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ying Pie Mar 17. 2023

저스틴 비버와 노숙인 미소 천사

반백살이 넘은 중년의 아저씨로서 이런 말 하기는 조금 부끄럽지만 사실 저는 저스틴 비버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의 많은 히트곡들 중에서 영국 가수 에드 시런과 같이 부른 ‘I don’t care’ 라는 노래를 특히 더 좋아합니다. 신나는 멜로디와 그들의 경쾌한 보컬도 좋지만, 감추고 있던 제 마음을 들켜버린 것처럼 공감이 되는 그 노랫말이 너무 좋습니다.


저는 늘 스스로 가진 것보다 조금 더 나은 나 자신이 되기를 바라고, 어디서든 주류 그룹에 속하기를 갈망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살면서 가끔 잠시나마 운 좋게 그랬던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형편이 안 돼서, 능력이 모자라서, 또는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유로 원하는 그룹에 속하지 못하고 그 주변을 겉도는 인생을 산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20대 후반에 캐나다로 이민 와서 아등바등 살면서 늘 이러한 이유로 스스로 작아지고 소심해진 면이 많았는데,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스스로 자존감이 많이 회복된 것을 느낍니다.

 

신 선생은 달리기를 하면서 음악을 자주 듣는데, 오늘처럼 달리다가 이 노래의 다음 구절만 나오면 가사에 공감하며 신이 나고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존재감 없는 ’노바디‘가 아니고 어쩌면 내가 속한 이 세상에서 ‘썸바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아침 햇살처럼 가슴에 가득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Don't think I fit in at this party
Everyone's got so much to say (yeah)
I always feel like I'm nobody, mm
Who wants to fit in anyway?
'Cause I don't care when I'm with my baby, yeah
All the bad things disappear
And you're making me feel like maybe I am somebody
I can deal with the bad nights
When I'm with my baby, yeah


바로 그때였습니다. 이웃 동네에 새로 생긴 노숙인들 쉼터 근방을 지나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어떤 초로의 남성이 저를 보고 손을 흔들며 뭐라 뭐라 말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초라한 행색으로 보아 지난밤 쉼터에서 자고 나온 노숙인 같아 보였는데, 그냥 모른 척 지나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구부정한 허리와 불편해 보이는 다리를 보니 위험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고, 무엇보다 멀리서도 다 빠진 앞니가 훤히 보일만큼 활짝 웃고 있는 표정을 차마 모른 척할 수가 없어서 이어폰을 빼고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음악 듣느라 못 들었어요. 무슨 일이죠?”


그랬더니 그 노인은 다시금 그 주름진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I Wish you have a great day and a wonderful life!”


순간이나마 그를 외면하려 했었던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저도 큰소리로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Thank you! And you too have a great day!!”


이렇게 오후가 다 되도록 그 노인의 미소가 잊히지 않는 걸 보니 아마도 그는 하느님이 보내신 천사였나 봅니다. 부디 저의 미소와 인사도 그의 마음에 작은 여운을 남겼기를, 그리고 그의 오늘 하루도 봄날아침의 햇살 같기를 기도합니다.


(C) Flying Pie
(C) Flying Pie
(C) Flying Pie
(C) Flying Pie
(C) Flying Pie
(C) Flying Pie
(C) Flying Pie
(C) Flying Pie



이전 01화 이른 아침을 달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