기는 조금 부끄럽지만 사실 저는 저스틴 비버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의 많은 히트곡들 중에서 영국 가수 에드 시런과 같이 부른 ‘I don’t care’ 라는 노래를 특히 더 좋아합니다. 신나는 멜로디와 그들의 경쾌한 보컬도 좋지만, 감추고 있던 제 마음을 들켜버린 것처럼 공감이 되는 그 노랫말이 너무 좋습니다.
저는 늘 스스로 가진 것보다 조금 더 나은 나 자신이 되기를 바라고, 어디서든 주류 그룹에 속하기를 갈망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살면서 가끔 잠시나마 운 좋게 그랬던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형편이 안 돼서, 능력이 모자라서, 또는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유로 원하는 그룹에 속하지 못하고 그 주변을 겉도는 인생을 산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20대 후반에 캐나다로 이민 와서 아등바등 살면서 늘 이러한 이유로 스스로 작아지고 소심해진 면이 많았는데,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스스로 자존감이 많이 회복된 것을 느낍니다.
신 선생은 달리기를 하면서 음악을 자주 듣는데, 오늘처럼 달리다가 이 노래의 다음 구절만 나오면 가사에 공감하며 신이 나고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존재감 없는 ’노바디‘가 아니고 어쩌면 내가 속한 이 세상에서 ‘썸바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아침 햇살처럼 가슴에 가득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Don't think I fit in at this party
Everyone's got so much to say (yeah)
I always feel like I'm nobody, mm
Who wants to fit in anyway?
'Cause I don't care when I'm with my baby, yeah
All the bad things disappear
And you're making me feel like maybe I am somebody
I can deal with the bad nights
When I'm with my baby, yeah
바로 그때였습니다. 이웃 동네에 새로 생긴 노숙인들 쉼터 근방을 지나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어떤 초로의 남성이 저를 보고 손을 흔들며 뭐라 뭐라 말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초라한 행색으로 보아 지난밤 쉼터에서 자고 나온 노숙인 같아 보였는데, 그냥 모른 척 지나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구부정한 허리와 불편해 보이는 다리를 보니 위험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고, 무엇보다 멀리서도 다 빠진 앞니가 훤히 보일만큼 활짝 웃고 있는 표정을 차마 모른 척할 수가 없어서 이어폰을 빼고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음악 듣느라 못 들었어요. 무슨 일이죠?”
그랬더니 그 노인은 다시금 그 주름진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I Wish you have a great day and a wonderful life!”
순간이나마 그를 외면하려 했었던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저도 큰소리로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Thank you! And you too have a great day!!”
이렇게 오후가 다 되도록 그 노인의 미소가 잊히지 않는 걸 보니 아마도 그는 하느님이 보내신 천사였나 봅니다. 부디 저의 미소와 인사도 그의 마음에 작은 여운을 남겼기를, 그리고 그의 오늘 하루도 봄날아침의 햇살 같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