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을 달린다
비 오는 봄날 아침.
겨우 한 시간 남짓 달리는 동안
안개비는 이슬비로, 잠시 후 다시 장대비로,
나중엔 콩알만 한 우박으로 변해,
모자를 썼음에도 눈도 못 뜰 지경으로
마구 쏟아붓는 희한한 날씨를 경험했습니다.
땀과 비에 젖어 온몸은 엉망진창이고,
쏟아지는 우박에 팔다리는 따갑지만,
그래도 봄날은 아름답습니다.
꽃들에 홀린 듯, 그 향기에 취한 듯,
그렇게 휘적휘적 뛰다 보면,
내가 지금 뛰고 있는 건지,
춤을 추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